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연꽃 위에 앉은 거북이를 보셨나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751]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푸른색 자기 술잔을 구워내 열에서 하나를 얻었네
선명하게 푸른 옥 빛나니 몇 번이나 짙은 연기 속에 묻혔었나
영롱하기 맑은 물을 닮고 단단하기 바위와 맞먹네
이제 알겠네 술잔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었나 보구려
가늘게 꽃 무늬를 점 찍었는데 묘하게 정성스런 그림 같구려

이렇게 고려 후기 문신·학자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는 청자를 노래합니다. 그 아름다운 청자 가운데 연꽃 위에 거북이가 앉아 있는 주전자가 있습니다. “청자귀형수병(靑磁龜形水甁)”이라고도 부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 제96호 “청자구룡형주전자(靑磁龜龍形注子)”입니다. 고려 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경에 만들어진 청자 주전자로, 높이 17㎝, 밑지름 10.3㎝의 크기지요.
 

   
▲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 제96호 “청자구룡형주전자(靑磁龜龍形注子)”


얼굴 모습은 거북이라기보다 오히려 용에 가까운데, 그래서 거북 “구(龜)” 자와 용 “룡(龍)” 자를 써서 “구룡형주전자”입니다. 뿔과 수염, 갈기, 눈, 이빨, 비늘 따위가 모두 정교하면서도 부드럽게 표현되어 숙련된 도공의 작품임을 알 수 있지요. 두 눈은 검은색 물감을 써서 점을 찍고, 목과 앞가슴의 비늘은 오목새김인데, 발톱은 돋을새김(양각) 해 실감이 납니다. 등에는 거북등 무늬를 새겨 그 안에 임금 “왕(王)” 자를 써 넣었고, 등 뒤로 꼬아 붙인 연꽃 줄기는 손잡이가 되었으며, 거북등 가운데에는 작은 연꽃잎을 오므려 그곳에 물을 붓습니다. 우아한 비취빛이 아름다운 이 주전자는 당시 유행한 동·식물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청자로 고려인의 미적감각을 뽐내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