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날씨가 풀리면서 다시 산이 인기다. 코로나 몇 번 바이러스인지가 전국의 도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놓았지만, 사람들이 그냥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 집 근처의 산으로 발을 옮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산이 인기가 제일 높을 때가 있었다. 20여 년 전 이른바 IMF사태로 대량의 실업자가 생겨 그들이 가족에게는 직장에 나간다고 하고는 갈 데가 산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산이 요즈음 바이러스 사태로 갈 데를 잃은 도시인들이 찾는 서글픈 돌파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산은 사실 가 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과 기쁨과 깨달음이 있다. 산에 관해서는 공자가 말했다는 ‘요산요수(樂山樂水)’란 표현이 가장 멋있어 보이는데. 이 말은 원문을 보면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어서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로 풀이되는데, 우리는 이 말을 뭔가 많이 알고 지적(知的)이어서 세상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물을 좋아하고 좀 인자하고 덕이 있는 사람들은 산을 좋아한다.“로 풀이하면서 서로 자신이 인자니 지자니 하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산다. 그런데 공자가 했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봄이 오고 있다 비가 오니까 더욱 봄이 가까와 진 것 같다. 다들 봄비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봄이 오면 봄의 소리가 들린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가 아니더라도 대지에는 봄의 소리가 있다. 조선조 초의 문신 이견(李堅)은 봄의 소리를 긴 자유시(賦)로 표현했다. 봄기운이 따스해지자 새로운 소리가 나고 숨었던 파충류들이 문득 일어나 옛 구멍을 떠나 나온다 원래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오며 음이 사라지자 양이 생겨 하늘의 철이 갈아들고 물러가니 물건의 이치도 통함과 막힘이 있네. 동풍이 산들산들 화기가 후끈후끈 찬기운이 북지에서 사라지고 따뜻한 음률이 봄을 불어 내면 우르릉 만물을 고무하는 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고 하나씩 하나씩 꿈틀, 후다닥 일어나 안개와 구름 속으로 올라간다. 《동문선》 부(賦) 그런데 봄은 오고 있는가? 봄이 오고 있지만 영 봄이 아닌 것 같다. 한자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한다. 이 말은 대개 3월이나 4월에 쓰는 말로서, 계절로 보면 분명 봄의 계절인데 날씨가 을씨년스럽거나 눈보라, 추위 등이 가지 않고 질척거릴 때 습관처럼 입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특히나 4월이 되면 ‘4월은 잔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설이 지나고 대보름이 지났다. 우수도 지났다. 봄이 오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비로소 해가 완전히 바뀐 것을 알고 올해를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력 2월에도 또다른 중요한 명절이 있음을 지나친다. 물론 우리가 그날을 쇠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해만은 좀 특별하다. 올해는 서력기원으로 따지면 2020년이어서 여기에 양력으로 2월 2일은 숫자로 표기하면 0202이니까 이것을 다 붙여놓으면 20200202가 되는데 이날이 우주의 대단한 섭리의 날이라고 해서 특히 중국 사람들이 열심히 복을 빌고 한 것을 우리가 소식으로 들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요즈음 무슨 ‘코로나19’인가 뭔가로 해서 2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몇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큰 재앙 속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정신을 차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이달, 곧 2월의 25일이다. 올해 양력 2월 24일 월요일은 음력으로 2월 1일이다. 그다음 날인 25일 화요일은 음력 2월 2일이다. “다음 주 화요일이 2월 25일입니다."라고 하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런데 "다음 주 화요일은 음력으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빠져 탄성을 지른다. 