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양승국 변호사] 2014년 1월 초에 의뢰인을 방문하기 위해 춘천시 서면 현암리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서면이 박사가 많이 나왔다는 박사마을이더군요. 그래서 온 김에 박사마을 선양탑을 둘러보았습니다. 선양탑에 새겨진 이 마을 출신 박사들의 명단을 보니 이 조그만 마을에서 무려 138명의 박사가 나왔군요. 그리고 명단을 새겨 넣은 대리석의 옆면은 비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박사들의 명단을 채워 넣기 위해 비워둔 것이겠지요. 박사들 명단을 살펴보니 낯익은 한승수 국무총리의 이름이 보이는데, 한승수 총리는 이 마을에서 3번째로 박사 학위를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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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모를 쓴 박사마을 선양탑 |
선양탑에는 박사마을답게 박사 모자를 올려놓았고, 또 탑 하단의 대리석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박사마을」서면! 춘천에서는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곳,
바로 눈앞에 춘천 시가지가 펼쳐져 있지만 북한강이 가로막아 도도히 흐르고, 뒤로는 고산 준령이 솟아 교통이 늘 불편하기만 했던 곳, 그래서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했고, 참을성과 진취성이 강했던 주민들,
자신들만은 보다 살기 좋은 곳,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힘겨워도 더 많이 가르치고 또 배워야 했기에 어느 곳 보다도 교육열이 높았던 마을,
학자금 마련을 위해 어머니들은 산나물과 채소를 광주리에 이고 내다 파느라 하루해가 짧았고, 아버지들은 원예작물 재배에 힘써 뒷바라지하기를 낙으로 삼으니, 앞집, 뒷집, 이 동네 저 마을에서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으며 그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생략)
그렇지요.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 큰 인물이 나오는 것이지요. 이런 박사마을이기에 <박사마을 회보>도 발행하고, 또 후손들에서 계속 박사가 나올 수 있도록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때 이곳 박사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탈 때에는 신혼여행 가기 전후에 박사마을을 들른 신혼부부들도 많았더군요. 후후! 박사마을의 기를 받아 자기네 2세도 똑똑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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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마을에 세워진 독립투사 이준용, 한용섭 선생 기념비 |
선양탑 뒤에는 독립투사 이준용, 한용섭 선생 기념비도 있습니다. 기념비에는 이준용 선생이 옥중에서 한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땅은 내 땅이로되 나라를 잃었으니 주인은 나그네 되고 나그네는 주인 되었네. 내 모든 것 혼을 부어 자주 독립 밑거름하니 광복의 그날이 오면 춤을 추세 춤을 추세."
당연히 이곳 출신 독립투사이니 여기에 기념비를 세운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준용 선생이 이곳 출신인 것은 맞지만, 한용섭 선생은 사북면 출신으로 이곳 서면 방동리에 정착하여 배일사상을 펼쳤다는군요. 이준용 선생은 동학 농민 의병군에 참여하여 의병활동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토지 2만여평을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바쳤답니다. 그리고 삼일 만세운동 때에는 천도교 춘천 교구장으로 만세를 불렀는데, 이를 진압해야 할 헌병보조원 허현도 이에 감동하여 총을 버리고 같이 만세를 불렀답니다. 선생의 인품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이군요. 이준용 선생의 이런 활약상에 비해 한용섭 선생에 대해서는 홍천읍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고 간단하게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이준용 선생이 토지 2만여 평을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댈 정도이면 거부(巨富)였을 텐데, 선생도 농민들이 들고 일어난 동학 혁명에 참여하였었군요. 농민들이 들고 일어난 혁명운동에 이런 거부가 참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분이기에 천도교 춘천교구장까지 했겠군요. 춘천에는 이곳 말고도 두 분 선생을 기리는 망제탑이 퇴계동에 있는 국사봉(204m) 정상에 있답니다. 이분들을 위한 기념탑이 왜 산 꼭대기에? 고종이 승하하였을 때 두 분이 주도하여 춘천의 선비들이 국사봉에 올라, 고종의 승하를 애도하는 망제를 올렸었답니다.
그렇군요. 오늘도 의뢰인을 찾아왔다가 의뢰인을 만난 것 외에 박사마을과 독립투사 이준용, 한용섭 선생에 대해 알고 갑니다. 이런 쏠쏠한 재미 때문에, 요즈음은 어디 지방에 가게 되면 '근처에 뭐 찾아볼 곳은 없는가' 검색을 해보게 됩니다. 다음에는 또 어디서 새로운 보물을 캐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