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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일본말을 번역한 “벼룩이자리꽃”, 다른 말은 없나?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벼룩이자리꽃”이라고 하면 “무슨 꽃?” 이라고 반문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사전에서는 ‘한해살이풀’이라고 풀이하고 있는 이 풀(꽃)은 피어있는 모습이 앙증맞고 매우 귀엽다. 이 꽃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석죽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줄기는 높이가 10~25cm 정도이고 가늘며, 뿌리에서 뭉쳐나고 잘게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없으며 달걀 모양이다. 4~5월에 흰색 오판화(五瓣花)가 취산(聚繖) 화서로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를 맺는다. 밭이나 들에 나는데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말에서 유래한다는 말도 없을뿐더러 실물을 보지 않고 국립국어원의 사전풀이를 읽어 보면 언뜻 무슨 풀(꽃) 인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특히 “오판화(五瓣花)”니, “취산(聚繖)화서”니, 열매가 “삭과(蒴果)”로 맺는다느니 하는 말들은 어른이 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어렵다. 하물며 아이들이 이 사전을 본다면 어떠할까?

 

   
▲ 일본말 '벼룩이자리'라는 이름 말고 어여쁜 우리말 이름은 없을까?("이명호의 야생화" 누리집 제공)

 

식물의 이름과 그것을 풀어내는 말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어서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일제식민지 청산이 안된 분야는 국어사전이라고 본다. 다시 “벼룩이자리(蚤の綴り, ノミノツヅリ, 노미노츠즈리)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생긴 모습이 작고 벼룩 같다고 하여 “벼룩이자리”라는 풀꽃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마키노 토미타로우(牧野富太郎,1862-1957)다. 하지만 일본 꽃이름을 무시하고 애당초 한국인들 눈으로 이 풀꽃을 바라다보았다면 일본인처럼 “벼룩”에 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나팔꽃 모양을 하고 있다 해서 ‘나팔꽃(일본말은 아사가오)’ 이라는 발상을 하고, 청사초롱 같으면 ‘금강초롱(일본 식물학자 나카이가 초대 일본공사 이름인 하나부사 이름을 붙여 화방초라 했으며 학명으로 등재)’이라 짓고, 복주머니 같이 생겼으면 ‘복주머니난(일본말은 개불알꽃)’이라는 발상을 하지만 일본인들은 우리와 다르다. 왜 우리가 일본인들이 지은 이름을 무비판적으로 쓰고 있는지 답답하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한국인의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특히 식물에 남아 있는 ‘일본식 발상’을 아무 비판 없이 ‘벼룩이자리’처럼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본다. 식물학자나, 국어학자,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일본식 꽃이름을 고쳐 주면 어떨까?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 마키노 토미타로우(牧野 富太郎)는 벌써 반세기 전에 그의 저서 《식물일일일제,植物一日一題》에서 식물이름 명명(命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풀과 나무이름은 한자(漢字)로 써왔는데 이것은 낡은 생각이다. 한자는 중국의 문자이므로 일본의 문자인 가나(かな)로 쓰는 게 편리하고 시대 조류에 맞다. 동경제국대학이학부식물학교실(東京帝国大学理学部植物学教室)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식물 이름을 일본이름(和名)과 가타카나(일본문자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있음)로 써오고 있다. 자기나라의 훌륭한 식물이름이 있는데 남의나라 문자로 그것을 부른다는 것은 자신을 비하하고 독립심이 결여된 생각이다. 이러한 자세는 마치 자기 양심을 모독하고 자기자신을 욕보이게 하는 것이므로 그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다.”  곱씹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