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목)

  • 맑음동두천 19.0℃
  • 맑음강릉 23.5℃
  • 맑음서울 21.8℃
  • 구름조금대전 21.3℃
  • 구름조금대구 20.0℃
  • 구름많음울산 18.8℃
  • 흐림광주 21.6℃
  • 흐림부산 21.1℃
  • 구름많음고창 18.5℃
  • 흐림제주 21.8℃
  • 맑음강화 17.7℃
  • 구름조금보은 17.2℃
  • 구름조금금산 18.4℃
  • 흐림강진군 17.8℃
  • 구름조금경주시 17.2℃
  • 흐림거제 17.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교토의 전형필, 정조문 선생의 “고려미술관”

[맛있는 일본이야기 282]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나의 소원은 모든 나라 사람들이 나의 조국인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국제인이 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교토에 고려미술관을 세운 정조문 선생이 <고려미술관개관기념 도록>에 쓴 인사말이다.

     
   
▲ 조각보(고려미술관 소장)

   
▲ 검은 칠 나전 화조문양 상자 (고려미술관 소장)

일본에서 평생토록 우리 문화재를 수집해 온 고 정조문(1918~89) 선생은 1925년 일본에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사업에 성공하여 교토를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았던 분이다. 그는 1949년 골동품상이 밀집해 있는 교토 산조(三條) 남쪽 거리를 걷다가 어느 한 가게 진열장에 놓인 둥그런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보고는 그 아름다움에 반해 당시 돈으로도 엄청난 금액을 주고 이 달항아리를 사들이게 된다. 물론 정조문 선생이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는 달항아리를 사고 싶어 자그마치 1년 동안 돈을 모았고 마침내 달 항아리를 손에 쥐게 되는데 그에게 이 골동품은 호사가들이 손쉽게 사들이는 골동품 이상의 것이었다.

 

   
▲ 교려미술관 전경(왼쪽), 정조문 선생이 1년 동안 꼬박 돈을 모아 산 달항아리

크고 탐스런 조선백자의 백미인 달항아리는 자기 자신의 뿌리 곧 조선의 위대한 정신의 소산임을 일찍부터 깨달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그는 평생 모은 돈을 조국에서 일본 땅에 건너온 문화재 수집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렇게 모은 문화재가 1,700여 점에 달한다. 모두 국보급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그가 애지중지 모은 값진 유물들은 자신이 살던 집채로 기증하여 1988년 10월 25일 고려미술관이 태어났다. 교토 기타구 시치쿠가미노키시초에 세워진 고려미술관은 이제 일본에서 손꼽히는 ‘조선의 수준 높은 문화재’를 감상 할 수 있는 명소가 되었다.

고즈넉한 교토의 조용한 주택가에 들어서 있는 미술관 입구에는 문인석이 양옆에 턱 버티고 있다. 어딘지 고향 냄새가 난다. 정문을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이 나오는데 정원에는 석탑이 몇 점 전시되어 있고 이어 전시실로 들어서면 1층엔 도자기 등 미술공예품, 2층엔 생활미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고려미술관에서 으뜸이라면 당연히 1층 전시실 입구에 놓여 있는 달항아리가 압권이다.

 

   
▲ 고려미술관 2015년 신춘기획전시 "장금이 살던 시대"전 홍보전단


이곳에서는 각종 기획전과 특별전이 열리는데 2015년 신춘기획전으로는 “장금이 살았던 시대- 여성들의 생활과 옷” 전시회가 1월 8일부터 3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교토를 찾는 분이라면 한번쯤 이곳에 들러 정조문 선생의 나라사랑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한국에 간송 전형필 선생이 있다면 교토에는 정조문 선생이 있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옹골차게 보존 되고 있음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 찾아가는 길 : JR교토역에서 시버스 9번 버스를 타고
'가모가와츄각코마에(鴨川中学校前)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안내 간판이 보인다. 약 40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