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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재일한국문인협회 문예지 “한흙(大地)” 21돌에 부쳐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인간은 그것이면서 그것이 아니다고
우기면서 사는 사랑 고집이다”  -사랑과 인생 가운데 ‘신시성’-

 《한흙 제54호》에서 신시성 시인은 “인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그런가 하면 김리박 시인은, “어릴 때 구들방서 먹던 찬국수/ 어머니 손맛 묻은 그 맛은 어디 갔고 / 옛 동무 하나만 남아 둘이서 호르르” 라는 시로 고향의 향수를 읊고 있다.

 

   
▲ 한흙(大地) 표지
재일한국문인협회 회장인 김리박 시인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문예지 《한흙》은 1992년 창간이래 2013년 12월로 스물한 해를 맞이했다. 그러고 보니 어엿한 처녀로 성장했다. 기자가 《한흙》을 만난 것은 5년 전이다. 그때 기자는 교토 속의 한국문화답사 취재 길이었는데 교토에서 한국인보다 더 철저히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교토 후시미에 있는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선생의 서재에는 한국인보다 더 많은 한국 관련 책이 있었고 그 가운데는 한글과 한국어 관련 책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는 선생의 한글사랑을 여실히 뒷받침해주는 것이었다. 그걸 입증하듯 선생의 직함 또한 “대한민국 한글학회 간사이지회지회장 (関西支会支会長)”, “대한민국 문화관광부 한국어지킴이(2006)” 등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활동을 맡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리박 시인은 우리토박이말을 목숨처럼 아끼며 재일동포로 살아온 칠십 평생을 한올한올 씨실과 날실로 엮은《삼도의 비가》등 기념비적인 시집도 십여 권 낸바있다. 특히《삼도의 비가》는 60만 재일동포의 눈물겨운 노정이요, 한국인의 혼을 일본땅에서 올곧게 간직해온 기록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한흙》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2013년 12월로 21돌을 맞는 《한흙 제54호》에는 신시성 시인의 “사랑과 인생”, 김리박 시인의 장편 서사시 “새빛 (新光)”, 우에노미야코 시인의 윤동주 시 번역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한룡무 시인의 “매미의 울음” 등이 실려 있으며 홍명미 씨와 오카지마 씨의 편지글도 실려 있다.

   
▲ 어려운 가운데 한흙을 21년 째 만들어 온 김리박 시인

 아울러 우에노 시인의 히에이산 답사기로 “청해진대사장보고비”에 대한 수필도 실려 있는데 해상왕 장보고의 도움으로 당나라 유학을 무사히 마친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794~864)의 유명한 《입당구법순례기》에 해상왕 장보고 이야기를 소개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제 567돌 한글날 경축식이 있었던 서울의 표정도 취재기사로 실었다. 특히 지난 567돌 한글날에는 김리박 시인이 한글학회(회장 김종택) 공로상을 받은 소식도 실렸는데 이러한 모국의 활동소식은 재일본문인협회 회원들의 자극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 모국에서 맞은 567돌 한글날 사진 기사
비록 크고 화려한 양장본의 문예지는 아닐지라도 재일한국문인협회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재원을 조달하여 주옥같은 작품을 스무 한해 째 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성이 있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기록하지 않는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재일교포문인이라는 사명감으로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한흙》을 만들어 내고 있는 김리박 시인과 회원들께 큰 응원의 손뼉을 쳐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문예지가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를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흙》은 한글과 일본어로 구성되어있다.

 재일한국문인협회 발간 문예지《한흙》문의
*일본: 075-641-6841
*한국: 02-733-5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