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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랜 수절 생활을 시로 승화한 남정일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650]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어린 계집 종년의 나이는 열넷 / 걸어서 친정 부모 뵈오러 간다하네 / 슬프다. 나는 규중에 살거니 / 언제나 부모님 뜰을 지나리” 이는 남정일헌(南 貞一軒, 1840~1922)이 쓴 ‘친정부모를 뵈러 가는 계집종을 보내며’라는 시입니다. 남정일헌은 숙종 때의 학자이며 정치가인 남구만(南九萬)의 7대 손으로 성대호(成大鎬)에게 출가하였으나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며 82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와 문장을 지었던 여류문인입니다.

   
▲ 《정일헌시집(貞一軒詩集)》

남편을 일찍 여의고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하여 양자를 들였으며 양자인 성태영(成台永)은 어머니가 쓴 시와 문장을 《정일헌시집(貞一軒詩集)》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여기에는   오언절구 1수, 칠언절구 6수, 율시 50수를 포함하여 모두 57수가 수록되어 있고, 산문으로 제문 1편이 들어 있지요. 부록으로 아들 성태영이 쓴 <선고비합장묘지(先考葬墓誌)>와   이건창과 이건승이 보낸 편지도 들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남정일헌의 외가 동생들입니다.

남정일헌은 오랜 수절생활에서 오는 슬픔과 여러 감상들을 시 속에 담았으며 번듯한 집안의 규수로서 집안의 규범을 노래한 가훈적인 작품도 많이 썼습니다. 특히「태극(太極)」이라는 시에서는 보통 여류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천지만물의 이치와 이기(理氣)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지요. 또한 자연을 소재로 한 시로 사계절을 노래한 춘하추동과 한식, 삼짇날, 초파일 같은 절기에 관한 한식견회(寒食遣懷)와 삼일즉사(三日卽事), 팔일관등(八日觀燈) 같이 일상생활을 엿보면서도 남정일헌 만의 높은 식견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의 시도 남겼습니다. 현재 이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