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얼음새꽃 - 한현수 모진 겨울의 껍질을 뚫고 나온 핏기 어린 꽃의 날갯짓을 봐 햇살 한 모금에 터지는 신(神)의 웃음을 (중간 줄임) 모두들 봄이 아니라 할 때 어둠 속 깨어나지 않는 벽을 넘어 나긋나긋 세상을 흔들고 있구나 낙엽더미의 굳은 목청을 풀어 마른 뼈들 살아 굼틀하는 소리 산을 들어 올리는 저 생기를 봐. 이제 봄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여기 우리말 '봄'의 말밑(어원)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한 가지는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이름씨꼴(명사형) '옴'(來)이 합해져서 '블+옴'이 되고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된 것으로 보아 우리말 봄의 의미로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우리말 봄은 ‘보다(見)’라는 말의 이름씨꼴 '봄'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수, 경칩을 지나 봄이 오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힘이 솟아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며, 동물들도 활기찬 움직임을 하는 것들을 '새로 본다'는 뜻인 ‘새봄’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봄에는 언제나 ‘꽃샘추위’가 앞장선다. 벌써 봄산에는 얼음새꽃(복수초)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입니다. 이 무렵이 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되는데 풀과 나무에 싹이 돋아나고 겨울잠 자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었습니다.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또는 도롱뇽, 두꺼비) 알을 건져다 먹지요.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에 흙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며,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합니다. 또 이때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그 나무물[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돼지날(亥日, 해일)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하였으며, 경칩 뒤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지요. 《성종실록》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반겨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지요. 경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06년 전 오늘(3월 3일)은 고종황제의 장례식이 있던 날입니다. “태왕 전하가 덕수궁(德壽宮) 함녕전(咸寧殿)에서 승하하였다.” 이는 《순종실록부록》 순종 12년(1919년) 1월 21일 기록입니다. 공식적인 발표로는 뇌일혈 또는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였지만, 건강하던 고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독살설로 번졌습니다. 고종황제가 식혜를 마신 지 30분도 안 되어 심한 경련을 일으키다가 죽어갔으며, 고종황제의 팔다리가 1~2일 만에 엄청나게 부어올라서, 사람들이 황제의 통 넓은 한복 바지를 벗기기 위해 바지를 찢어야만 했다는 것에 미루어 보면 고종의 독살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그런데 고종의 장례는 황제의 국장이 아닌 대행태왕(죽은 지 얼마 안 되어 시호가 아직 없는 전왕을 높여 부르는 말)의 장례로 격하되었으며, 조선의 전통 장례가 아닌 일본 황족의 장례였고 행렬에만 조선 관례대로 하는 왜곡된 모습이었습니다. 국장 절차를 기록한 《고종태황제어장주감의궤(高宗太皇帝御葬主監儀軌)》와 국장에서 의장 행렬을 담당한 민간단체가 남긴 《덕수궁인산봉도회등록(德壽宮因山奉悼會謄錄)》을 보면 장례가 일본식으로 진행돼 절차가 축소되고 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날 풍경 - 이문자 아내가 봄나물을 캔다 쑥, 냉이, 씀바귀 아이들은 논과 밭으로 깔깔대며 뛰어다닌다 봄신이 올랐나 해방 같은 봄날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봄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국 생각에침이 넘어간다. 이제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꽁꽁 얼어 생명이 모두 죽었을 것 같던 자연은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때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여인들이 나물을 캐는 모습이다. 특히 이른 봄철에 나오는 달래, 냉이, 씀바귀, 쑥 같은 것들은 겨우내 모자란 영양분을 보충해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조선시대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백성들에게 봄철의 나물은 끼니를 때우는 중요한 구황식품이었다. 전남 해남군 녹우당(綠雨堂)에 가면 조선 후기의 화가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가 이른 봄날 나물 캐는 아낙네를 그린 <나물캐기>라는 작품이 있다. 가파르게 대각선으로 그려진 언덕과 산은 어쩌면 이 아낙네들의 팍팍한 삶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여인은 한 손에 망태기, 한 손에 칼을 든 채 허리를 굽혀 나물을 캐고, 또 한 여인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 그림을 그린 윤두서(尹斗緖)는 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그런데 외교부가 최근 펴낸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체의 5분의 1에 달하는 95쪽에 걸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한 신사는 이승만 박사가 강연으로 방문한다면 무료 교통편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 어린이가 이승만에게 '사랑을 담아’라고 쓴 쪽지와 함께 25센트를 건넸다"라는 등 연설 활동과 관련된 미담을 빼곡하게 담았습니다. M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이승만'이란 이름이 723번이나 나오는데, 김구, 안창호 등 다른 대표적 독립운동가의 외교독립운동을 말한 횟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이승만의 소소한 활동들, 아주 작은 연설들, 아주 작은 기고문들까지 다 일일이 표를 만들어서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승만 위인전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보고서는 1910년대 후반, 이승만이 국제 연맹에 한국을 통치해달라고 요청한 '위임통치 청원' 사건과 192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에서 탄핵된 까닭 등은 제대로 서술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MBC 뉴스에서 신주백 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는‘짐승 얼굴 무늬 풍로(귀면 청동로)’라고도 불리는 국보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가 있습니다. 