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벌써 40년 되었군요, 1985년이니까. 이선희라는 깜찍한 신인 여가수가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라는 노래를 내놨었지요. 그 뒤로 그 노래는 저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다툼이 없을 수 없지요. 그때마다 저는 혼잣말로 “그래요, 잘못은 제게 있어요.”를 되뇌곤 했으니까요. 우리는 지금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배달겨레에게 일찍이 이런 “강구연월”*은 없었다지요. “공업입국” 이후에 무역, 농업,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의 눈부신 성장은 경제발전으로 이어져 이제는 많은 나라들이 부러움의 눈길로 우리를 우러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큰 사회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지요. 그 갈등 가운데 보, 혁 진영 갈등은 부풀대로 부풀어 곧 터지려 합니다. 나라가 쪼개질 지경이지요. 이걸 그냥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스스로 곪아 터졌다가 저절로 아물까요? 사회학자들은 우리의 이 현상을 고도성장 뒤에 겪는 ‘성장통’이라 합니다. 사회 각 분야가 전반적으로 같이 발전하지 못한 부작용이란 것이겠지요. 또 다른 이들은 정치인들을 갈등의 원흉으로 지목하기도 합니다. 분열과 갈등을 자양분으로 삼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낙골의 하루는 다른 데보다 두어 시간 이르게 열렸다가 서너 시간 늦게 닫힌다. 막노동판을 나가든 남대문 시장에 지게꾼으로 나가든 새벽 다섯 시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일터가 가까운 이들도 서둘러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출근 시간에 버스를 얻어 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1.4후퇴 때 흥남부두 LST 오르기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공중도덕’이니 ‘시민의식’이니 하는 게 아직 몸에 배지 않은 시절이라 기본적인 줄서기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버스가 오면 사람들이 지남철에 쇳가루 달라붙듯 몰려들었다. 종점이라 차를 돌리기 위해선 회전반경이 필요한데 그런 것은 아랑곳없었다. 사람을 치지 않으려면 할 수 없이 차를 세워야 했고, 차장이 문을 열면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문 앞에까지 뚫고 가는 게 문제였지 그다음은 진공청소기에 쓰레기 빨려들 듯 들어간다. 뒤에서 밀어붙이기 때문에 되돌아 내릴 수도 없다. 옷이 뜯어진다거나 머리핀을 잃어버리는 건 다반사고,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 사람에다 몸은 밀려들어 갔으나 책가방을 놓쳐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까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종점에서부터 이 지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40여 년 전인 80년대로 기억된다. 《단(丹)》이라는 한 권의 책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었다. 요즘의 한강(韓江) 증후군에는 못 미치겠지만 얼추 그에 버금갈 정도의 법석을 떨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어느 국수주의 재야사학자가 쓴 그야말로 ‘소설’ 같은 소설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렇게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사회적 반향이 대단히 컸다. 대중매체 가운데 가장 전파력이 크다는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라디오, 신문, 잡지 할 것 없이 온통 “단”으로 도배질이 된 것이다. 상황이 그쯤 되다 보니 필자도 가만있을 수 없어 한 권 사들었다. 도가(道家) 용어를 제목으로 한 소설 《단(丹)》은 봉우(鳳宇) 권태훈이 구술한 예언을, 시인이며 소설가인 김정빈이 첨삭 정리하여 펴낸 소설이다. 권태훈은 대종교의 총전교(總典敎)*를 두 번이나 지낸한 인물로 ‘84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 원불교에서 주최한 국내 종교지도자들과의 “평화선언 단합대회”에 교황과 함께 초청되기도 하였다. 소설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면, 소련이 사분오열되고 중국도 양분되며 세계질서는 한국,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새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