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양승국 변호사] ‘산사의 주련’을 보면 만공의 스승 경허 스님의 일화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책에 나오는 내용을 아래와 같이 인용해봅니다.
천장암에 모시고 있던 늙은 어머님이 생신을 맞은 날, 스님은 어머니를 위해 특별 법회를 열었다. 많은 불자들이 법문을 듣기 위해 모여든 가운데, 법상에 앉아 있던 스님이 벌떡 일어나 주장자를 한 번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 스님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불자들 앞에서 옷고름을 풀고 알몸을 드러냈다.
여기저기서 놀란 소리가 들렸고, 아낙들이 자리를 박차 밖으로 나갔을 것임은 자명한 이치. 놀란 것은 경허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경허가 실성을 했구나! 세상에 이런 망측한 짓을 내 앞에서 하다니!"
스님은 벗었던 옷을 다시 주어 입은 뒤, 주장자를 세 번 내리치고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머니의 젖을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빨면서 자랐고, 어머니는 나를 벌거벗겨 씻기며 귀엽다고 만지고 예쁘다고 주무르셨소.
이제 세월이 흘러 어머니는 늙고 나는 장성했으되 어머니와 자식 사이는 변함이 없음에도 어머니는 오늘 벌거벗은 내 몸을 보시고 망측하다 해괴하다 질겁하셨소.
내 몸을 벌거벗겨 씻고 만지던 어머니의 옛 마음은 어디로 가고 '망측하다, 해괴하다'하고 변해버렸으니, 바로 이것이 간사스러운 사람의 마음이요,
부모 자식 간에도 이러할 진데 하물며 남남인 부부 사이며 친구 사이며 이웃 사이는 일러 무엇하리요. 마음이 변하기 전에는 입안의 것도 나누어 먹다가 마음 하나 변하면 원수가 된, 마음! 마음! 마음! 이 마음을 닦지 아니하고 이 마음을 다스리지 아니하면 대중들은 독사가 되고, 늑대가 되고, 마귀가 될 것이오!“
▲ 경허(鏡虛, 1849년~1912년)스님
우리 같은 범인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높은 경지의 스님이 아니면 하실 수 없는 행동이겠네요. 경허 스님에 대해서도 일화가 많지요. 경허스님이나 만공스님이나 두 분 다 일화가 많다보니 동일한 내용이 경허 스님의 일화로 나오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만공 스님의 일화로 나오기도 합니다. 경허 스님이 해인사에서 나병 걸린 여자와 얼싸안고 잔 일화도 유명하지요.
하루는 경허스님이 길을 가는데 한 여인네가 눈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냥 두면 얼어 죽을 것 같아 경허스님은 여인을 들쳐 업고 절로 돌아와 자기 방에서 재웠지요. 그런데 하루 재우고 보낸 것이 아니라 방으로 밥을 들라하고는 그 여인네와 방에서 먹고 자고 하였답니다. 이런 것이 밖으로 알려질까봐 애가 탄 만공 스님이 아무리 방문을 두드려도 경허스님은 들을 말 없으니 가라고만 하구요.
어느 날도 만공이 방문을 두드리는데 아무 소리가 없어 몰래 방문을 열어보니 여인네는 경허의 팔을 베개 삼아 누워있고, 경허는 자신의 다리를 여인의 치마폭에 걸친 체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여인네는 코와 눈이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썩어 있으며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손가락도 떨어져 나간 문둥병 환자였습니다.
▲ 《산사의 주련》 2권 역사를 찾아가는 절집여행, 한민, 청년정신
결국 만공은 간신히 여자를 보내버렸지만 자신은 도저히 스승의 법력을 따를 수 없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꼈었답니다. 세간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문둥병 여자를 여러 날 절에, 그것도 같은 방에서 데리고 잔 경허 스님. 우리 같은 범인들로서는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법력일 것입니다. 경허 스님이 아무리 도력이 높다고 하지만, 결국 경허 스님도 이 때문에 나병을 앓지는 않았지만 피부병으로 고생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산사의 주련’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선맥(禪脈)을 다시 이으신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되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