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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가면 사이타마에 있는 고마진쟈에도 가보세요

[맛 있는 일본이야기 298]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서기 703년 5월 28일 종5위 신분의 신라대사 미노연정마려(美努連淨麻呂)와 학문승 의법(義法), 의기(義基), 자정(慈定), 정달(淨達) 등이 신라로부터 귀국했다.” 이는 일본의 정사인 《속일본기》에 나오는 기록으로 일본의 승려들이 신라로 공부하러 떠났다가 돌아온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속일본기》에는 이 무렵 신라인은 물론 고구려, 백제인들과의 교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발해사신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와 있다.

이 보다 앞서 1월 5일에는 신라에서 김복호(金福護, 신라관직 제8위)와 김효원(金孝元, 신라관직 제9위)등이 효소왕의 죽음을 알리러 왔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4월 4일에는 종5위인 고려(고구려) 약광(若光)에게 왕(王)이라는 호칭을 하사하였다라는 기록도 있다. 이 고구려의 약광왕을 모신 신사가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있는 고마진쟈(高麗神社)이다.

“머나먼 2천 년 전 유구한 세월 동아시아에 일찍이 국가를 형성했던 고구려. 여러 나라들의 맹공을 저지하는 강국이면서도 예술과 문화 영지(英知)룰 남기며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아름다운 나라. 먼 이국땅에서 넘어온 왕족 고구려왕 약광(高麗王 若光)을 모시며 천삼백 년의 긴 역사를 새겨온 고마신사(高麗神社)에 아름다운 나라의 숨결이 들려온다,”

이 글은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에 자리한 고마진쟈(高麗神社)에서 만든 《고마신사와 고마향》 한글판 안내 책자에 나온 말이다. 이 책자는 고구려 역사의 유래와 고마진쟈에 모시는 고구려왕 약광(高麗王 若光)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으며 이 신사에 내려오는 고마(高麗)씨족의 계보와 이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문화재 등을 깔끔한 사진과 함께 실어 신사를 찾아오는 한국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 고마진쟈로 가는 고마가와역

 

이는 일본 내의 한국 관련 다른 신사에 비해 파격적인 홍보 방법이며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마진쟈에 모셔진 약광(若光、じゃっこう、쟉코)은 누구인가?

《일본서기》에 이위현무약광(二位玄武若光)이라는 이름이 보이는 데 이분이 바로 고마진쟈의 주인공 약광왕이다. 일본이 7세기 중반 대화개신(大化改新) 이후 율령국가를 형성할 무렵 한반도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패권 다툼을 하고 있었고 그러는 가운데 신라는 당과 손을 잡고 663년 백제를 멸망시키고 뒤이어 668년 고구려를 멸망시킴으로써 한반도의 많은 망명객이 이웃 일본 땅에 이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속일본기》에는 고구려인 1,799명을 오늘의 관동지방인 무사시국에 이주 시키고 이곳에 고구려군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3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드넓은 관동지방 일대에는 가는 곳마다 고구려와 신라 지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관동지방은 한인들의 독무대였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왕 약광은 고구려인의 빼어난 기상으로 황량한 황무지를 개척하여 비옥한 옥토로 만들고 모시 등의 직물 산업을 일으켰으며 드넓은 무사시노 벌판은 말을 키우는 목장을 만들었다. 여기서 기른 군사용 말은 훗날 가마쿠라 막부를 세운 무사 태동에 크나큰 공헌을 했다. 이렇게 이주민의 정착과 산업을 일으켜 생활기반을 닦아준 약광은 백성으로부터 신임이 두터웠으며 그가 죽자 그의 영혼을 기리기 위하여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고마진쟈가 모시는 신이 바로 약광인 것이다. 도쿄에 가는 길이라면 한나절 시간을 내어 사이타마의 고마진샤(高麗神社)를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고마진쟈 들머리에 있는 천하대장군상(왼쪽), 고마진쟈 유래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