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환경학자는 여러 가지로 설명하겠지만, “친환경적으로 산다”라는 것을 쉽게 표현하면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화하는 삶을 말한다. 요즘 지구 차원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UN에서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탄소중립은 모든 인류가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현재보다 줄여야 달성할 수 있다.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자는 목적의 사회 운동으로서 ‘아나바다’가 있다. 아나바다는 1997년 11월,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기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울 때 나타난 사회 운동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쓰러지고, 자영업자들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물가는 치솟고,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고 자살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대한민국 독립 이후 최대 경제 위기에 처하게 되자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아나바다 운동을 시작하였다. 아나바다는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자는 사회 운동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껴 쓰기: 물건을 사기 전에 꼭 필요한지,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생각해서 최소로 사자는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끔찍한 이야기로군!” 김 과장은 대수롭지 않은 듯 한마디 했지만, 속으로는 뜨끔했다. 그 장로 이야기는 주인공이 바뀌어 자기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밀려왔다. “여보, 빨리 잡시다. 그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김 과장이 아내의 손을 살며시 쥐며 말했다. 그 이후로 아가씨에게서 연락은 없었고, 김 과장도 나목에는 더는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살인하고 자살했다는 장로 이야기가 잊히지 않아서 가지를 못한 것이다. 아내도 더 이상 여자 문제로 추궁하지는 않았다. 모든 것이 나목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듯했다. 그런데 6달쯤 지난 어느 날, 뜻밖에도 사무실에서 김 과장은 미스 나의 전화를 받았다. 깜짝 놀라 웬일이냐고 묻자, 아가씨는 자기가 점심을 사겠다며 한번 만나자고 한다. 내일 당장 삼수갑산에 갈지언정 아가씨가 만나자는데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 평균의 남자라면 이런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을 것이다. 김 과장은 회사 근처의 다방에서 다음 날 열두 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막상 약속 장소에 나가려니 약간 불안한 생각이 들기는 해도, 그 옛날 연애하던 시절 데이트하러 가는 것처럼 가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그때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요즘 세월이 좋은가 봐요.” 아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 우리 회사 그 박 과장 있잖아. 카페에서 대중가요 스무 곡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2절까지 내리 부르고 마담한테 술을 뺏어 먹었다는 그 사람 말이야. 그 친구가 오늘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전화가 와서 한잔했어.” 김 과장은 슬쩍 둘러댔다. “지금이 대체 몇 시에요?” 아내는 화가 난 모양이다. “어디 시계 좀 보자고. 어, 벌써 두 시가 넘었군. 오늘은 너무 늦었는걸. 여보 미안해.” 김 과장이 아내를 포옹하면서 달래려 했다. “빨리 가서 세수나 해요. 그 분냄새 나는 와이셔츠도 빨리 벗어 치우고요!” 아내가 뿌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김 과장은 속으로 아차 했다. 술김에 용기를 내어 아가씨와 포옹하면서 좌충우돌 키스를 두 번인가? 했는데, 아가씨의 화장이 너무 진했거나 아니면 아내의 코가 너무 예민했나 보다. 부부싸움 덜 하려면 후각이 무딘 여자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김 과장은 와이셔츠를 벗어서 빨래통에 던지고 세수하고 이빨까지 닦은 뒤에 잠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금은 반짝이며 노란색을 띠는 금속이다. 원소기호 ‘Au’는 금을 나타내는 라틴어 'aurum'에서 따온 것이다. 한자로는 '金'으로 표기하는데, 이때의 금은 ‘쇠 금’으로서 금속(金屬)'을 말한다. 