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우리 겨레는 참으로 슬기로운 민족이었습니다. 특히 발효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에서 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발효음식을 만드는 데는 옹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어쩌면 김장문화도 옹기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지도 모릅니다. 숨 쉬는 옹기는 참으로 과학적인 그릇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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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오가리" (아산 <옹빔박물관> 제공) |
여기 옹기 가운데 좀 더 특이한 항아리가 있습니다. 바로 겹오가리가 그것인데요. 항아리 위쪽에 그냥 뚜껑이 덮이는 것이 아니라 위 부분에 그릇을 하나 엎어놓은 듯합니다. 그리고 엎어놓은 그릇과 원래 항아리 사이에는 마치 도랑을 파 놓은 것처럼 홈이 파져 있고 거기엔 물을 붓게 되어 있습니다. 물을 부으면 성 둘레에 도랑(해자)을 파놓으면 적이 성 안에 침투할 수 없는 것처럼 벌레가 항아리 안에 들어갈 수 없게 되지요. 고추장, 된장 항아리에 쓰일 수 있는 그릇입니다.
겹오가리는 또 술을 빚는 도구로도 씁니다. 증류주를 만들 때 역시 이 도랑에 찬물을 부으면 항아리 안에 알코올이 맺혀서 떨어지도록 한 원리지요. 겹오가리란 겹으로 나뉜 항아리라는 뜻으로 붙은 이름입니다. ‘오가리'는 항아리를 전라도 쪽에서 부르는 말이지요. 이 겹오가리는 충남 아산의 옹빔박물관과 경기도 포천의 전통술박물관 산사원, 경남 양산의 양산대학 민속옹기박물관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