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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오에겐자부로와 지적장애 아들

맛있는 일본이야기 289]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한국에는 “남의 눈에 들보보다 내 손톱 밑에 가시가 더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상대에게 닥친 큰일이라 하더라도 내 손톱 밑에 가시가 더 긴급하다는 얘기 일 것이다. 나는 왠지 일본의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겐자부로 (大江健三, 1935~)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소설가 오에겐자부로는 23살의 나이로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다카와상(第39回芥川賞) 수상을 시작으로 숱한 상을 받고 이어 1993년 일본인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명한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게 지적장애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손톱 밑에 가시’인 아들을 둔 뼈저린 체험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개인적 체험>을 낳게 하고 훗날 그 ‘가시’는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아들의 삶도 바뀌게 했으니 본인에게는 고통스러웠겠지만 그 “가시”야말로 작가로 하여금 평범한 사람이 넘볼 수없는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겐자부로(왼쪽), 지적장애를 극복하고 작곡가가 된 아들 히카리의 음반 표지

오에겐자부로의 아들 히카리(大江光, 1963~)는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당당한 작곡가로의 삶을 살고 있다. 올해 쉰두 살인 그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어린 히카리에게 새소리를 자주 틀어주었는데 그 CD에는 새소리와 함께 아나운서의 새 이름이 반복되어 녹음되어 있었다.

어느 날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무등 태워 가루이자와의 숲속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이 새는) 뜸부기입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마침 숲속에서 새 울음소리가 났지만 아들이 테이프에서 학습된 새소리를 구별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후 아버지 오에겐자부로는 11살 때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한 이래 작곡도 가르치게 되는데 지적장애 아들은 정상인 못지않은 수준 높은 음악성을 발휘하게 된다. 물론 본인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지만 아버지의 끊임없는 사랑이 오늘의 작곡가 아들을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아들은 29살 때 “오에히카리의 음악(大江光の音)”이라는 첫 음반을 시작으로 2005년 제4집 음반을 낼 정도로 지적장애를 극복한 당당한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쓴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정성어린 사랑을 받고 훌륭한 음악가의 길을 걷는 아들 히카리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를 시사해 주는 좋은 본보기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