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올해는 우리나라 ‘독립전쟁 100돌’의 해다. 정확히 100년 전, 만주 봉오동ㆍ청산리에서는 열세이던 우리 독립군이 일본군을 크게 무찔렀고,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대한민국 공군의 시발점 ‘윌로우스 한인비행학교’가 문을 열었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이 총탄에 스러진 ‘4월 참변’, 간도지역에서 일본군이 우리 선조 3,500여 명을 무참히 도륙한 ‘간도참변’이 일어난 것도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인 1920년 그해 일이다. 100년은 얼마만 한 시간일까. 오늘 우리의 기억 속에 그날의 독립전쟁은 어떤 모습과 무게로 남아있을까, 아니 남아있기는 한 것일까. 김동우 사진전 <뭉우리돌을 찾아서(Special Selection)>는 세계에 남겨진 독립전쟁의 흔적들을 통해서 잊힌 역사를 오늘의 기억으로 복원하려는 전시다. <뭉우리돌을 찾아서>는 사진가 김동우가 2017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카자흐스탄ㆍ네덜란드ㆍ미국ㆍ멕시코 등 9개국에 흩어져 있는 나라 밖 독립운동사적지를 발로 쫓으며 사진과 글로 기록해 지난 2019년 2월 선보인 전시 제목이다. 당시 이 전시는 나라 밖 독립운동사적지와 후손들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본 여행을 간 사람 치고 오사카, 교토, 나라가 들어간 경로를 빼놓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곳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수도인 도쿄에 견주어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국제도시 도쿄에서 맛볼 수 없는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사카, 나라, 교토는 일본의 천년 고도(故都)였던 만큼 불교 유적이 유달리 많다. 그렇다면 그 도시들을 빛내고 있는 일본의 불교 유입은 언제, 어디서부터였을까? 이윤옥 박사의 새책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의 시작은 이 답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이윤옥 박사(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는 일본 사료들에만 남아 있는 고대 한국 승려들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그들의 활동을 이 책에 총체적으로 정리하였다.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은 720년에 나온 《일본서기》를 시작으로 1702년의 《본조고승전》까지 약 1,000여 년의 시간 동안 간행된 일본의 각종 사료들에서 고대 한국 승려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가를 추적하여 그들의 활약상을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자장면’이 맞을까요, ‘짜장면’이 맞을까요? 요즘 방송에서는 아나운서나 출연자들이 굳이 ‘자장면’을 고집합니다. 무엇이 맞을까요? 정답은 둘 다 다 ‘맞다’ 입니다. 예전 학생들은 입학식이나 졸업식이 끝나면 으레 중국집으로 향했을 만큼 인기가 있던 음식이지요. 그런데 한동안 ‘자장면’이 표준말이 되었던 까닭은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서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된소리를 피하여야 한다는 학자들의 쓸데없는 고집도 한몫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표준어규정에 보면 ‘표준말’이란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사람들의 91.8%가 짜장면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다수가 쓰는 ‘짜장면’이 표준말이 되어야 했는데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결국, 국립국어원이 이에 손을 들었고 결국 ‘자장면’과 ‘짜장면’을 ‘개발새발-괴발개발’, ‘나래-날개’, ‘뜨락-뜰’ 등과 함께 복수표준말로 지정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표준말 정책입니다. 영남지방에는 “꽹말타기(호미씻이)”라는 민속놀이가 있었습니다. 이 꽹말타기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회 법제실(사무총장 김영춘), 법제처(처장 이강섭) 및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제21대 국회에서 맞는 첫 한글날을 맞이하여 서로 힘을 합하여 “알기 쉬운 법률 만들기”를 위한 법률용어 정비를 추진한다. 지난해 10월 <알기 쉬운 법률 만들기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세 기관은 일본식 용어, 전문용어, 외국어 등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속 용어나 표현을 알기 쉽게 바꾸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상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번에 세 기관은 힘을 모아 법률 속 어려운 용어와 표현, 일본식 용어 등을 발굴하고 정비안을 마련하였으며, 이렇게 선정된 416개의 법률용어를 대상으로 해당 용어가 규정되어 있는 663개 법률을 국회 16개 상임위원회별로 일괄 개정하는 방식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비안에는 ① 어려운 한자어나 전문용어를 고유어로 순화하거나, 적절한 고유어가 없는 경우 더욱 쉬운 우리말로 정비하고, ② 국립국어원에서 2005년, 2012년에 발간한 일본식 어휘 자료를 바탕으로 부자연스러운 일본식 용어 또는 일본어 투 표현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정비하며, ③ 권위적 용어나 문법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공란’, ‘두개골’과 같은 일본식 용어를 우리 고유어인 ‘빈칸’, ‘머리뼈’로 다듬고, ‘개호’는 이해하기 쉬운 한자어인 ‘간병’으로 바뀐다. 법제처(처장 이강섭)는 일본식 용어가 포함된 모두 570개 법령(법률 124개, 대통령령 170개, 부령 276개)을 개정하기로 각 부처와 협의를 끝내고, 6일 국무회의에서 ‘일본식 용어 정비 사업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보고했다. 법제처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우리 법령에서 일본식 용어가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함께하고, 지난해부터 법령 속 일본식 용어 361개를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국어, 일본어 및 법률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공란ㆍ잔고ㆍ절취선 등 일괄 정비가 필요한 용어 50개를 뽑았다. 법제처는 이날 보고한 정비계획에 따라 570개 법령에 대한 입법예고ㆍ법령심사 등의 입법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강섭 법제처장은 “법제처는 국민의 법 활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식 용어 정비 사업을 포함하여 현행 법령 속 어려운 용어를 쉽게 바꾸는 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법령 속에 남아 있는 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5월 15일 제623돌 세종대왕탄신일 맞이하여 ‘순우리말 한글 이름 찾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글날 행사장에서도 "예쁜 한글 이름 써주기" 마당이 등장했습니다. 