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김슬옹 교수] 우리는 돌아가신 조상님을 기리기 위해 제사를 지낸다. 어떤 분인가를 밝히기 위해 종이로 만든 신주인 지방을 써 놓고 절을 한다. 이 지방이 지금 눈으로 보면 어색한 한문으로 되어 있다. 돌아가신 조상에 대해 소상히 모르는 상태로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있는데 제사상을 받으시는 조상과 제사를 올리는 후손이 소통이 잘 안 되는 그런 글귀로 되어 있다.
지금 보통의 자방을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일 경우 각각 “顯祖考學生府君神位, 顯祖妣孺人 000氏神位”라고 쓴다. 할아버지인 경우 벼슬을 안 지냈다고 '학생(學生)'이란 말이 붙어 있고 할머니는 벼슬하지 못한 남자의 부인이라는 뜻으로 '유인(孺人)'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학생(學生)'은 말광(사전)에 “생전에 벼슬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명정(銘旌) 등에 쓰는 존칭”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존칭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유인(孺人)'도 말광에 “생전에 벼슬하지 못한 사람의 아내의 신주나 명정(銘旌)에 쓰던 존칭”이라고 나오지만 “학생”과 마찬가지로 존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극소수만이 벼슬을 할 수 있었던 시대의 관습을 우리말 구조도 아닌 한문 구조, 그것도 한자 표기로 내걸고 절을 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제사, 무엇을 위한 제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민중 유교 연합’과 ‘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 같은 곳에서 “훌륭하신 옛 00 할아버지 얼내림자리, 훌륭하신 옛 00 할머니 000 씨 얼내림자리”와 같이 우리말로 풀어 한글로 쓰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정말 조상을 제대로 모시는 멋진 지방이 아닐까? (또는 “할아버님 신위, 할머님 연안 김씨 신위”와 같이 쓰기도 한다. )
또 한 가지 보통 지방은 한문이었기 때문에 세로로 쓰는데 이참에 한글로 된 지방을 가로로 쓰고 추억이 담긴 사진을 붙여 놓으면 더 좋을 듯 싶다. 또 이런 식으로 쓰면 집안마다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달리 쓸 수도 있고 한자와 한문 지식에 상관없이 온 식구가 소통하며 조상을 기릴 수 있다. 이번 설날부터 바꿔 보자.
▲ 한글지방 2 (청농 문관효 서예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