높이 13.0cm, 입지름 14.5cm 크기의 청동로 겉모습은 파손 없이 거의 완전한 상태이지만, 표면 전체에 청동의 푸른 녹이 덮여있고 솥 안쪽에 불덩이를 받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 받침판이 없어졌지요. 솥 모양의 동체를 다리가 받치고 있으며, 몸통 윗부분에는 돋을새김으로 도철문(종교의식에 사용한 청동그릇과 기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얼굴 모습을 한 무늬)이 표현돼 있습니다. 또 몸통 아랫부분에는 귀신 모양을 상상한 통풍구를 만들어 뚫었습니다. 아가리는 3개의 삼각형 모양이 솟아 있고, 몸체 옆면에는 각각 2개의 고리가 붙어 있으나 손잡이 장식은 남아 있지 않지요. 아랫부분은 잘록한 모양이고 그 아래에 짐승 얼굴을 조각한 3개의 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향로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몸체 아래 통풍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풍로(화로의 하나) 또는 다로(차를 달이는 데 쓰는 화로)였던 것으로 짐작하기도 합니다. 전체의 형태, 몸체의 무늬, 고리의 부착 위치나 방법, 몸체 내부의 처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가유산청은 지난 2월 18일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일부를 개정해 「고령 대가야」를 새 고도(古都)로 지정하였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우리 민족의 정치ㆍ문화의 중심지로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고도(古都, 예전 서울이었던 도시)로 지정하는데, 고령을 포함하여 2025년 2월 현재 경주ㆍ부여ㆍ공주ㆍ익산이 지정돼 있습니다. 문헌기록과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대가야는 왕위 세습체계, 중국식 왕호(王號)의 사용, 예악문화(가야금과 우륵 12곡), 시조탄생 신화(정견모주 신화), 매장의례(순장)를 갖춘 중앙집권적 나라이자, 고대 한반도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에 버금갈 정도로 발전한 국가였지요. 5세기 후반 대가야의 영역은 현재의 고령뿐만 아니라 합천ㆍ거창ㆍ함양ㆍ산청ㆍ하동ㆍ남원ㆍ순천ㆍ광양 등까지 확장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고령은 그 가운데서도 대가야 정치ㆍ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고령 지역에는 대가야의 도성(都城) 체계를 보여주는 궁성지, 왕궁 방어성(주산성), 수로 교통유적, 금관과 ‘대왕(大王)’ 글씨가 새겨진 토기 그리고 토기 가마 등이 잘 남아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17년에 태어난 윤동주 시인은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 재학 중이던 1943년 7월 항일운동 혐의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다가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숨졌다. 그런데 윤동주 시인이 숨잔 2월 16일 앞뒤로 일본에서는 윤동주를 추모하는 모임이 해마다 열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윤동주의 시를 노래하는 밴드 <눈오는 지도(SNOWING MAP)>’는 해마다 윤동주 시인의 추모 공연을 해왔다. 기타리스트인 한은준을 비롯하여 <눈오는 지도> 단원들은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그의 작품에 곡을 만들어 음반에 수록(14곡), 지난 2007년부터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윤동주 시인의 기일인 2월 16일을 기해 추모공연을 해오고 있다. 그 <눈오는 지도>는 윤동주 서거 80주기를 맞아 고국에서 추모공연을 했다. 어제 2월 23일 저녁 7시 서울 선릉로 GB성암아트홀에서 뜻있는 공연을 올린 것이다. 무대가 열리자 6인의 <눈오는 지도> 단원들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다. 한은준(기타) 씨를 비롯해 정도현(해금), 최자연(건반), 김효영(더블베이스), 최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영조실록》 47권, 영조 14년(1738년) 2월 21일 기록에는 “청나라 사신이 《동의보감(東醫寶鑑)》, 청심환(淸心丸) 50환과 다리[髢髮] 두 묶음만 구하여 갔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중국에서 펴낸 《동의보감》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암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동의보감》이 몹시 탐나서 꼭 사고 싶었지만 5냥이나 되는 책값 마련이 어려워, 결국 중국어판 서문만 베껴온 것을 두고두고 섭섭해했습니다. 중국어판 서문을 쓴 능어(凌魚)는 “구석진 외국책이 중국에서 행세하게 되었으니 담긴 이치가 훌륭하다면 땅이 먼 것이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동의보감》은 내경(內景)을 먼저 서술하여 근본을 다지고, 외형(外形)을 서술하여 자세한 풀이를 보탰으며, 이후 잡병의 해설과 탕약(湯藥)과 침과 뜸을 서술하는 정연한 체계를 갖춰, 사람의 몸뚱이에 빛을 안겨 주었다.”라고 칭찬했습니다. 《동의보감》은 1763년 중국에서 처음 출판된 이래 모두 7번이나 펴낼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이는 탁월한 의학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 허준의 《동의보감》은 유네스코는 세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수 무렵 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헤살대던 바람 지나는 마을마다 무작정 풋정 풀어놓고 입춘 지나 저끝 마라도로부터 북상해 갔습니다. 버들강아지 산수유 제가끔 제 몫으로 이 나라 산야에서 야무지게 봄물 오를쯤 이젠 옛이야기로 남은 허기진 유년의 봄날이 흑백 필름 거꾸로 돌아 모두 한꺼번에 살아옵니다. 우수 무렵 위는 김경실 시인의 시 <우수 무렵>입니다. 시인은 우수가 되니 “얼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라고 노래합니다. 오늘은 24절기 둘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는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