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양승국 변호사] 누드 크로키전을 보러 안나비니 갤러리 갈 때에 정릉 골짜기 건너편의 경국사도 가보았습니다. 경국사는 고종의 왕위 등극 축하 재가 열렸던 절로 고려 충숙왕 때 자정율사에 의해 창건되었습니다. 원래 청봉(靑峰) 아래에 있다고 하여 청암사(靑巖寺)라고 하였는데, 조선 명종 때 문정왕후가 나라에 경사가 끊이지 말라는 바램을 담아 경국사(慶國寺)라고 하였다는군요. 임진왜란 때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승병을 이끌고 이곳에 머무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정릉천을 건너 일주문 안으로 들어가니 경국사도 어김없이 부도밭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큰 책을 펼쳐놓은 모습의 돌조각이 보입니다. 불교백과사전인 불교 대사림 편찬 발원문이라는데, 2012년 1월에 이곳 경국사에서 입적하신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조성한 것입니다. 동국대 총장을 역임한 대표적 학승(學僧)이라 여기에 이런 발원문도 남기신 것이겠지요. 실제로 지관스님은 작년까지 총 12권의 불교 대사림을 편찬하였다고 합니다.
▲ 정릉 경국사, 가운데 가람이 <극락보전>
부도밭을 지나 오르니 관음전이 나타납니다. 문화재 설명판을 보니 이곳 관음전에는 숙종 때 나무로 조성된 관음보살좌상이 있다고 합니다. 설명을 보니 이 관음상은 원래 월출산 도갑사에서 색난(色難)이라는 비구가 조성했다고 하는데, 비구의 이름이 재미있네요. 여색(女色)으로 많은 환란을 당하고 스님이 되신 건가요? 또 다른 설명판에는 보물 748호인 목각 아미타여래 설법상도 있다고 하는데, 관음전 문은 굳게 닫혀져 있습니다. 문고리를 당겨보나 열리지 않는데, 괜히 무리하게 당기다가 오해받을까봐 설명으로만 머릿속에 그려보고 경내를 돌아봅니다.
심성전(尋聲殿). 소리를 찾는 전각이라... 이런 전각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진리의 소리를 찾는다는 것이겠지요? 천태성전(天台聖殿). 이 또한 처음 들어보는 전각입니다. 나반존자가 남인도 천태산에서 홀로 수행하였기 때문에 천태성전이라고 한다는데, 그렇다면 보통 절의 독성각(獨聖閣)에 해당하는 것이겠군요. 독성각 얘기가 나오니 삼성각이 생각납니다. 절에 가면 삼성각(三聖閣)을 많이 보지 않습니까? 삼성은 독성, 칠성(七星), 산신(山神)을 말합니다. 절에 따라서는 독성각, 칠성각, 산신각을 따로 두기도 하는데, 이를 삼성각에 한데 모아 두는 절이 많습니다.
▲ 경국사 아미타삼존불과 목각 후불탱화 보물 제748호
칠성은 도교에서 유래된 것으로 문곡성, 탐랑성 등 일곱별을 말하는 것으로 불교에 들어와 일곱 여래가 됩니다. 독성 나반존자는 한국에서만 모셔지고 있다는데, 최남선은 단군을 모시는 것이라고 주장하듯이, 불교 역사에서는 나반존자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산신은 짐작하듯이 한국의 산신령으로 호랑이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이렇듯 전통 불교와는 상관이 없는 대상들이 절에 있다는 것은, 바로 불교가 한국에 토착화되면서 민간 토착신앙을 흡수하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경국사는 또 이승만 대통령이 여러 번 방문하였다는군요.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주지스님이었던 보경 스님의 인품에 감화되어 이곳을 찾으셨다고 하는데, 1953년에는 한국을 방한한 닉슨 부통령을 이곳으로 안내하기도 하였다는군요. 닉슨은 나중에 한국 방문했을 때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이 경국사를 방문했던 일이라고 하였답니다. 아무튼 누드 크로키전을 보러가는 김에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경국사도 들러볼 수 있어 기쁨이 배가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