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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신라에서 건너간 천일창과 후쿠오카 다자이후텐만궁

일본 최고의 학문의 신을 모시는 후쿠오카텐만궁 답사 2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전국적으로 12,000개의 말사를 거느린 텐망궁(天満宮)신앙은 교토시의 기타노텐만궁(北野天満宮)과 후쿠오카의 다자이후텐만궁(太宰府天満宮)이 서로 경쟁하듯 그 유명세를 다투고 있는데 교토에서는 기타노텐만궁(北野天満宮)이 총본사라고 하고 후쿠오카에서는 다자이후(大宰府天満宮) 텐망궁이 스스로를 총본사라고 한다.

 총본사란 원래 한 곳을 말하는 것일 텐데 양쪽이 모두 총본사라고 하면 대관절 그 기준이 규모로 말하는 것인지 역사로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후쿠오카의 경우는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교토에서 좌천되어 억울한 심정으로 죽어간 곳에 세운 사당이고 교토는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대활약 하던 곳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면 될 것이다.

   
 ▲ 일본 전국에 퍼져 있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를 모시는 사당 군마현, 가가와현. 도치기현, 야마구치현의 텐망궁신사(시계방향)

 서로 총본사라 하는 것은 그만큼 스가와라를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총본사’라는 타이틀로 참배객이나 수험생을 한 명이라도 더 끌고 싶은 욕심도 현실적으로 있을 테니 그것은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다만 1300여 년간 ‘천신(天神)’으로 떠받들며 철마다 제사를 잊지 않고 지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만일 스가와라 미치자네라는 인물이 조선 땅에서 활약을 했다 하자. 과연 1,300여 년간 전국적으로 그를 떠받드는 사당이 남아 있었겠는가! 한국의 사당은 문중 간에 중요한 것일 뿐 신(神)이 되지 않는다. 최영장군 같은 분은 일부 무속인들이 신으로 받들지만 그것은 일부 계층에서만 받들 뿐이다.

   
 ▲ 후쿠오카 텐만궁 뜰의 매화와 스가와라의 매화 시비

 고급종교라는 불교가 한반도를 한번 휩쓸고 이어서 유교가 600여 년간 휩쓸어낸 자리에 이번에는 유일신 사상의 기독교가 자리하고 있다. 스가와라 같은 인물이 절대 신으로 모셔질 여지가 없는 구조이다. 그나마 1,000여 년 전 일본 땅으로 건너간 한반도 출신의 유명한 분들은 불교니 유교, 기독교 따위에 마음을 내놓지 않는 일본인들의 외고집 덕분에 지금도 사당(신사)에서 착실히 모셔지고 있는 것이 흥미로울 뿐이다.

일본 전역에 8만여 개의 신사에서 모시는 신은 일부 일본인을 빼고는 그 원류가 한반도계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고대 한국과 관련된 곳이 허다하다. 오히려 순수한 일본인을 모시는 신사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일본에는 고대 한국관련 신사가 많다.

   
 ▲ 후쿠오카 텐만궁의 황소동상(왼쪽), 교토 기타노텐만궁의 황소동상(오른쪽)

 텐만궁(天満宮) 신사의 특징은 검은 황소상이 신사 입구에 놓여 있는 점이다. 황소상은 전국 텐만궁 신사의 상징이지만 그 내력을 모르는 이방인들에게는 다소 생뚱맞은 정경일 것이다. 흰두교의 성지인가? 웬 황소동상들이 이리도 많은가? 싶은 느낌이 들것이다. 크고 작은 황소동상들이 경내에 납작 엎드려 있다. 주신(主神) 스가와라 미치자네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대대로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18살에 관리등용 시험에 합격한 뒤 조정에 들어가 886년 시코쿠(四國)의 사누키구니(讚岐國, 지금의 가가와 현‘香川縣’)의 통치자로 임명된다. 4년 동안의 지방관리를 마치고 890년 교토로 돌아온 그는 우다천황(宇多天皇)에 의해 중요한 직책에 임명되었는데, 천황은 그를 이용해 강력한 호족 후지와라 씨(藤原氏)의 세력을 견제하고자 했다.

899년에는 우다의 아들인 다이고천황(醍醐天皇)이 선친의 유언에 따라 그를 중용하여 우대신(右大臣)에 임명했다. 그러나 조정 안에서는 그의 급속한 승진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다이고천황은 선친처럼 뚝심이 없이 그만 후지와라 씨 편에 서고 만다. 901년 스가와라의 정적(政敵)인 후지와라 도키히라(藤原時平)의 중상모략으로 천황은 스가와라가 반역을 꾀했다고 믿고 그를 큐슈(九州)의 한 관리로 좌천시키는데, 이는 중앙에서 잘 나가던 관리 처지에서 보면 유배와 다름없는 일이었다.

