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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시대 천황의 단명은 고기를 안 먹어서일까?

[맛있는 일본이야기 290]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헤이안시대(平安時代、794-1185)는 일본 역사상 가장 문화가 꽃핀 시대라고 일컬어지는데 바로 이 시기에 일본문자인 가나문자가 생겨났는가 하면 궁정문화가 농익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헤이안시대 391년 가운데 천황들의 수명은 후기로 갈수록 짧아진다. 전기의 평균 수명은 54살, 중기는 44살인데 견주어 후기에는 33살로 급격히 천황의 수명이 떨어진다.

후기로 오면서 천황의 수명이 짧아진 것은 정권의 불안정 속에 끝내는 사무라이에게 정권을 빼앗기게 되는 원인에서 찾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교와 연관 시키는 견해도 있다. 특히 헤이안 말기로 오면 승려들의 정치개입이 극심해지게 되는데 후삼조천황 집권기인 1072년에는 매사냥이 금지되고 1130년에는 살생금지령이 법률로 정해지게 되어 왕실의 식단이 푸성귀로 일색으로 채워지게 되는 것에 그 원인을 두는 사람들이 있다.

왕실의 식단이 단백질 부족 등 영양결핍의 지경에 까지 이르러 이 무렵의 천황들의 수명은 안덕천황 전의 2조(23살), 6조(13살), 고창(21살)천황의 평균 수명은 19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였다. 헤이안 말기 천황의 권력이 쇠퇴하는 한편 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후지와라 씨 일족은 장수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고기를 비롯한 육류 제한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미치나가(62살), 요리미치(83살), 노리미치(80살) 등이 그 증거다.


   
▲ 21살로 생을 마감한 제80대 고창천황

그러나 헤이안시대 전후의 승려들을 보면 육류를 금하고 채식위주로 한다고 수명이 단축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 무렵 승려의 수명을 보면, 행기스님(82살), 양변스님(85살), 행하스님(75살) 등 수많은 승려들이 장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의 먹거리(日本人の食べ物)》를 쓴 오바타 씨는 승려들의 장수를 “마음을 편안히 하고, 수행 상 많이 걷는 덕”이라고 풀어내고 있다. 이는 같은 푸성귀를 먹더라도 권력의 아귀다툼 속에서 불안한 삶을 보내던 헤이안 말기 왕족들과 그렇지 않은 승려들의 삶이 그들의 수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시사 하는 것이다.

물론 오바타 씨의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입증 된 것은 아니지만 불교 교리를 충실히 따라 살생을 금하기 시작하면서 식단이 푸성귀로 바뀐 왕실과 원래부터 채식위주의 식단을 따른 승려들의 밥상이 같은 채식임에도 수명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면 ‘먹거리’와 더불어 ‘마음의 평정’이 인간의 수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