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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성독립운동가와 함께한 한일 이야기 (2)

[맛있는 일본이야기 279]

[한국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2014년 3월 8일 도쿄 고려박물관(관장 히구치유우지)을 꽉 메운 일본인들은 나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 강연에 귀를 곤두세웠다. 그야말로 듣느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학교 교육에서는 아시아 침략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 대신 “일본의 조선 침략 등은 아시아인의 번영을 위한 것” 이라는 내용으로 가르친다. 역사교육의 초점이 “아시아 부흥아래 한 형제가 되어 다 같이 잘 사는 것 (대동아공영권)” 이다 보니, 위안부를 부정해야하고 제암리 사건을 은폐해야한다. 또한 남경의 30만 대학살도 ‘모르쇠’로 해야 그들의 논리에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 제도 아래 길들여진 일본인들이기에 “항일(抗日)” 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고려박물관에 모인 사람들은 “아시아침략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고려박물관의 이사장인 하라다쿄오코 씨 같은 이는 “일본은 입이 열 개라도 한국인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하는 분이다. 그러하기에 과감히 일본 한복판에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시화전(2014.1.29~3.30)”을 감행하고 3월 8일 특강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2시간 예정인 특강이 지정 시간을 채우고도 모자라 계속 이어졌다. 빼곡히 들어선 다해도 120명을 넘을 수 없는 공간에 봉사회원을 포함해 170명 가까운 청중들이 모인 자리는 그 열기가 용광로 같이 뜨거웠다. 특강 뒤에 받은 소감문도 수북이 쌓였다.

“한국 여성들이 일본의 침략사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야길 처음 들었습니다. 그간 아베정권의 ‘위안부는 없었다.’라는 말에 분노를 느끼던 참에 오늘 강연을 들으니 정말 과거 일본의 행동이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유교 나라인 한국에서 여성들이 강한 책임감으로 일제에 저항 한 것을 높이 삽니다. 일본에도 천황제 하에서 싸운 여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국 여성과 일본 여성들이 서로를 기억하며 후손들에게 이러한 아픈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지 머리를 맞대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쵸후시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에 참석한 시민들

강연을 들은 일본인들의 허심탄회한 감상문은 고려박물관 간사인 와타나베야스코 씨가 모두 모아 한국으로 보내왔다. 일본에서의 강연은 10월 17일에도 있었다. 10월 17일 강연은 3월 8일 날 고려박물관에 와서 나의 특강을 들었던 쵸후시(調布市) 물레모임의 반나이무네오 씨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쵸후시 시민회관 영상시어터 홀에서 열린 이날 특강 역시 입추의 여지없이 소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반응은 고려박물관에서와 같이 일본의 침략 역사에 저항한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깊은 공감의 자리가 된 것에 보람을 느꼈다. 다음 날인 18일날은 일본의 오래된 여성잡지인 <부인통신> 독자들과의 자리였다.

이 잡지는 아베정권의 우경화에 쐐기를 박는 기사를 거침없이 싣는 것으로 유명한 1953년에 생긴  일본부인단체연합회가 만드는 잡지다. 2014년 5월호(666호)에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아베정권에 고함” 이라는 나의 글이 실렸는데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마침 17일 쵸후시 특강이 있음을 알고 다음날 나를 초대해 “독자의 모임” 형식으로 강연이 이뤄졌다. 도쿄의 이 강연을 듣기 위해 멀리 와카야마에서 달려 왔다는 이와모토타카코 씨는 정말 잊지 못할 독자였다.

이와 같이 2014년은 아베정권의 극우화가 진행되고 있는 도쿄 한복판에서 작은 목소리이기 하지만 일제의 침략역사를 규탄하며 앞으로 한일간 평화공존을 염원하는 양심 있는 시민들과의 교류를 가진 뜻깊은 해였다.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자 95주년 3,1절을 앞두고 있는 의미 깊은 해이다. 불굴의 독립정신은 이제 한국을 넘어 침략의 역사를 되풀이하려는 일본사회에 더 깊숙이 전해져야 할 것이란 생각으로 올 한 해도 열심히 뛸 생각이다.

 

   
▲ 강연 뒤 청중이 질문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