 동풍이 불거든 너의 향기를 보내다오. 매화여 !
주인이 없다 하여 봄을 잊지 말아라.

 이 시는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901년 교토에서 큐슈 다자이후로 좌천되어 귀양살이를 떠나기 전, 교토 고향집 정원에 아끼던 매화를 보며 지은 이별의 시다. 유배지나 다름없는 지금의 후쿠오카 다자이후(大宰府)로 내려간 스가와라는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나라의 안위와 천황의 건강을 빌면서 유배지에서 단 한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한 스가와라를 기다리던 교토의 부인은 남편을 그리다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데 좌천 2년째이다.

   
▲ 텐만궁 안의 기도 접수처
   
▲ 소원을 적어 매다는 에마(繪馬)

부인의 사망소식을 듣고 병이 깊어져 스가와라는 58살의 나이로 903년 2월 25일 흰 매화꽃이 지듯이 세상을 하직하고 만다. 그의 사후 시신을 교토로 옮기려 했으나 우마가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음으로 그곳에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그 뒤 음모의 주역인 후지와라를 포함한 주변의 여러 세력가가 모두 비명횡사를 당하게 되자 조정에서는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혼령이 노하여 일어나는 일이라 여겨 그의 묘소에 사당을 짓고 그의 혼령을 달래는 제사를 지내게 된 것이 후쿠오카 다자이후(大宰府)에 있는 천만궁의 유래이며 이때부터 스가와라의 사당에 황소동상이 등장한다.

 스가와라의 시신을 싣고 가던 황소마저도 하늘의 뜻을 아는 영물임에랴! 이에 감동한 일본국민들은 스가와라의 높은 학덕을 추앙해 천만궁 입구에 황소 동상을 세워두었는데 황소의 뿔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찾아든 관광객들로 황소 동상 앞은 언제나 사람들로 들끓는다.

   
▲ 텐만궁으로 들어 가는 도리이(신성한 구역임을 나타내는 표시 대문)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학자와 관리로서 뿐만 아니라 방대한 시와 산문을 지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간케분소(管家文草)〉·〈간케코슈(管家後集)가 있으며 역사 편찬에도 참여해 <루이주코쿠시(類聚國史)>와〈일본삼대실록(日本三代實錄)>에도 관여하는 등 58살의 삶을 치열하게 살면서도 매화와 국화를 사랑하며 주옥같은 글을 남긴 자랑스런 한국인의 후예다.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병마와 싸우다 죽어간 스가와라는 그의 육신을 매미 허물 벗듯 벗어버리고 영원히 추앙받는 학문의 신으로 일본 땅에서 추앙받고 있다. 지난주 찾은 다자이후 텐망궁은 한국의 늦가을 날씨처럼 청명했고 경내의 분수가 경쾌하게 물을 뿜고 있었다.

     
   
▲ 늦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경내
 

 매화철이라면 경내에 심어놓은 수많은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겠지만 아직 매화가 피려면 겨울을 기다려야 한다. 학자로서 문장이 반듯하면서도 매화와 국화를 사랑한 사람 신라인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우리의 영원한 조상이자  벗이요, 시인이자 학자다. 누구든 일본 전국에 산재한 스가와라 사당(신사)엘 들리게 되면 고개 숙여 그 후손됨이 부끄럽지 않게 되길 빌 일이다.

 惜 秋 秋 不 駐 가을을 아쉬워해도 머물지 않고
思 菊 菊 裁 殘 국화를 사랑해도 국화는 다 졌네.
物 與 時 相 去 만물과 시간이 더불어 가니
誰 厭 徹 夜 看 뉘라서 밤새워 보기를 아니 하리.  <끝>

★ 찾아가는 길★
<후쿠오카 다자이후텐만궁>
니시테츠 타자이후선( 西鉄太宰府線) 을 타고 타자이후역(太宰府駅)에서 내리면 바로 텐만궁으로 가는 상점가가 나온다.

<교토 기타노텐만궁>
JR교토역(京都駅)에서 시영버스 50번, 101번 타고
키타노텐만궁 앞(北野天満宮前)에서 내린다.

   *학문의 신 '스가와라노미치자네'는 '노'를 빼고 '스가와라미치자네' 라고도 발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