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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 창극 연출에 도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한국문화신문 = 정석현 기자]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오는 321()부터 28()까지 신작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일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 극작가 브레톨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The Caucassian Chalk Circle)으로 처음 창극 연출에 도전한다.   

정의신은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 다수의 히트작을 통해 흥행과 작품성 모두 보증되는스타 연출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절망의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배꼽을 쥐면서도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드는 휴머니즘에 강점을 지닌 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그가 희비극에 두루 능한 국립창극단 배우들과 드디어 만난 것. 이들이 함께 그려내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들을 만나고 나면, 브레히트의 희곡을 재창작하는 데 있어 창극이 얼마나 적절한 장르인지를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낳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가


 
   
 
 
브레히트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전쟁 통에 친자식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이의 유산 때문에 그를 다시 찾으려는 영주 부인 나텔라와 버려진 아이를 자식으로 거둬 정성껏 키운 하녀 그루셰,두 여인의 양육권 재판을 뼈대로 하는 희곡이다. 재판관 아츠닥은 하얀색 분필(백묵)로 그린 동그라미 안에 아이를 세워 놓고 두 여인에게 아이의 양팔을 잡고 잡아당기도록 하는데, 아이가 아파하자 다칠까봐 손을 놓아버린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한다.
 
두 여인의 양육권 재판 장면은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도 단연 하이라이트! 아이를 낳은 여인과 기른 여인의 격렬한 다툼이 국립창극단원의 가슴을 울리는 절절한 소리, 불꽃 튀는 연기 대결로 그리며, 객석에 낳은 정과 기른 정 어느 쪽에 손을 들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생활고에 시달려 자식을 버리는 사건이 만연한, 제 손으로 제 아이를 잘 키워내기도 버거운 현 시대에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지를 돌이켜볼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정의신은 원작의 등장인물을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인다. 창극의 전통적인 도창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가수의 역할을 재판관 아츠닥에게 부여했다. 아츠닥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객석과 한층 더 밀접해지는 동시에 극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원작에서는 남자로 묘사되는 이 역을 국립창극단의 대표 여배우 유수정·서정금이 맡은 점도 흥미롭다.
 
하녀 그루셰는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경비병 시몬과의 사랑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여성으로 재탄생한다. 그루셰 역의 조유아, 시몬 역의 최용석은 창극단과 함께한 지 1년도 채 안 된 인턴단원인데, 주역에 파격적으로 발탁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 평범한 사람들의 작지만 단단한 에너지로 희망을 얘기할 것이다.
 
객석과 무대세트는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설치해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무대디자인은 <단테의 신곡> 등에 참여한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원작의 배경이 되는 그루지아(지금의 조지아)에서 최근까지 군사 분쟁이 일어난 사실에 착안, 현대의 전쟁 폐허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창조했다.
 
소리는 전통, 연주는 국양악기가 혼합된 음악으로
 
작창과 작곡은 김성국 작곡가가 맡았다. 그는 전통 소리를 중심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되, 오케스트라 편성과 편곡 등은 극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꾀한다. , 소리는 정통을 지키고 반주는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창극 배우의 성음 자체가 가지는 힘을 돋보이게 한다는 구상이다.
 
국립창극단은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을 시작으로, 그리스 비극을 원작으로 한 <메디아>, 소설에 기반을 둔 <서편제> 등 동시대성이 강한 다채로운 소재를 다루며 창극의 지평을 넓혀 오고 있다. 이제는 브레히트에까지 눈을 돌리며 한국적 음악극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견고히 하고자 한다.
 
해오름극장 위에 올린 객석, 군사 분쟁의 폐허를 그린 무대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객석 600여석과 무대세트를 올려,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군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아이를 안고 낡은 출렁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그루셰의 역경이 코앞에서 긴박하게 다가오는 등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디자인은 <장화홍련>, <단테의 신곡> 등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미장센을 보여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그는 원작의 배경이 된 그루지아(지금의 조지아)가 최근까지 실제 군사 분쟁이 일어났던 곳이라는 점에 착안, 무대를 황량한 전쟁 폐허로 만들었다. 바닥에 깔린 녹슨 철판, 무너져가는 시멘트 벽, 곳곳의 벽에서 튀어나온 철근과 무대 한구석에 놓인 거대한 전투기 엔진의 파편이 현대의 군사 분쟁 지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배꼽 쥐면서도 눈물 나는 정의신 마법으로 낳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 진정한 모성애란?”라는 질문을 던지며 판소리 자체의 힘을 보여주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하는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관람료는 VIP7만원, R5만원, S3만원, A2만원이며, 좀더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장에 전화(02-2280-4114~6)를 하거나 누리집(www.ntok.go.kr)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