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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중국 도문에서 북한을 가슴에 품다

[한국전통음악회 한중교류 3] 조선족예술단과의 교류 그리고 도문관광

[그린경제/얼레빗=중국 연길 김영조 기자]  연변에서 사흘째다. 오늘은 느긋했던 어제와 달리 조금 서둘러 조선족예술단원 들을 만나러 나섰다. 조선족예술단은 전통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들이라고 한다. 이 조선족예술단은 예전 전통음악학회 일행이 처음 들른 때에 견주면 많이 발전했다고 서한범 회장은 회고한다. 조선족예술단에 들어서니 비교적 젊은 단장과 부단장이 반갑게 맞는다. 역시 한국전통음악학회는 조선족예술단에 거문고와 장구 그리고 단원들이 정성어린 성금을 모아 기탁했다.

   

▲ 조선족예술단 강대화 외 17명의 화려한 군무 “무운(舞韻)”

 

   
▲ 여성독창 “도라지 연가”를 부르는 조선족예술단 김소연

     
   
▲ 조선족예술단 개량해금(채련화), 25현가야금(장위령), 고음젓대(안예화)의 민악3중주

 그렇게 간단한 사전 행사가 끝난 뒤 조선족예술단과 한국전통음악학회의 전통예술교류가 시작되었다. 먼저 조선족예술단 단원들의 순서다. 강대화 외 17명이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무운(舞韻)”의 이름으로 펼치는 무용 공연에 한국서 온 청중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이어서 고운 한복 차림의 김소연 씨가 나와 여성독창 “도라지 연가”를 불렀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한동안 넋을 잃는데 이번엔 민악 3중주가 이어진다. 우리말로 하면 기악3중주쯤 될까?

어제 연변예술대학 공연에서 보았던 개량해금(채련화)이 등장하고, 25현가야금(장위령)과 역시 개량악기인 고음젓대(안예화)가 신비한 음율을 선보인다. 주로 북한의 음악을 많이 받아들였던 연변도 악기를 개량하여 폭넓은 소리 연주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조선족예술단의 순서가 끝나자 이제 한국전통음악학회 단원들이 이어받는다. 먼저 대전시무형문화재 제22호 판소리춘향가 예능보유자 고향임 명창의 걸쭉한 단가 “사철가”가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정경옥 명인의 가야금병창 방아타령과 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 34호 판소리 에능보유자 정순임 명창의 유관순열사가는 어제에 이어 청중들의 혼을 빼놓는다. 마지막으로 김병혜 명창과 그의 제자 2명은 배띄워라 등 국악가요를 구성지게 불러 공연장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았다.

   
▲ 단가 “사철가”를 부르는 대전시무형문화재 제22호 판소리춘향가 예능보유자 고향임 명창

 

 

   
▲ 가야금병창 방아타령을 연주하는 정경옥 명인

 

 

   
▲ 유관순열사가를 부르는 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 34호 판소리 에능보유자 정순임 명창

 

   
▲ 배띄워라 등 국악가요를 부르는 김병혜 명창과 그의 제자들

조선족예술단에서의 공연이 끝난 뒤 단원들은 연변 시내 식당 “한라산”에서 점심을 들고 두만강변 도문시로 향했다. 한 단원은 말한다. “오늘은 한라산, 내일은 백두산이네.”라고 말한다. 가는 길은 항일시인 윤동주가 태어난 길림성(吉林省) 화룡현(和龍縣) 명동촌(明東村), 김좌진··이범석··홍범도의 독립군부대가 일본군을 크게 무찔렀던 청산리 근처를 지나간다는 관광안내원의 설명에 현장을 가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들 말한다.

 연변조선족자치주 땅인 연길을 비롯해서, 용정, 회룡, 도문 같은 도시의 간판들은 어김없이 한글을 먼저 쓰고 한자를 그 아래나 오른쪽에 써둔다. 이것이 바로 조선족 우리 동포들의 자존심임을 안내원은 연신 강조한다. 온통 영어간판으로 도배된 한국에 온 우리는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길 없다.

   

▲ 두만강 건너 저편에는 우리땅 북한이 있다.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서린다. 뗏목을 타고 가까이 가보는 사람들

 

   
▲ 왼쪽 북한과 오른쪽은 중국을 넘나드는 도문철교, 북한쪽은 흰색 중국쪽은 회색이 칠해져 있다.

   
▲ 개량뗏목을 타는 선착장, 한국 돈 1만 오천 원을 내고 의자를 설치한 현대식 개량뗏목을 탄 뒤 북한과 중국 사이 두만강 한 바퀴 돈다

연길에서 동쪽으로 50㎞ 떨어 도문에도 도착했다. 이곳은 중국 지린성[吉林省] 연변조선족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 소속이며, 바로 폭이 넓지 않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단원들은 이곳에서 한국 돈 1만 오천 원을 주고 의자를 설치한 현대식 개량뗏목을 탄 뒤 한 바퀴 돌았다. 한 단원은 “우리땅이 바로 저긴데 갈수가 없다니 안타깝다.”고 말한다. 정말 뗏목에서는 10여m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에전엔 강변 숲에서 불쑥불쑥 사람들이 나와 물건을 팔아달고 했다지만 전혀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인민군도 볼 수가 있었다는데 역시 볼 수가 없다. 도문철교는 북한 쪽은 흰색을 칠했고 중국쪽으로는 쥐색 칠을 해놓았다. 저기가 바로 우리땅이지만 우리는 갈 수가 없고 같은 동포지만 만날 수가 없다. 우리는 그저 북한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가슴으로 껴안는다.

 

 단원들은 그렇게 북녘 땅을 바라보다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일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 이도백하로 향했다. 도중 인심 좋은 강원도 아줌마가 운영한다는 “강원도식당”에서 한국식 저녁을 먹었다. 이도백하식인지 기름이 빠지지 않는 열판에 삼겹살과 불고기를 함께 익혀 먹는다. 단원들은 한결같이 고기보다 김치와 된장국은 한국 식당들보다 맛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가는 도중 갑자기 비가 많이 온다. 제발 내일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하련만……. 서한범 회장은 “그동안 식구나 이웃에게 불편하게 했다면, 마음 상하게 한 적이 있다면 모두 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꿈길에 들어야만 내일 천지를 볼 수 있다. 꼭 그렇게 하자고 약속하자.”고 강조한다. 이제 내일 마주할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를 꿈에 그리며 우리는 이도백하에서의 잠을 청한다.

 

   
▲ 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다보면서 통일의 꿈을 그려보는 서한범 전통음악학회장과 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