곧 金은 금과 금속 두 가지 뜻이 있다. 금속의 우리말은 쇠붙이이며 금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남아있지 않다. 신라인은 금을 비롯한 금속 전반을 모두 金이라는 한자로 옮겼고 색깔을 나타내는 표현을 앞에 붙여 구분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인은 금을 나륜세(那論歲)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는 중세 한국어 어휘 '노ᄅᆞᆫ쇠〮(노란 쇠)'에 대응한다. 이후 조선 초기부터는 금을 그냥 한자어인 '金'이라고 불렀고, 노란 쇠를 비롯한 고유어 표현은 이에 밀려 도태된 것으로 보인다. 금은 전성(展性)이 매우 우수해서 얇은 판이나 실로 가공할 수 있다. 전성이 강하다는 것은 물렁물렁하기는 하지만 잡아 늘이거나 강한 힘을 가한다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을 얇게 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펴지며 1μm (1/1000 mm) 이하의 두께까지 펼칠 수 있어서 뒤가 비쳐 보이는 얇은 금박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무언가를 금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언젠가 박 과장이 이렇게 말하던 것이 생각났다. “김 과장은 여자에 너무 약한 것 같아. 술집 아가씨는 술집에서 술을 따르면 되는 것이요. 괜히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격에 안 맞는 일이라고나 할까? 달리 말하면 어리석은 짓이요. 술집에서 만난 아가씨에게 절대로 정(情)이나 명함을 주어서는 안 돼요. 나중에 괜히 귀찮아지지요.” 그러나 이 아가씨는 예외일지도 모른다. 박 과장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은 존중하지만, 세상에 예외 없는 법칙은 또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이 아가씨는 비록 뿌리는 진흙 속에 내리고 있지만 심성은 더럽혀지지 않은 깨끗한 한 송이 연꽃일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술을 한 잔 더 마신 뒤 김 과장이 말했다. “수련이, 술집 아가씨에게는 정을 주지 말라는 말을 알고 있지만 나는 수련이를 그저 술 따르며 웃음을 파는 보통 여자로는 보고 싶지 않아.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저도 선생님을 보통 손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개 손님들은 저희들을 뭐라고 할까요. 노리갯감이나 감정이 없는 물건처럼 대하거든요. 그러나 선생님은 달랐죠.” 말없이 듣고 있던 김 과장이 말을 이었다. “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과장이 아가씨에게 물었다. “사람이 살아가며 크건 작건 희망이 있을 텐데 수련이의 희망은 뭔가?”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계를 들고 있죠. 현재 계획으로는 1년 정도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카페를 차라기도 전에 몸이 망가지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죠. 처음보다 몸이 많이 나빠진 것 같아요. 요즘은 날마다 간장약을 먹고 또 가끔 집에서 엄마가 보내 주는 보약을 먹기도 해요.” “어머니도 수련이가 여기 있는 줄 아나?” “아니요. 회사 다니는 줄로만 알고 있죠.” 태어날 때의 인간은 다 같이 평등하고 인간의 소망은 다 같이 소중할 텐데, 어쩌다가 자기 몸을 축내며 매일매일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이 아가씨의 삶이 안타까웠다. 어떤 통계를 보니까 서울에서 직업을 가진 여성의 50%가 호텔, 여관, 사우나, 안마시술소, 이발소, 룸살롱, 다방, 텍사스촌 등 유흥업소 종업원이라던데 과연 이들의 삶에 누가 관심을 가져주는가? 유명한 정치인이나, 훌륭한 종교 지도자 가운데서 이들의 고달픈 삶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다 집어치우고 시집이나 가지 그래.” “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룸 안에 둘만이 남게 되자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김 과장은 ‘그냥 갈 걸 그랬나?’ 하는 약간의 후회감마저도 들었다. 썰렁한 침묵이 잠시 흐르자 김 과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마주앙 한 병 더 할까?” “네, 좋아요.” “안주는 미스 나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아무거나 시켜.” “과일 괜찮으세요?” “그래 좋아.” 조금 후 두 개의 술잔이 부딪쳤다. 술이란 이상한 액체라서 남자는 여자와 같이 술을 먹으면 기분 좋게 술술 잘 넘어간다. 반대로 여자 역시 남자와 같이 술을 마시면 잘 넘어갈 것이다. 이성(異性)과 함께 마시는 술은 그래서 사랑의 묘약이라고 말하나 보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저희들 생활이야 뻔하지요. 매일 억지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참, 저번에 약속했던 금연 껌을 사왔지. 