또 한글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펴낸 책들도 책 이름에 《한글이름사전》, 《한글 성명학》, 《한글이름과 사주팔자》, 《고운이름 한글이름》, 《한글이름 샘이나는 한글이름》, 《한글이름짓기사전》, 《뜻 깊은 큰 소리 한글이름》 등 ‘한글이름’이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그럼 ‘한글이름’이란 말을 써도 괜찮은 것일까요? 국어학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말과 글을 구분할 줄 모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한글이름’이란 ‘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말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한자말로 된 문재인 대통령을 한글로 ‘문재인’이라고 쓰거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한글로 ‘트럼프’라고 쓰고 이를 ‘한글이름’이라고 하면 안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말 자체가 우리 겨레만 쓰는 토박이말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글이름’이라고 쓰지 말고 ‘한말글이름’ 또는 ‘우리말이름’ 등으로 써야만 하는 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며칠 뒤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기 위한 제574돌 한글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뜻을 지닌 한글날은 1990년에 바다의 날, 조세의 날과 같은 일반기념일이 되었습니다. 이에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글날 국경일 승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2005년 12월 8일 드디어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이 통과되어 국경일이 되었고, 2013년 한글날부터는 공휴일로 기리게 되었습니다. 그 뒤 해마다 한글날만 되면 큰잔치를 한다고 요란을 떨지만, 여전히 한글은 물론 우리말은 푸대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푸대접의 바탕에는 “우리말 속에 한자말이 70~80%를 차지한다.”라는 한자를 숭배하는 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이 말이 사실일까요? 지난 90년대 국립국어원에서는 당시 소설에 쓰인 낱말들을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많이 쓰인 낱말 가운데 한자말은 33위에 ‘여자’가 들어 있었고 100위 안에 겨우 8 낱말에 불과했습니다. 그것은 실제 쓰이는 말에는 한자말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요. 그런데도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조선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심동섭)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관장직무대리 하부용)이 공동주최한 제6회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편지 공모전」 수상작을 한글주간인 10월 5일부터 온라인 전시한다. 심사는 전국 도서관에서 뽑아 추천한 작품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을 거쳐 진행하였으며, 그 가운데 모두 27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은 《빨강 연필》을 읽고 책 속 주인공에게 편지를 쓴 해남동초등학교 6학년 박상우 어린이가 수상하였다. 수상자 시상식은 한글날(10월 9일)에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열지 않고 상장과 부상만 우편 발송예정이다. 한편, 수상작 온라인 전시에는 제6회 수상작품 27편과 대상과 으뜸상 수상 어린이들의 깜찍한 수상소감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이전 수상작품 135편까지 감상할 수 있다. 공모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수상자 어린이들이 수상작품 전시를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부터 제6회 및 이전 수상작품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온라인 전시회를 열게 되어 기쁘다. 이 전시를 통해, 어린이들이 책 읽기와 한글의 소중함을 느껴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치어다보니 만학천봉이요, 굽어다보니 백사지로다. 허리 굽어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 이겨 우쭐우쭐 춤을 출 제, 원산은 암암, 근산은 중중, 기암은 촉촉, 뫼산이 울어,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주르르르르, 저 골 물이 콸콸, 열에 열두 골 물이 한데 합수쳐 천방자 지방자 얼턱져 구비져 방울이 버끔, 저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쾅쾅 마주 쌔려” 위는 “고고천변일륜홍”으로 시작하는 판소리 <수궁가> “고고천변” 한 대목입니다. 이 사설은 별주부가 처음으로 수궁 밖을 벗 어나 용왕의 병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러 세상으로 나오는데 풍경이 모두 새롭고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벅찬 느낌을 담은 것입니다. “시내는 푸른 산을 돌아 이 골 물은 주르르르르, 저 골 물은 콸콸, 열두 골 물이 합쳐져 구비져서 물방울이 일고” 한자말이 섞이긴 했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구사한 소리라 하겠지요. 그만큼 자연을 기막히게 표현한 것으로 워낙 인기가 있어 진작부터 따로 불리고 있는 대목입니다. ‘고고천변’은 중중모리장단의 비교적 경쾌한 창법에 우조(국악 오음의 하나인 ‘우’ 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조)로 불렸기 때문에 노래의 성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는 10월 24일 낮 3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김영자의 강산제 심청가> 공연이 열린다. <완찬판소리>는 판소리를 감상하는 수준이 명창의 경지에 이른 귀명창이 있어야 명창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던 박동진 명창의 유지로 1984년 시작된 무대다. 한 명의 창자가 수많은 관객 앞에서 고수의 장단에 기대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8~9시간까지 판소리 한 바탕을 완창(完唱)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지난 36년 동안 으뜸 소리꾼들과 함께 꾸며왔다. 이번 시즌에도 이 공연의 값어치를 드높여줄 수 있는 명창, 곧 전통에 대한 믿음으로 득음을 위해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을 엄선해 판을 열고자 한다. 이번 <완창판소리> 무대에 오를 소리꾼은 지난 9월 18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김영자 명창이다. 강산제 ‘심청가’는 심봉사를 최대한 점잖은 서생으로 그려내고, 후반에는 뺑덕어미도 다른 유파에 견주어 그 비속함을 정제해 부른다. 안씨 맹인이 등장해 심봉사와 인연을 맺고 꿈을 해몽해 주는 대목을 집어넣어 강산제 ‘심청가’가 우아한 소리제임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