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중국 연길 김영조 기자]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를 회장으로 한 한국전통음악학회는 중국 연변의 민족음악인들과 함께 끈끈한 교류를 무려 23해나 이어왔다. 1990년 한ㆍ중 수교가 이뤄지지 않았던 아주 어려운 여건에서 민족의 전통소리를 배우고자 한국 《국립국악원》으로 유학을 온 연변예술대학 전화자 교수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한중전통음악교류는 이제 2014년 제16회를 맞는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에 있는 연변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장에서는 어제 6월 25일 오후 3시 30분 드디어 제16회 행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연변예술대학 김성삼 교수의 사회로 열린 여는 행사는 연변대학교 예술학원(한국의 단과대학) 신호 원장의 따뜻한 환영사가 있었고, 이어서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의 축사 그리고 연변에술대학 전화자 교수의 축사가 있었다.
▲ 환영사를 하는 연변예술대 신호 원장, 인사말씀을 하는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 축사를 하는 연변예술대 전화자 교수(왼쪽부터) |
▲ 한국에서 간 교류단은 가야금,거문고, 장구, 피리 등을 연변예술대에 기증했다. |
인사말 순서가 끝난 뒤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한국에서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예술학원 신호 원장에게 주었고 이에 연변예술학원 쪽에서는 감사장을 주어 감사를 표했다. 선물은 중요무형문화재 고흥곤 악기장과 우륵가야금연구소 김동환 소장이 각각 가야금 1대, 이창홍 거문고 명인이 거문고 1대, 김명철‧김현곤‧서광일 명인이 각각 장고 2대씩, 서한범 회장이 피리 4벌을 기증했다. 또 참가자들이 십시일반하여 모은 금일봉도 연변예술대학에 내놓아 따뜻한 동포의 정이 공연장에 가득 흘렀다.
여는 행사가 끝난 뒤 학술교류가 있었는데 서한범 명예교수의 “창작국악극의 활성화를 제언”, 공주대 조성보 명예교수의 “단소 취법 향상”과 연변예술대 항영하 교수의 “음악 능력에 대한 소감” 말고도 초당대 조혜영 교수, 진주교대 김병혜 교수, 오산대학교 이진경 교수, 단국대 유병진 강사 등이 발제를 했다.
▲ 학술교류 주제발표자들(조성보, 황영하, 조혜영, 유병진, 이진경, 김병혜 / 왼쪽부터 시계방향) |
▲ 연변대 공연(해금독주 김은희, 장새납 독주 황휘철, 여성독창 박춘희, 소피리독주 리군 / 왼쪽부터 시계방향) |
드디어 공연 마당이 시작되었다. 먼저 연변예술대학이 김은희 씨의 해금독주, 황휘철 씨의 장새납 독주, 리군의 소피리독주가 있었는데, 개량악기인 해금과 장새납 모두 음역이 확대된 악기로 소리가 대체로 맑고 명랑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서 맑은 목소리를 지닌 박춘희 교수의 노래는 한국에서 온 국악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연변 동포음악인들의 연주에 대한 답례로 한국에서 온 명인명창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은 먼저 대전시무형문화재 제22호 판소리춘향가 예능보유자 고향임 명창과 그의 제자들(김갑보, 이후남, 김창연, 임예순, 김미숙, 이영화, 이복례, 육소영, 홍유정, 장하나)의 남도민요로 그 문을 연다. 그리곤 이창홍 명인의 거문고 독주,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배뱅이굿 준보유자 박준영 명인의 배뱅이굿, 정경옥‧임종복 명인의 가야금병창 방아타령 등 문화재급 명인들의 연주가 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혼을 쑥 빼놓았다.
▲ 고향임 명창 외 9명의 남도민요(위), 추점순 외 7명의 경기민요 |
▲ 거문고 독주를 하는 이창홍 명인(위), 가야금병창을 하는 정경옥‧임종복 명인(가운데), 창극 춘향가 가운데 어사상복막을 하는 고향임, 정경옥, 정순임 명창(왼쪽부터) |
특히 박준영 명인의 배뱅이굿이 시작되기 전 연변 동포로 현재 서울 단국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한 리홍관 씨가 서도민요 난봉가를 불러 연변동포들은 물론 한국의 명인들도 큰 손뼉으로 그의 큰 발전을 기뻐했다.
이어서 김병혜 교수와 그의 제자들(김보배, 송효진,, 양순자, 신미라)이 남도신뱃노래와 배띄워라를 불렀고, 서광일 명인이 설장고 영남가락을, 정순임 명창의 판소리 안중근의사가, 추점순 명창과 그 제자들(구경회, 박명순, 황명분, 김순옥, 김경희, 민은자, 강연임)이 경기좌창과 민요를, 정순임‧정경옥‧고향임 명창이 창극 춘향가 가운데 어사상복막을 불렀으며, 마지막으로 고향임 명창과 그의 제자들이 각설이타령을 신나게 불러 모든이를 흥분시키기도 했다.
특히 공연자들 가운데 고향임 명창의 제자 장하나 양은 지적장애자로 고향임 명창의 헌신적인 지도와 어머니의 뜨거운 모성애에 장하나 양이 적극적으로 화답하여 눈물겨운 노력 끝에 무대에 올랐고, 판소리 공연 가운데 아니리를 구성지게 해 청중들이 크게 환호했다. 이에 감동을 받은 연변예술대학 신호 원장은 감사장을 주어 격려했다.
▲ 서도소리 배뱅이굿을 하는 박준영 명창, 판소리 홍보가 가운데 박타는 대목을 부르는 정순임 명창, 설장고 영남가락을 연주하는 서광일 명인, 서도소리 난봉가를 부르는 리홍관 씨 / 왼쪽부터 시계방향) |
▲ 남도신뱃노래, 배띄워라를 부르는 김병혜 교수 외 2명(위), 각설이 타령을 하는 고향임 명창과 제자들(고향임, 이영하, 김갑보, 김창연, 장하나, 육소영) |
이날 공연장은 공연 소식을 들은 연길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뜨거운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공연장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공연을 본 연길시민 김성화(72) 씨는 "공연을 어떻게 보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국에서 명인명창들이 이렇게 먼데까지 달려와 주어 꿈같은 소리를 들려주니 감개무량하다. 조선민족인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연변예술대학 신호 원장과 교수들이 소 한 마리를 잡아 마련한 저녁만찬 시간도 식사와 여흥 내내 화기애애한 정이 넘치고 넘쳤다. 공연에서 못 다한 소리를 한국 명창들인과 연변대 교수들이 주고받는 모습은 정말 보는 이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 공연이 끝난 뒤 모든 출연자들이 함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