보통 껌처럼 씹어 먹으면 화학물질이 입에 남아 담배를 피우면 역겨운 냄새가 나서 담배가 싫어진다고 하더군. 여기 있어. 단번에 담배를 끊기는 힘들 거도 조금씩 줄여가 보도록 노력해 봐.” 아가씨는 김 과장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감사합니다’ 말하며 금연껌을 받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12월 3일 일요일 오후. 각시와 함께 평창군 봉평면 시골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평창시네마에 가서 모처럼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봉평에 사는 지인이 서울에 사는 아들의 추천으로 영화를 먼저 본 뒤에 나에게 추천해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보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서울의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를 시골인 평창에서도 동시에 볼 수 있을 만큼 도시와 시골 사이 문화적인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상영시간이 무려 141분이나 되는데도 선택한 관람객들 <서울의 봄>은 지난 11월 22일 개봉했는데, 12월 5일 현재로 누적 관객 수 507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제작비는 232억 원이 들었는데, 개봉 12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460만 명을 넘어섰으며 12월이 가기 전에 1,000만 관객 수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3년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각각 박스오피스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흥행 속도도 제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역대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들 가운데 '광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나도 사장 한번 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첫아들을 낳은 뒤 둘째는 생략하려고 했지. 양육비가 많이 들 것 같아서. 그런데 마누라는 애가 하나면 외롭다고 하나 더 낳자고 박박 우기더라고. 그래서 미스 나처럼 예쁜 딸을 기대하면서 둘째 애를 낳았는데 그만 아들 쌍둥이가 나왔지 뭐야. 결국 사장될 꿈은 사라지고 세 녀석 키우기에도 바빠서 허덕이면서 살아가고 있지.” “그래도 아들 부자니까 부자는 부자네요.” 미스 나가 웃었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 요점이 바로 거기에 있소. 요즘같이 집값이 비싸서야 20대 신혼부부가 봉급 모아서 언제 집 한 칸 마련하겠소? 요즘 신문에 부동산투기 억제다, 토지 공개념이다, 뭐다 하면서 요란하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은 그저 꿈일 뿐이요. 결혼해서 인생의 황금시기에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입고 싶은 옷 못 입고, 가고 싶은 구경 한번 못 가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오로지 집을 사기 위해 근검절약하는 그들을 보면 가련하기도 하오.” “그래 박 과장님의 연구 결과 묘안이 있습니까?” “남자와 여자의 결혼 연령에 20년 시차를 두면 됩니다. 자, 들어봐요. 우선 20대 여자는 40대 남자와 결혼하는 겁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충청남도 서산만 간척 사업은 1980년 5월에 공사를 시작하였다. 당시만 해도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갯벌을 논으로 만들면 경제성이 있다고 보았다. 현대건설이 공사를 하던 중 1984년 2월에 방조제 공사의 마지막 물막이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9m에 달하는 조수 간만의 차와 초당 8.2m의 빠른 유속으로 승용차만 한 바윗덩어리도 흔적 없이 떠내려가기 때문이었다. 이때 현대건설의 정주영 회장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정 회장은 23만 톤 급 폐유조선(길이 322m, 높이 27m)을 울산에서 끌고 와서 물을 가득 담아 가라앉혀 물막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고정 관념의 틀을 깨는 이 기발한 공법은 ‘정주영 공법’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건설계의 찬사를 받았다. 서산 간척지는 1986년 5월에 시범 영농을 개시했으며, 1995년 8월 14일 공사기간 15년 3개월이라는 대역사(大役事)를 마감했다. 정주영 회장은 1998년에 서산 간척지(현대그룹 서산농장)에서 기른 소 1,001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길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소를 팔아서 갖고 있던 돈(70원)을 훔쳐 가출하여 사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