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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성독립운동가와 함께한 한일 이야기 (1)

[맛 있는 일본이야기 278]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30일까지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관장 히구치유우지)에서는 일본 최초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화전이 열렸다. 순수한 양심을 가진 일본시민들이 만든 고려박물관의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에게서 연락을 받은 것은 1년 전인 2012년 5월의 일이었다.

“저희는 일본인들입니다만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한국에 가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네? 일본분들이요?”

히구치 관장으로부터 국제전화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하고 말이다. 한국인들도 무관심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일본인들이 공부를? 그런 인연으로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을 알게 되었다. 통화 후에 4달 쯤 뒤 10월 23일 이들은 자비로 한국에 건너왔다. 나는 이 분들을 서대문형무소 강의실로 초대해서 하루 종일 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전 3시간하고 점심을 먹고 또 오후 3시간 강의 끝에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거 독립운동가들이 갇혔던 감옥)을 보여주며 안내했다.


   
▲ 이무성 화백이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시화를 고려박물관에 기증했다.(이무성, 이윤옥, 하라다 이사장, 김리박 시인 - 왼쪽부터)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가 쓴 시에 이무성 한국화가가 그린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그림을 도쿄 한복판에서 두 달간 전시하게 된 것이다. 전시 중간인 3월 8일, 나는 뜻있는 분들과 고려박물관을 방문했다. 마침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특강이 잡혀 있었기에 동행 했던 것이다. 그날 하라다쿄오코 이사장이 나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 지금도 또렷하다.

“도쿄 신주쿠도청으로부터 이곳에서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저희는 그냥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우익들의 과격한 테러가 있을지 몰라 1층 승강기 입구에 건장한 청년 4명을 세워두었습니다(박물관은 7층)”

놀랍고 다소 무서운 이야기였지만 강연은 무사히 끝났다. 고려박물관에서 매달 강연이 있지만 창립 23년 이래 170명의 청중은 처음이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실 하라다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나의 특강에 많이 와야 30~40명 정도를 잡고 있어 당일까지도 손님이 적게 올 것에 대한 걱정을 했던 것이다. 


   
▲ 입추의 여지 없이 일본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강연 뒤 한 시민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일본이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의 역사가 없었다면 위안부도 없고 독립운동가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침략으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던 조선인들의 뼈아픈 삶을 여러분들은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을 펼친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이렇게 나는 특강을 시작했다. 이날 특강은 예정시간 2시간을 훨씬 넘기도록 진지하게 이어졌으며

일본인들은 미동도 않고 숨도 죽인 채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음 주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