흰 눈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굳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단순히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는 사실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마음을 하얗게 씻어주어 세상 속에 쌓인 먼지와 걱정과 고단함을 잠시 덮어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14세기 일본의 요시다 겐코(吉田兼好)라는 사람은 눈이 매우 아름답게 쌓인 날, 어느 분에게 편지를 써 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눈에 대해 한마디도 쓰지 않고 편지를 무심코 보냈다고 한다. 그랬더니 편지를 받은 사람이 답장을 보내면서 “오늘 아침 이 아름다운 눈을 어찌 생각하느냐는 한마디의 말도 쓰지 않는 그러한 비뚤어진 분이 부탁하시는 일을 어찌 들어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하고 딱하신 마음씨이십니다.”라고 해 부끄러웠으면서도 이런 마음을 발견하고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의 수필집 《도연초(徒然草)》에 나오는 구절이다. 겐코는 그 수필집에서 “명예와 이익을 좇아서 조용한 여가도 없이 평생을 고뇌 속에 지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산이 많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재산은 해(害)를 만들며 고뇌를 만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사람들은 즐겨 산으로 올라간다. 산에 오르는 길옆에는 작은 도랑이 있고 거기에는 지난 가을 노랗게 말라버린 키가 큰 풀들이 여전히 가을의 뒷자락 색깔을 거둬가지 못하고 있다. 봄은 한겨울 게을러서 집 안에 있는 것만을 좋아하던 사람들을 불러내는 힘이 있는데 그 봄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산행을 나서보면 이곳저곳에 이미 허연 솜털을 날려버린 억새들이 지난 가을처럼 손을 흔들지는 않고 그저 좀 뻣뻣하게 서 있다. 따라서 이럴 때에 지난 가을에 무반사적으로 나오던 노래와 노랫말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더라도 그 노랫말에 곧바로 나오는 질문은 유효하다. "으악새가 뭐예요? 무슨 새길래 슬피 우는가요?" 여기에 일행 중에서 제법 유식한 분이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아직 그것도 몰라? 으악새는 새가 아니야. 저기 저 억새풀을 사투리로 으악새라고 하는 거야." 이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어차피 저 풀들은 곧 잘리거나 새로 나오는 푸른 줄기에 밟힐 운명이긴 하지만... 그런데 이처럼 우리의 상식이 되어버린 으악새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주에 눈과 추위 실종신고서를 내려고 했더니 하늘이 입춘에 맞춰 추위를 보내준다. 이 정도 추위도 없이 올겨울을 거저먹었다는 비난을 듣기가 괴로우셨던 모양이다. 중국발 무슨 바이러스가 코로나 전염되는지 입으로나 전염되는지 갑자기 우리나라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소용돌이를 몰고 오고 있는데 이런 때에 입춘에 맞춰 오는 추위가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추위가 옴으로써 잊어버릴 듯하다가 생각나는 꽃이 있다. 바로 봄이 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는 매화다. 梅 매화 얼음 뼈 옥 같은 뺨. 섣달 다 가고 봄 오려 하는데 북쪽 아직 춥건만 남쪽 가지 꽃 피웠네. 안개 아침엔 빛 가리고 달 저녁엔 그림자 배회하니 찬 꽃술 비스듬히 대숲 넘나고 暗香1은 날아서 금 술잔에 드누나. 흰 떨기 추워 떠는 모습 안쓰럽더니 바람에 날려 綠笞2에 지니 애석하도다. 굳은 절개 맑은 선비 견줄만 함 이로 아니 우뚝함 말할진대 어찌 보통의 사람이라 하리. 홀로 있음 사랑해도 시인이 보러감은 용납하지만 들렘을 미워하여 狂蝶3이 찾아옴은 허락치 않는도다. 묻노라, 廟堂4에 올라 높은 정승의 지위에 뽑히는 것이 어찌 옛날 林逋5 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상하다. 24절기로 보면 양력으로 분명히 지난해 12월에 소설 대설 지났고 올해 들어서는 소한 대한이 다 지났는데 겨울의 두 단골손님이 영 오지를 않는다. 하나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추위이다. 눈은커녕 대한을 지나면서 비가 내린다. 그래서 이 두 손님에 대한 실종신고서를 작성하려 한다. 그런데 이 신고서는 어디다 내야 하는가? 눈이 오지 않으면 청소부들이 편할 것이요, 추위가 오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이 추위에 대한 비용지출이 줄어들어 편하고 좋은 것은 사실이겠지만 우리 사회라는 것을 어느 부분만 가지고 따지기보다는 보다 큰 전체를 봐야한다면 겨울은 겨울다워야 사회 전체가 그에 맞게 돌아간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고 보면 겨울이 겨울 다우려면 눈이 오고 추위가 봐야 하는데 그 두 손님이 몇 달째 실종인 것이다. 