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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도 소나무를 좋아한다

[맛 있는 일본이야기 219]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일본인이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남녀불문하고 소나무입니다. 일본인은 정원에 소나무 한그루를 심고 그 옆에는 작은 길을 만들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게 합니다. 이런 것이 전통적인 일본 미학의 기본적인 형태이며 이러한 일본인의 소나무 사랑은 아마도 오래된 회상(回想)에서 기인한 것일 겁니다.”

위는 평론가이자 교토대학 교수였던 타다미치타로(多田道太郞, 1924-2007)가 그의 책 《신변의 일본문화, 身邊の日本文化》에서 한 말이다. 그는 왜 소나무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나무라고 보았을까? 그는 말한다. “일본인들은 신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보았는데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를 의지해서 땅으로 내려온다고 믿었다. 이를 의대(依代)라고 한다. 의대가 없으면 신은 내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정원에는 소나무를 심고 연극을 할 때는 무대 뒷면에 소나무를 그리는 것이다”

타다미치타로 교수의 이론대로라면 소나무는 신을 맞이하기 위한 신목(神木)인 것이다. 그러나 신이 나무를 타고 내려온다면 구태여 소나무여야 할 까닭은 없지 않은가. 한국의 무당집 앞마당에는 키 큰 대나무를 심어두는데 이 나무를 통해 신이 내려오는 것으로 믿은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구태여 신목(神木)의 뜻이라면 소나무 말고도 대나무 등 얼마든지 다른 나무가 있는 것이다.

   
▲ 일본의 가면극인 노(能)무대에 등장한 소나무(왼쪽), 대문 앞의 카도마츠

중국의 역사서인 《위지왜인전, 魏志倭人傳》에는 매실나무, 복숭아나무, 녹나무, 귤나무 등이 등장하는데 소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왜인전을 쓴 사람들이 당시 왜에서 소나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던 것이 일본의《고사기, 古事記, 712》에 소나무가 등장하고 일본 최고의 고대가요집인 《만엽집, 万葉集, 8세기》으로 오면 소나무는 자주 등장한다. 이후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에 오면 등나무, 매실나무, 버드나무 등과 함께 소나무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특히 소나무 가운데 아까마츠(적송, 赤松)는 불상의 재료로 쓰며, 정초에 새해 집 대문 앞에 세워 복을 비는 카도마츠(門松)나 일본의 연극 노(能)에서도 소나무가 등장한다.

소나무를 좋아하는 겨레를 들라고 하면 한국인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예부터 소나무를 사랑해왔다. 물론 일본처럼 신목(神木)까지는 아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삼줄에 소나무와 고추를 달아 부정을 막는 등 소나무가 일정한 악신(惡神) 퇴치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일 양국의 ‘소나무 사랑’을 더듬다보니 “일본인의 소나무 사랑은 오래된 회상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던 타다미치타로 교수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타다 교수의 ‘회상(回想)’ 이란 혹시 ‘회귀(回歸)’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담 일본인들의 ‘회귀’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