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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일제 때 음반, 임방울 쑥대머리ㆍ윤심덕 사의 찬미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80]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만고절창] 외부에서 일전에 유성기를 사서 각항 노래 곡조를 불러 유성기 속에다 넣고, 해부(該部, 예조) 대신 이하 제 관인이 춘경을 구경하랴고 삼청동 감은정에다 잔치를 배설하고, 서양 사람이 모든 기계를 운전하야 쓰는데, 먼저 명창 광대의 춘향가를 넣고, 그 다음에 기생 화용과 및 금랑 가사를 넣고, 말경에 진고개패 계집 산홍과 및 사나이 학봉 등의 잡가를 넣었는데, 기관(器管) 되는 작은 기계를 바꾸어 꾸미면 먼저 넣었던 각항 곡조와 같이 그 속에서 완연히 나오는지라. 보고 듣는 이들이 구름같이 모여 모두 기이하다고 칭찬하며 종일토록 놀았다더라.”

 

   
▲ "말하는 기계"라고 광고한 에디슨식 유성기의 <만세보> 1907년 광고

위는 <독립신문> 1899년 4월 20일 기사 내용인데 레코드 음반 초기 형태인 실린더 레코드를 들려주고 돈을 받았던 “감상소”의 정경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감상소가 봉상시(현 서울역사박물관) 건너편 북물골, 증청방(현재 수송동, 청진동 부근), 광통교(서울 종로 네거리에서 남대문으로 가는 큰 길을 잇는 청계천 위에 걸려 있던 조선시대의 다리) 같은 곳에서 성업했다고 하지요.

소리를 녹음한 평원반이 처음 발매된 것은 1907년 3월이었는데 경기명창 한인오와 관기(官妓) 최홍매가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서 취입을 하고, 원반을 배편으로 미국에 싣고 가서 음반으로 찍은 뒤 다시 대한제국으로 들여와 판매하였습니다. 이 때 취입한 것은 경기잡가 유산가, 양산도, 가사 황계사 등 모두 30종이었다고 합니다.

 

   
▲ 일제강점기 인기 음반 / 임방울 "쑥대머리"(왼쪽), 윤심덕 "사의 찬미"

미국 콜럼비아나 빅타 레코드에서 발매한 대한제국 시절의 음반은 한쪽 면만 녹음되어 있어서 ‘쪽판’이라고 하며, 녹음기사가 직접 외국의 현지까지 가서 녹음하였기 때문에 이런 것을 ‘출장녹음’이라고 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 가장 인기 있었던 음반은 역시 임방울 명창의 쑥대머리로 무려 120만장이나 팔렸다고 합니다. 가요로는 이바노비치(Ivanovich)의 ‘다뉴브 강 물결’이란 기악곡을 번안한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인기 있었고, 월남 이상재 선생의 연설 ‘조선청년에게’도 나왔지만 일제는 이를 압수하여 듣지 못하게 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