눈이 오지 않으니 눈에 관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일화도 빛을 잃는다. 중국 동진(東晉) 때의 유명한 재상 사안(謝安)의 조카딸에 사도온(謝道韞)이 있었다. 사도온(謝道韞)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배움을 좋아했는데 특히 문장에 능했다고 한다. 사도온이 14살 되던 해 겨울, 밤사이 한바탕 서설(瑞雪)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곧 설이다.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실제로 12간지 60갑자를 따지는 것은 음력으로 하니 설이 지나야 경자년 쥐띠 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옳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기해년 돼지띠인 셈이다. 말하자면 새해라고 하면서 2020년이 되었지만, 띠로 본 새해는 아직 오지 않은 셈이니 조금 복잡하고 불편하다. 이웃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음력을 폐지하고 모든 설을 양력으로 쇠니 그런 고민이 없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하여간 새해를 맞는 헷갈림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새해를 쇠는 습관은 언제부터일까? "진덕여왕(眞德女王) 5년(636) 정월 초하루에 왕이 백관(百官)의 조하(朝賀, 경축일에 신하들이 조정에 나아가 임금에게 하례하던 일)를 받았다. 새해를 축하하는 예법이 이때부터 비롯되었다." 고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新羅本紀)」에 기록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 전에 고구려나 백제에서도 새해를 쇴을 것이지만 기록에 없으니 그저 신라 것을 칠 수밖에. 예전 조선시대에는 설날이 되면 일주일을 쉬는 것으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조상에 대한 예절을 중요시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거기서 뭘 하고 있나요?" 어린왕자가 술꾼에게 말했어요. 그 술꾼은 빈 병 한 무더기와 술이 가득 찬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었어요. "술을 마시고 있지." 그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술을 왜 마셔요?" 어린왕자가 물었어요. "잊기 위해서야." "무엇을요?" 어린왕자는 어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어요. “내가 부끄러운 놈이란 걸 잊기 위해서야." 술꾼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고백했어요. "뭐가 부끄러운데요?" 어린왕자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술 마신다는 게 부끄러워!" 그는 말을 끝내고 입을 꼭 다물어 버렸어요. 프랑스의 작가 셍 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술꾼들이 산다는 세 번째 별나라의 한 장면이다. 정말 술꾼들은 왜 술을 마시는지도 모르고 마시는 것 같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프랑스 사람들도 그랬음을 알게 된 것으로 다소 위안이 될까? 사람이 살다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근심도 많아진다. 그래서 접하게 되는 것이 곧 술인데, 술을 하면 다소 그런 근심이 일시적으로 잊어버리게 되는 효과가 있기에 예로부터 사람들은 술을 망우물(忘憂物) 곧 근심을 잊게 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중국 동진(東晋)의 정치가 사안(謝安, 320∼385)은 국난을 구해낸 명재상으로 유명한데, 정치에 나오기 전에 동산(東山)에 은거하고 있다가 조정의 부름을 거듭 받고 할 수 없이 나와서 환온(桓溫, 중국 오호십육국시대 동진-東晉의 정치가)의 사마(司馬, 중국 주(周)나라 때 벼슬)가 됐다. 당시에 어떤 사람이 환온에게 약을 보냈는데, 그중에 원지(遠志)라는 약초가 있었다. 환온이 그 약초를 들고 사안에게 묻기를 “이 약초의 다른 이름이 소초(小草)인데 어찌 하나의 물건에 두 가지 이름이 있는가” 하자, 사안이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동석한 학륭(郝隆)이라는 사람이 대답하기를 “그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산속에 있을 때는 원지라고 하고 산을 나오면 소초라고 합니다” 하자, 사안이 몹시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이후 원지 혹은 소초라는 말은 명성은 요란하지만, 실제 일을 하는 면에서는 보잘 것 없는 사람에 대해서 놀리는 말이 됐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조선조 중기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은 출사하기 전에 고향인 안동 땅에 원지정사(遠志精舍)라는 작은 건물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