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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출신 곤조스님은 유명한 홍법대사의 스승

[맛 있는 일본이야기 274]

[한국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일본에서 붓글씨로 유명한 스님을 들라하면 홍법대사 쿠우카이(弘法大師 空海 774-835)를 들 수 있다. “홍법대사도 붓글씨를 실수할 때가 있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학문이 깊고 붓글씨도 잘 썼던 쿠우카이 스님은 일본에서 유명한 스님이지만 그의 스승인 곤조대덕(勤操大德, 754~827)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곤조대덕이 우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이 스님이 고대한국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곤조스님은 신라계로 알려진 하타(秦)씨 출신으로 12살에 나라 대안사(大安寺)에서 출가한 이래 삼론종의 거장으로 알려진 분으로 당시 사가천황(嵯峨天皇)은 곤조스님을 대극전(大極殿)에 초청하여 법회를 가질 정도로 왕실의 신임이 두터웠던 스님이다.

곤조스님에 대한 이야기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곤조스님이 한 절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 절에는 영호(榮好)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영호스님은 늙고 병든 어머니를 절 아래에 살게 하고는 끼니때가 되면 항상 자기의 먹을 것을 동자를 시켜 갖다드리게 했다. 그리고는 동자로부터 어머니의 근황을 듣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영호스님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갑자기 죽게 되자 더 이상 아랫마을에 사는 그의 어머니께 공양을 드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자 곤조스님이 이 사실을 알고는 날마다 자신의 먹을 것을 죽은 영호스님 대신 보냈다. 물론 영호스님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죽은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그저 잘 지내려니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하루는 곤조스님이 매우 바쁜 일이 있어 동자에게 영호스님 어머니께 밥을 갖다드리라는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일로 인해 영호스님 어머니는 결국 아들이 죽은 사실을 알고 시름시름 앓다가 아들의 뒤를 따르게 된다.

이 사실을 안 곤조스님은 자신의 잘못으로 영호스님 어머니가 죽은 것이라는 생각에 아들과  어머니를 위해 법화경 추선공양(追善供養)을 정성껏 올렸다. 이 이야기는 사서인 《원형석서(元亨釋書)》에 전해지고 있다.  

   
▲ 신라 출신의 곤조스님

홍법대사를 출가시켜 훌륭한 고승으로 키운 곤조스님은 73살의 나이로 입적하게 되는데 자기의 스승인 곤조 대덕의 죽음을 애석해하며 홍법대사는 “곤조대덕영찬서(勤操大德影讚序)”를 지었다. 이것이 남아 있어 그나마 곤조스님의 행적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곤조스님은 나라의 대안사와 교토 진언종의 근본도량인 동사(東寺) 등의 주지스님을 역임하셨으며 입적 뒤에 승정위(僧正位)에 추증되었던 고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