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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꽃샘추위》와 ‘북해도’

[맛 있는 일본이야기 221]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북해도(北海道)》란 책이 있다. 신촌(서대문구 창천동) 버티고빌딩 2층에 있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빌린 책이다. 이곳에는 일본전문도서관이 있어 국내에서 쉽사리 일본관련 책과 디브이디(DVD)를 접하기 어려운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공간이다. 강의용 디브이디를 빌리러 갔다가 신간 책꽂이에서 발견한 이 책은 지난 8월에 나온 책으로 ‘고향 문학산책’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연붉은 노을로 표지를 장식하고 아무 군더더기 없이 ‘북해도’라고 되어 있어 북해도의 무엇을 다루고 있나 하는 호기심이 있어 빌려왔으나 내용은 북해도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을 골라 일부를 싣고 거기에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더러더러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 《북해도(北海道)》책 표지

흔히 북해도라고 하면 겨울의 눈축제(유키마츠리)나 아이누 족을 떠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문학 속에 비친 북해도의 모습은 춥고 황량한 겨울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다.

라일락은 일본 원산지 나무가 아니다. 원산지는 터키반도에서 유럽남동부 발칸반도 일대다. 라일락은 영어 이름이고 리라는 프랑스 이름이다. 라일락의 일본 이름은 ‘무라사키하시도’지만 이렇게 말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삿포로 사람들은 모두 이 나무를 라일락 또는 리라라고 부른다.

“라일락이 홋카이도에 들어온 명치(明治) 중기에는 여러 가지 서양문물이 북해도에 들어 왔는데 포플러나무, 아카시아, 사과, 철도, 말(馬)……. 그리고 심지어는 사람들! 이 섬에도 일본(본 섬)에 들어온 새로운 것의 대부분이 동시에 들어 왔다. 거의 모든 것이 타국에서 들어온 것들로 가득한 삿포로 거리는 꽃조차 국화(일본 천황가를 나타내는 꽃)나 벚꽃(일본의 나라꽃)이 아닌 보랏빛 라일락이 더 잘 어울린다.”

이는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渡邊淳一)의 《라일락 꽃샘추위》에 나오는 구절이다. 꽃샘추위라 하면 한국에서는 3월을 떠올리기에 라일락꽃이 피는 5월의 꽃샘추위가 언뜻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5월 하순 북해도의 날씨는 한국의 꽃샘추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변덕스런 날씨다.

   
   ▲ 삿포로시(市)의 상징 라일락

‘라일락 꽃샘추위’라는 말도 생소하지만 명치중기(明治中期, 1889~·1904)에 많은 것들이 밀려들어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카시아나무와 사과나무조차도 이 시기에 들어 왔다는 말은 처음이다. 1971년에 나온 《라일락 꽃샘추위》라는 소설은 라일락꽃이 피는 계절의 남녀사랑을 그린 것이지만 라일락은 이후 삿포로시의 시목(市木)이 되었고 해마다 5월 하순이면 라일락잔치가 열린다. 뿐만 아니라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 사이를 달리는 특급열차 이름도 라일락이다.

이밖에도 《북해도(北海道)》에는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하코다테거리의 모습이라든지 아이누족을 4년간 취재한 이야기 또한 일본이 사랑하는 시인 구니키다독보(國木田獨步, 1871-1908)가 20대 때 이곳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다섯 달 만에 파탄을 맞은 이야기 등 일본인으로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제법 나온다. 그러나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척한 북해도의 역사나 관광입문서가 아닌 만큼 그런 기대감은 충족해주지 못한다. 다만 ‘고향 문학 산책’이라는 부제에는 충실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