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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김지섭, 이봉창 의사를 기억하며 도쿄 사쿠라다문 주변을 거닐다.

[그린경제/얼레빗 = 도쿄 이윤옥  기자] 3월 9일의 도쿄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마치 가을의 어느 날처럼 말이다. 히비야역에서 내려 황거 뜰을 들어서니 전형적인 일본 소나무 정원이 펼쳐진다. 삼십 여 년 전 지방에서 올라온 일본인들과 함께 처음으로 ‘하토버스(하토란 비둘기를 뜻하며 1일 동경 관광버스)를 타고 황거를 들렀을 때 가이드가 말하길 “이곳은 천황폐하가 사시는 곳으로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와보는 곳”이란 말이 지금도 선명하다.

 

   
▲ 벚꽃 천지라해서 붙은 사쿠라다(櫻田)에 세운 문이라 사쿠라다문이라 부르며 이 문을 다른 말로는고려문이라 부른다. 이 앞에서 이봉창 의사가 일왕의 귀가를 기다리다 폭탄을 던졌다.

 이후 일본 답사팀을 이끌고 거의 해마다 들리다 시피하는 황거(皇居)는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그것은 일본인들과 다른 감회일 것이다. 식민지 청년 이봉창과 김지섭 의사가 폭탄을 던져서라도 일제의 조선 침략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그 거룩하고 숭고한 마음은 한 시대 신문에 난 한 장의 기록을 뛰어 넘어 이제는 역사의식을 제대로 갖춘 한국인이라면 동경 방문 길에 누구나 그 현장을 가보고 싶도록 만들었다.

 

   
▲ 고려문으로 들어가서 다시 문을 더 지나야 황거의 이중교에 갈 수 있다(히비야역에서 나오면 반대로 황거의 이중교를 보고 고려문쪽으로 나온다.)

 

   
▲ 일왕이 사는 황거 앞 이중교(니쥬바시) 앞에서 김지섭 의사가 폭탄을 던졌다

 안동 출신 추강 김지섭 의사는 1919년 3·1운동에 참여하고 중국으로 망명한 뒤 의열단에 가입해 상하이, 베이징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다. 이후 김 의사는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제의 조선인 학살을 보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요인을 암살하기로 마음먹고 일본으로 향했다. 석탄운반선에 몸을 숨긴 김지섭 의사는 열흘간의 고된 항해 끝에 1923년 12월 30일 후쿠오카에 도착한다.

일본에 간 목적이 제국의회에 참석하는 일본 총리 따위 요인을 처단하기 위해서였지만 “제국의회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이에 따라 거사 계획을 바꿔 일왕의 궁성 곧 황거를 폭파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 예전에 에도성이었던 황거는 외사쿠라다문과 내사쿠라다문이 있으며 외사쿠라다문은 다시 고려문(高麗門)과 도로문(渡櫓門)이 있다. 이를 거쳐야 황거로 갈 수 있다.

 1924년 1월 5일 관광객 틈에 몸을 숨긴 채 김지섭 의사는 궁성의 이중교(니주바시, 二重橋)를 향해 폭탄 3개 힘껏 던졌다. 그러나 습기를 머금은 폭탄의 불발로 거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황거를 폭파하려는 조선 청년의 행동에 일제는 놀라워했고 바로 코앞의 경시청 경찰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김 의사는 현장에서 붙잡혀 재판을 받았는데 재판정에서 “조선 사람은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최후의 한 사람, 최후의 순간까지 항쟁할 것이다. 사형이 아니면 나를 무죄로 석방하라”고 외칩니다. 선생은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죽음 아니면 무죄를 주장했기에 구차하게 목숨을 구하지 않겠다.”라며 변호사의 상고를 말렸다. 그 뒤 복역 중 김지섭 선생은 1928년 2월 20일 뇌일혈로 지바(千葉)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김지섭 의사의 의거 장소 바로 곁에는 황거로 들어오는 고려문이 있는데 이봉창 의사는 이곳에서 천황을 향해 폭탄을 던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려문’이라는 표지는 없었는데 이번에 들러보니 산뜻하게 글씨도 선명한 “고려문”이라는 작은 돌새김돌이 세워져있어 무척 기뻤다. 도쿄를 여행하는 길이라면 다른 어떤 곳도 좋지만 김지섭, 이봉창 의사의 의거 장소인 황거를 찾아 그들의 헌신적인 나라사랑 정신을 새겨보면 어떨까, 권해본다.

   
▲ 히비야 역에서 나오면 황거의 이중교(니쥬바시)로 가는 표지가 서있다.

  *찾아 가는 길:  황거(皇居)로 접근하는 길은 여러 방법이 있으나 한군데를 소개하면 히비야선(日比谷線)의 히비야역(日比谷驛)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닿는다.

 

*한자는 모두 구자체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