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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석장승, 일본의 ‘도조신(道祖神)’

[맛있는 일본이야기 291]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한국의 장승은 돌이나 나무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서 마을 또는 절 어귀나 길가에 세워 잡귀와 나쁜 액운의 출입을 막거나 절의 경계를 표시하는 민간 신앙물이다. 이러한 장승을 마을에서는 수호신으로 믿기도 했다. 장승은 대부분 남녀로 쌍을 이루는데 남자를 가리키는 장승 기둥에는 ‘천하대장군’, 여자를 가리키는 기둥에는 ‘지하여장군’이라고 새기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에도 이러한 장승이 있다. 도조신(道祖神, 도소진)이 그것이다. 일본의 장승은 대부분 돌장승이 많으며 한국처럼 마을의 경계를 나타내거나 교차로 등에 세우는데 이 장승을 마을신으로 받들고 나쁜 액운이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거나 길 가는 나그네의 안전을 비는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 나가노현에 있는 석비 형상이 장승 도조신(道祖神)

일본의 장승은 조각을 하여 어떤 형태를 만들기 보다는 자연석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더러는 석비 형상이나 5층탑 모양 또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장승은 전국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나 흥미롭게도 이즈모신화(出雲神話)의 고향인 시마네현에는 장승이 거의 없다. 아마도 강력한 신앙인 이즈모신사(出雲神社)가 장승신앙을 허락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특히 도조신이 많은 나가노현의 아즈미지방에는 문자비(碑) 형상이거나 인물 형상으로 쌍을 이루는 것이 많으며 탑모양의 형상도 다른 지방에 견주어 많은 편이다. 장승을 뜻하는 도조(道祖)이라는 글자는 이미 헤이안시대 (794-1185)부터 보이기 시작했으나 도조신(道祖神)이라는 말은 13세기 <우지슈이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에 이르러 보인다. 한편 도조신이라는 말은 에도시대의 뛰어난 방랑시인인 마츠오바쇼(1644-1694)의 <오쿠노 호소미치> 서문에 등장하여 여행을 권하는 신(神)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의 수호신 구실을 톡톡히 하던 도조신은 현대에 이르러 그 생명력을 잃고 그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역사 속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데 이 점은 한국의 장승 신세와 같다. 한때는 여행자의 안전과 마을의 잡귀를 막고 자손번영을 빌던 신앙의 대상물이던 도조신도 이제 그 임무를 다 마치고 쓸쓸히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있는 모습이 어딘지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