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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계사년 일본 풍경

[맛 있는 일본이야기 222]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이제 곧 계사년 뱀띠 해는 가고 갑오년 말띠 해가 온다. 저물어가는 길목의 일본 분위기는 어떨까? 아직 12월 초라 연말 분위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길거리나 슈퍼에 가보면 슬슬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후쿠오카 도심 빌딩에도 망년회(忘年會)니 망신년회(忘新年會) 같은 펼침막과 선간판이 내걸리는 것을 보니 올 한 해도 다 갔구나 싶다. 뿐만 아니라 저녁 시간이 지나 밤 9시 무렵 상점가 술집 앞에는 망년회를 마친 것인지 십여 명씩 방금 술집에서 나온 홍조 띈 얼굴의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 술집마다 "망신년회(忘新年會) " 같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어디에나 사람 사는 곳에는 비슷한 정경이지만 특히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연말연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식문화”이다. 지난 주말 후쿠오카에서 2시간 여 거리인 오이타(大分)에 갔을 때 들린 슈퍼에도 일본만의 독특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물씬 느끼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먼저 슈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메카자리(注連飾り)”다. 시메카자리는 보통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집 대문에 달며 다가올 한해의 액운을 막고 새해 복을 비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듬해 1월 7일 또는 15일에 뗀다. 또한 “카도마츠(門松)”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새해에 집 대문이나 상가 앞에 세워두고 집안 또는 상업번성을 비는 장식물이다.

   
▲ “카가미모치(鏡餠, 왼쪽)”와 “시메카자리(注連飾り)”

   
▲ 연말연시 상품을 파는 대형 슈퍼마켓 모습

또한 눈사람 모양 흰 찹살떡을 포장해놓은 앙증맞은 “카가미모치(鏡餠)”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카가미모치는 거울떡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여기서 거울은 고대로부터 신기(神器)의 하나로 다룰 만큼 소중한 물건이며 떡 또한 제례 때 쓰던 음식이다. 오늘날은 흔해 빠진 게 거울이지만 고대의 거울을 상징하는 카가미모치는 새해를 맞아 집안에 장식(장식이라고 하기 보다는 진설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지 모른다) 해놓음으로써 신에게 집안의 무사안녕과 행운을 비는 뜻으로 집집마다 장식을 한다.

예전에는 집에서 떡을 만들었지만 오늘 날은 크기를 달리하여 장식하기 알맞게 포장해서 팔기 때문에 별 수고로움 없이 사서 쓸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엔기모노(緣起物)”라고 하는데 좋은 인연을 일으켜 항상 재수가 좋고 행운이 넘치라는 뜻으로 일본에서는 주로 연말연시에 이러한 물건들을 집안에 들이는 풍습이 있다. 11월 말만 되어도 크리스마스 장식물이 넘치는 한국에 견주어 일본은 성탄분위기 보다는 대대로 이어오는 집안 장식물을 파는 곳이 이방인의 눈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