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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의 명물 땡땡 전차의 추억

[맛 있는 일본이야기 229]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도쿄 오오츠카역(大塚驛)에서 와세다대학까지는 동경 순환선인 JR야마노테선(山手線)을 타면 그만이지만 이 역에는 이 전철 말고도 1량짜리인 이른바 땡땡 전차가 서는 곳이라 나는 학교에 가는 날이면 이 전철을 타고 다녔다. 옛날에 경성시내를 달리던 전차 같은 분위기의 이 전차는 달랑 1량짜리로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바시까지 달리는 전차로 정식이름은 토덴아라카와센(都電荒川線)이지만 동경 사람들은 이를 땡땡 전차(일본말로는 친친덴샤 ‘ちんちん電車’)라고 불렀다.

철로 곁이 바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라 행여 철로로 뛰어드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운전사가 땡땡(친친)하고 벨을 울려 붙은 이름이다. 서울에서 전차가 모두 사라지고 지하철과 전철이 들어섰듯이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특이하게 일본에는 이런 땡땡 전차(노면전차, 路面電車)가 전국적으로 그 시대의 낭만을 지우기 아쉬운 듯 여전히 달리며 사랑받고 있다.

   
▲ 동경의 명물 땡땡전차는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바시까지 달린다.

홋카이도나 가마쿠라 그리고 교토의 광륭사 등에서도 1량짜리 전차를 만날 수 있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옛 정서를 자아내는 ‘추억의 낭만 전차’ 일 수 있겠지만 도쿄의 땡땡 전차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발이 되고 있는 엄연한 교통수단이다.

학교를 가지 않는 날에도 나는 이 땡땡 전차를 타고 다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와 반대 방향에 있는 니시닛포리역을 오가던 추억이다. 그때 나는 지인의 소개로 한국에서 갓 건너온 장씨 부부에게 일본말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름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 장씨 부부는 이른바 불법체류자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부도로 건너와 비교적 집세가 싼 이곳에 주거지를 정했지만 일본말이 서툴러 고생을 하던 참이었다.

도쿄에서도 낡은 집들이 유난히 많고 골목도 좁았던 곳에 들어서서 굽이굽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장씨 부부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이 나왔다. 장씨 부부는 아주 기초적인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나는 오십대 중반의 부부를 앞에 놓고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하도록 했다.

그렇게 한 두어 달이 지났을까? 하루는 장씨 부부가 나를 불러 세우더니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일본 집에서 날씨가 더운 여름날 문을 열어 놓고 일본말을 따라 읽게 했는데 그것이 시끄러워 일본인인 이웃주민이 파출소에 신고를 해버린 것이었다. 물론 경찰이 나와서 장씨 부부를 조사하고 불법 체류를 점검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 장씨 부부는 일본말 공부를 중단했다.

두어 달 배운 일본어로 일본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해갔는지 그 이후 장씨 부부 소식은 끊어졌다. 그리고 나도 와세다대학에서 귀국 해버려 그들과의 소식은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종종 도쿄에 가게 될 때면 땡땡 전차가 지나는 길목에 서서 니시닛포리의 장씨 부부와의 인연을 떠올리곤 한다. 벌써 14년 전 일이니 장씨 부부도 이젠 육십 대가 훌쩍 지났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