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조판형기자] 변산바람꽃이 지난 가을 낙엽을 이불삼아 북서풍과 폭설을 고스란히 견뎌낸 설운 이야기는 가슴에 품은 채, 하늘하늘 돌 틈새로 땅이 만든 봄눈이거나 땅속 선녀처럼 눈부시게 올라온다. 변산바람꽃이 한국특산종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전북대학교 선병윤(宣炳崙)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채집해 발표하면서부터이다.
▲ 변산 바람꽃 |
▲ 변산 바람꽃 |
학명도 발견지인 변산과 그의 이름이 채택되어 Eranthis byunsanensis B.Y. Sun으로 표기한다. 봄꽃이라는 뜻의 Eranthis와 발견된 지명인 변산(byunsanensis), 그리고 발견자인 선병윤(B.Y. Sun)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변산바람꽃은 제주도 거문오름을 비롯한 한라산 일대와 안양 수리산, 설악산 그리고 울산, 돌산 등지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특히 경기도 안산시 풍도에는 발에 밟힐까 염려하며 걸어야할 정도의 넓은 군락지가 알려지고 있다.
내변산에도 가마소, 와룡소계곡과 운호계곡 등에 자생한다. 변산바람꽃의 키는 고작해야 10cm 남짓, 꽃 크기는 50원짜리 동전만하다. 양지 부엽토가 낙엽에 잘 보존된 지역에 덩이뿌리를 감추고 있다가 부안지방을 기준으로 2월 중순경 개화를 한다. 먼저 줄기와 우리가 꽃잎이라 착각하고 있는 5-6장의 흰색 꽃받침이 나오고, 그 꽃받침 안에 사진속의 초록색 깔때기 모양의 꽃잎(4-10장)이 주변의 흰 수술과 함께 솟아오르며 개화시간이 길어 석양까지도 한들거리는 꽃을 볼 수 있다.
유일하게 변산의 지명을 학명으로 담고 있는 변산바람꽃은 관심있는 사람들만의 몫이다. 기다림, 순결이라는 꽃말은 가진, 봄을 처음 여는 예쁜 소녀같은 꽃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진=안양 수리산 변산 바람꽃 군락지에서>
▲ 변산 바람꽃 |
▲ 변산 바람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