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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조안바에즈,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2

[그린경제/얼레빗=김상아 김상아 음악칼럼리스트]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학년이 바뀌고 처음 맞는 조회시간 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방학 동안에 학생들이 얼마나 국민교육헌장을 잘 외웠는지 알아보기 위해 무작위로 몇 명을 지목하여 교단으로 불러올리셨다. 

두 번째 학생이 막 외우기 시작 할 무렵 갑자기 머릿속에서 “윙”하는 기계음이 들리더니 하늘이 캄캄해졌다. 내가 지구의 자전을 따라가지 못 했는지 아니면 역회전을 하였는지 나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잠깐의 우주유영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였을 땐 나는 급우들에 의해 나무 밑으로 옮겨져 있었고 담임선생님은 내게 물을 먹이고 계셨다. 

조회가 끝나자 담임께서는 내 손을 잡고 교무실로 데리고 가서 얼음처럼 차가운 내 얼굴을 바라보며, “고기도 좀 먹고 과일도 먹어야 할 텐데…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쉬어.”하며 조퇴를 하라고 하셨다. 

3월 초라고는 하지만 봄이 일찍 찾아와 벌써 개나리가 노란 물감을 입안에 머금었고 아스팔트엔 아지랑이가 하늘거렸다.  

어지럼증 여파로 가로수에 기대어 있다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버스에 오른 나는 눈이 얼음판에 자빠진 소 눈만큼 휘둥그레졌다. 

기타를 매고 앞에 서있는 저 아가씨! 혹시, 조안 바에즈가 한국에 온 게 아닐까? 가녀린 몸매며 어깨를 덮은 치렁치렁한 생머리며 청순한 눈빛까지 조안 바에즈를 쏙 빼닮아 있었다. 백설기 같던 내 얼굴에 핏기가 돌고 심장은 발동기처럼 박동을 쳤다. 그날부터 조안 바에즈 노래를 들으면 그 아가씨가 생각나고 그 아가씨 모습이 떠오르면 조안 바에즈가 생각나 밤잠을 설치곤 했다.

 

   
 

‘메리’라는 아가씨가 있었어요
새들이 지저귀는 이른 봄에
피어난 장미보다 아름다웠죠
그녀는 화사한 아침처럼
맑고 행복했어요
솔숲사이로 흐르는 강가에서
태어난 연인이 있었기에
챨리와 메리는 봄에
결혼을 하였지요
새들이 노래하고 나뭇잎이
움틀 때였죠
가을이 오자 챨리는 말했어요
“과일주가 익을 즈음
돌아올게, 내 사랑”
그는 강물을 따라 내려갔지요
황량한 위스콘의 아침이 올 때
최후의 순간이 왔어요
그는 무서운 급류에
휘말렸지요
사람들이 그의 주검을 발견한건
바위틈 사이였어요
물결은 잔잔하고 삼나무 숲에서
바람소리 들려오는 곳이었죠
 

오늘은 Joan Baez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The river in the pine”를 들으며 그리운 학창시절로 돌아가 본다.

 

   
 

세상엔 헤아릴 수없이 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지문이 같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듯 목소리도 똑 같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수많은 가수의 노래를 듣고 살았지만 아직 조안 바에즈처럼 가냘프고 청아하며 지성적인 목소리를 듣질 못했다. 특히, 목소리의 끝 떨림에 배어있는 애조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그녀만의 고유영역이다. 그녀가 데뷔한지도 벌써 55년이나 흘렀다. 

세월은 이리도 빠른 것인가?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