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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산사의 주련(柱聯)’에서 본 만공스님의 일화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58]

[그린경제/얼레빗=양승국 변호사] 

저 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남자들이라면 많이 들어본 노래이지요? 저도 젊었을 때 술 한 잔 걸치면 젓가락 두드리며 이 노래 부르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노래를 1930년대 말 만공스님이 상궁나인에게 법문을 행할 때 어린 행자에게 부르게 하였답니다. 절 근처 나무꾼들이 어린 행자 스님을 놀리느라 가르친 노래라고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노래임이 맞을 것 같습니다. 

   
▲ 만공스님 초상화(수덕사 금선대)

실제로 상궁나인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얼굴을 붉히거나 혹은 키득거리며 쑥덕거렸다고 하니까, 그들도 같은 뜻으로 들었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만공스님이 법문을 행하면서, 그것도 상궁나인들에게 법문을 행하면서 행자 스님에게 이런 노래를 하게 했을까요? 한민이란 분이 쓴 산사의 주련이란 책을 보면 만공스님은 행자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한 후 다음과 같이 법문을 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 노래 속에 만고불역의 핵심 법문이 있소. 세상의 모든 것이 법문 아닌 게 없지만 이 노래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되어야 내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오. 

마음이 깨끗하고 밝은 사람은 딱따구리 법문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나,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이 노래에서 한낱 추악한 잡념을 일으킬 것이오. 원래 참 법문은 맑고 아름답고 추한 경지를 넘어선 것이오. 

범부 중생은 부처와 똑같은 불성을 갖추어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누구나 원래 뚫린 부처 씨앗이라는 것을 모르는 멍텅구리라 할 것이오. 뚫린 이치를 찾는 것이 바로 불법이건만,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이 삼독(三毒)과 환상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중생들이야 말로 참으로 불쌍한 멍텅구리가 아니겠소.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고, 큰길은 막힘과 걸림이 없어 원래 훤칠히 뚫린 것이기에 지극히 가까우니, 결국 이 노래는 뚫린 이치도 제대로 못 찾는 딱따구리만도 못한 세상 사람들을 풍자한 훌륭한 법문인 것이오. 

햐아~~ 그렇게 깊은 뜻이? 우리 같은 범부가 어찌 도력이 깊으신 스님의 깊은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산사의 주련(柱聯)을 읽다가 만공스님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서 가벼운 입 열어보았습니다. 

   
▲ 《산사의 주련》 2권 역사를 찾아가는 절집여행, 한민, 청년정신

이왕 연 김에 만공스님의 다른 일화 하나만 더 얘기하렵니다. 만공스님이 어느 날 한 스님과 길을 가는데, 이 스님이 힘들어 더 못가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러자 만공은 근처 밭에서 화전을 일구는 여인네에게 다가가 여자를 덥석 안고 입맞춤을 했답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이를 보고 가만히 있겠어요? 당연히 쇠스랑 들고 이 중놈들 죽여 버리겠다고 쫒아오니, 두 스님은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죽어라 도망가야 했겠지요. 겨우 여인네의 남편을 따돌리고 난 후, 동행하던 스님은 당연히 화를 내며 만공에게 따졌겠지요? 

그러자 만공은 태연하게 이 사람아! 그게 자네 탓이라고. 그 바람에 고갯마루까지 단숨에 오지 않았나? 이젠 괜찮은가?” 하였다는군요. 하하! 더 못가겠다던 스님이 만공 스님 덕분에 고갯마루까지 단숨에 왔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