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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의 정서 ‘아와레’와 한국의 ‘한(恨)’

[맛있는 일본이야기 216]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문학의 시가적 기조(基調)는 사랑의 연민이요, 사물의 연민이라고 하였다. 이름은 기억되지 않으나 그는 저서이름을 아예 ‘일본문학의 연민’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일본적 예술의 특색은 비과학적, 비수학적이며 부조화, 불안정의 유동미에 있다고 하였다.  내가 보는 ‘아와레’는 서럽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무상하고 측은하고 안쓰럽고 외롭고 아쉽고 고요하고 적적한 시인의 미에 대한 심미적 개괄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연변작가회의 회원인 리성휘 시인의 시집 《고향사람들》에 나오는 일본문학의 정서인 ‘아와레 (あわれ)'에 관한 설명이다. 리성휘 시인은 일본와세다대학 문과를 수료한 분으로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에 능통한 분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문학을 공부하면서 늘 의문이었던 ‘모노노아와레(줄여서 아와레라고도 함, もののあわれ、物の哀れ)’라는 정서를 속 시원히 정의 하는 것 같아 후련하다.

다시 살펴보면 ‘아와레’는 “서럽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무상하고 측은하고 안쓰럽고 외롭고 아쉽고 고요하고 적적한 시인의 미에 대한 심미적 개괄을 포함” 하는 뜻인데 정말 이런 모든 것을 포함하는 ‘아와레’라는 말을 한국말로 바꿀 수 있을까? 좀 생뚱맞고 전혀 동떨어진 말 같지만 나는 문득 일본말 '아와레‘와 한국의 ‘한(恨)’이란 말을 대비시켜 보고 싶어졌다.

   
▲ '아와레' 정서를 설명한 리성휘의 《고향사람들》시집(왼쪽), '아와레' 정서를 말한 국학자 모토오리노리나가

일본인들은 한국의 ‘한(恨)’이란 정서를 이해 못한다. ‘한(恨)’의 정서가 없다보니 ‘한(恨)’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엑?”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은 ‘못 배운 한’ 이라든지 ‘한풀이’라든지 하는 정서를 뭐라고 하느냐? 라는 질문을 곧 던진다.

오죽하면 일본사전에서 한(恨)이란 "조선문화 사고양식의 하나 (朝鮮文化における思考樣式の一つ)”라고 풀이하고 있을까? 그러나 이렇게 풀이 한다고 해서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아와레’처럼 한국의 ‘한(恨)’도 매우 복잡한 뜻을 품고 있는 말이다.

‘아와레’와 ‘한(恨)’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정서를 잘 드러내는 말 가운데 하나다. 화려한 수식어로 설명한들 쉽게 이해되는 정서는 아니지만 그러나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그 삶을 토대로 한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기 그러한 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아두어도 좋을 것이다. 독서계절 가을을 맞아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이웃나라 사람들의 문학적 정서인 ‘아와레’는 유독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