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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엔 입에 쓴 보약 '씀바귀'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21]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사람의 혀에는 3,000~1만 개의 맛세포(미각세포)가 있다. 부위별로 감각을 느끼는 종류도 달라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의 목구멍 쪽, 짠맛은 혀끝, 단맛은 혀 전체에서 느낀다. 45살을 전후로 미각세포는 줄어들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진다. 어르신들이 짜고, 맵고, 달콤한 자극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탄고토(甘呑苦吐)” 곧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갓 태어난 아기도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단맛은 대부분 칼로리가 높아 에너지원이 되지만 쓴맛에는 독(毒)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쓴맛에 훈련되고 적응되어 도저히 써서 못 먹을 것 같은 에소프레스 커피까지 마시게 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쓴맛을 즐긴다. 쓴맛은 염증을 다스리고 굳히는 작용과 건조시키는 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오장보사지법(五臟補瀉之義)’에 습(濕)을 싫어하는 위장과 늘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고 했다.  

또한 쓴맛은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두릅, 고사리, 고들빼기, 쑥, 상추, 커피, 은행, 돼지간, 복숭아씨, 녹차 등은 쓴맛 나는 식품들이다. 한의학에서 오미(五味) 곧 산(酸)·고(苦)·감(甘)·신(辛)·함(鹹)은 땅의 기운에서 온 것이므로 생산지 환경에 따라 맛에 차이가 크다. 똑같은 나물이더라도 야생에서 자란 것과 하우스시설에서 재배한 나물은 향은 물론이고 고유의 맛에도 영향을 준다.  

   
▲ 씀바귀나물 ⓒ지명순

그중에서도 씀바귀의 쓴맛은 확연하게 느껴진다. 한문에서 고(苦)는 씀바귀를 지칭하는 말로 고채(苦菜)라 부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씀바귀는 성질은 차고 맛은 쓰다고 했다. 오장(五臟)의 나쁜 기운과 위장의 열기를 없애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며, 잠을 덜 자게하고 부스럼 등 고치기 어려운 피부병을 낮게 하고 씀바귀 줄기에서 나오는 흰 즙을 사마귀에 찍어주면 사마귀가 저절로 떨어진다고 했다.   

과식하면 양기가 줄어들고 위장이 냉해지므로 평소 몸이 냉한 사람은 오랫동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쩌다 나물로 먹는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씀바귀는 단백질과 칼슘, 인, 철분 비타민A가 풍부하며, 쓴맛은 플라보노이드(Flavonoid)계 성분으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혈당을 낮추며, 콜레스테롤 배출, 면역증강, 항산화효과, 박테리아 증식억제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연구·발표됐다.  

씀바귀는 손질하기 번거로우므로 지저분한 것은 대충 골라내고 손으로 문질러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하루 동안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나물로 무칠때는 초고추장이나 된장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데 최고다. 또 참나물, 방울토마토와 합해 접시에 담고 플레인요구르트에 깨소금을 듬뿍 넣어 만든 소스를 뿌려내면 색다른 샐러드가 된다.  

씀바귀나물을 다져서 조갯살과 합해 전을 부치면 쓴맛이 덜해 아이들도 좋아한다. 입 안이 헐었을 때는 생즙을 내어 술에 타서 마시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봄에 채취한 씀바귀를 말려 두었다가 기침이 떨어지지 않을 때 대추와 같이 달여 차처럼 마시면 좋다.  

옛말에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다. 쌉쌀한 씀바귀로 어르신 입맛도 살리고 여름철 건강도 미리 챙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