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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조선 청년, 왜 전범이 되었나?

제3회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공동기획 특별전

[그린경제/얼레빗 = 전수희 기자]

   
▲이렇게 잘 생긴 26 살 청년 조문상은 일제에 끌려가 포로감시원 노릇을 하다 전범으로 몰려 억울한 사형을 당했다.

너무나도 분주한 일생이었다
26년간 거의 꿈속에서 지내왔다
불꽃처럼 사라져버렸다

이 짧은 인생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왜 좀 더 살지 못했는가
비록 어리석고 불행한 삶일지라도
나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었더라면
좋을 것을
나는 자신의 죽음을 앞에 하고
내 것이라곤 거의 없음에 실망해있다 

스물여섯의 조문상 씨는 그렇게 유서 몇 줄을 남기고 사형장으로 끌려갔다.

김완근, 문제행 등 조선의 젊은이들이 일본인 신분으로 포로감시원 노릇을 하다 전범이 되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건은 비극 그 자체다.

 

   
 

제3회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공동기획 특별전인 ‘전범이 된 조선청년들’ 이 12월 8일까지 ‘한국인 포로 감시원들의 기록’이라는 부제로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서 전시되고 있다.

역사관 로비의 아담한 전시 공간은,

1. 동원, 포로감시원이 되다,2. 전범재판, 형무소에서의 날들,3. 출소, 생활과의 투쟁,4. 동진회, 함께 나아가다,5. 망각, 풀리지 않은 매듭’으로 전시실을 꾸몄는데 흑백사진과 당시 포로감시원이던 조선 청년들의 일기와 포로수용소 모습을 그린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

일제 침략전쟁이 동남아 일대까지 확산되던 1942년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은 군속 신분의 포로 감시원으로 동원되어 열대 각 지역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배치되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들은 조국의 독립과 귀국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전범으로 내몰렸다. 흔히 전범이라 하면 도조히데키 같은 A급을 떠올리지만 포로학대 등 전쟁법률을 어기거나 비인도적인 행위를 저지른 장교, 사병들도 B급, C급 전범자로 연합국의 군사법정에서 처벌 받았다.

그러나 일본군에 고용된 민간인 신분에 불과했던 한국인 군속들은 왜 전범이 되어야했는가? 이번 전시회는 그간 한국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외면당해 왔던 한국인 BC급 전범자 문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마련되었다고 역사박물관 측은 말한다.

   
 

이들 가운데는 또 다른 식민지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에 몸 바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까맣게 잊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존재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일본 거주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 모임인 ‘동진회’의 이학래 회장은 “죽기 전에 꼭 그들의 한을 풀어주고 명예도 회복시켜 줘야 합니다. 이건 민족의 존엄에 관련된 문젭니다. 친구들의 한을 풀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라고 피를 토하듯 말한다.

전시회장을 둘러보면서 식민지 조선의 아들로 태어난 아까운 젊은이들의 희생을 우리가 너무 등한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에는 당시 조선 젊은이들이 일본 군속으로 나가게 된 증언과 기록들이 사진과 함께 전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기록물 등이 공개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민족문제연구소, 서울역사박물관, 한국동진회, 동진회, 동진회를 응원하는 모임이 함께 열었다.

   
 

 

*전시장: 서울역사박물관 로비 , 무료
*12월 8일까지
*문의:02-724-0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