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살얼음 살얼음길 지난 이렛날(7일)이 눈이 많이 내린다는 한눈(대설)이었습니다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눈은커녕 한낮에는 봄 날씨라고 해도 될 만큼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높은 고장에는 올해에도 몇 차례 눈이 내렸다고 하지요.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듣는 기별이 있습니다. 지난 이레에도 다른 고장에서 이것 때문에 수레가 부서지고 사람도 다쳤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그 기별 속에 나온 말은 다름 아닌 ‘블랙 아이스’였습니다.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듣기 때문에 수레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말은 ‘검다’는 뜻의 영어 ‘black’에 ‘얼음’이라는 뜻의 ‘ice’를 더한 말입니다. 이 말을 우리말로 곧바로 뒤쳐 직역하면 ‘검은 얼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블랙 아이스’를 ‘검은 얼음’으로 뒤쳐 쓰자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말하면 좋다고 할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말과 비슷한 토박이말이 있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좀 해 보자는 것입니다. ‘블랙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95 매시근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매시근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몸살이 나서 온몸이 매시근했다. 의사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쇠 꼬치를 그의 입에 넣었다 꺼냈다 하였다. 철호는 매시근하게 잠이 왔다.(이범선, 오발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몸에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니 밑에 것이 좀 더 뜻을 알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운'이라는 말이 '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매시근하다: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이렇게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낮밥을 먹고 바로 앉아서 일을 할 때도 그럴 수가 있지요. 또 일을 많이 하고 난 뒤에도 이러기 쉽습니다. 위에 보기월에도 나온 것처럼 몸살이 나거나 고뿔에 걸렸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곤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를 미리 막으려고 주사를 맞고 나서 이렇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많았지 싶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8-홀소리 1학년 학기 국어 배움책(교과서) 셋째 마당 ‘다 함께 아야어여’에서는 “모음자를 알아봅시다.”라는 말을 앞세우고 모음자 모양 알기-모음자의 이름 알기-모음자 찾기-모음자 읽기-모음자 쓰기-모음자 놀이하기의 차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습니다. 앞서 ‘자음자’ 이야기를 할 때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교과서에 ‘모음자’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아이도 ‘모음자’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왜 ‘ㅏ,ㅑ,ㅓ,ㅕ...’같은 것을 왜 모음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물어도 ‘어미 모’, ‘소리 음’이라는 한자 풀이를 넘어 더 쉽게 풀이해 줄 수 있는 선생님들도 많지 않은 게 참일입니다. 제가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어 본 바에 따르면 ‘모음’보다 ‘홀소리’라는 말을 더 쉽게 알아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ㅏ’부터 ‘ㅣ’까지 열 가지 소리를 다 내어 보라고 한 다음 앞서 ‘닿소리’가 우리 입술이나 입안 어디엔가 닿아서 나는 소리였다는 것과 견주어 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면 닿소리와 달리 아무데도 닿지 않고 소리가 난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립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94 매끼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매끼'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뜻은 '곡식 섬이나 곡식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월을 보였습니다. 벼를 베고 매끼를 틀어 볏단을 묶다. 동생은 나뭇단 매끼로 쓸 칡넝쿨을 끊어 놓았다. 그는 지게 고다리에 낫과 도끼를 매끼로 매달고 나무하러 갈 채비를 차렸다. 둘째 뜻으로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곡식 섬이나 곡식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을 세는 단위'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베 일곱 매끼 보릿단 열두 매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두 가지로 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뜻으로 '곡식 단이나 섬을 묶는 데 쓰는 새끼나 끈'으로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온종일 짚으로 매끼를 틀어 볏단을 묶는 게 그의 일과였다. 둘째 뜻으로 '수 관형사 뒤에서 의존적 용법으로 쓰여, 새끼나 끈 따위를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벼 한 섬에 두 매끼씩 묶어 두어라. 새끼가 몇 매끼나 남았나 확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책에서 길을 찾다]7-눌리다 말리다 닦다 오늘 되새겨 볼 글도 지난 글에 이어서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에 있는 것입니다. 월에서 제 눈에 띄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본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조국을 살리는 길은 무엇보다도 민족의식으로 독립 정신을 신장시킴이 급한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눌리는 것보다도 문화적으로 말리우는 것이 더 무서움을, 가까이 청족 곧 만주족이 한족에게 되눌린 꼴을 보아도 잘 아는 바이다. 먼저 말을 찾자. 말은 민족의 단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말의 단위가 곧 민족의 단위라고도 볼 수 있으니 조선 말이 곧 조선 겨레라 하여도 지나친 바 아니다. 그 때에 서울에는 조선어 연구회(조선어 학회의 첫 이름)가 있었다. 스승은 그 회의 여러분들과 만났었다. 그리고 조선어의 교육자들과도 가까이 사귀며 만났었다. 쓰러져 가고 시들고 없어져 가는 조선 말, 흥클리고 찢어져, 갈라지고 흩어져 가는 조선 말은 혼란의 극도에 다달았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 말의 통일 정리 보급은 이 겨레를 살리는 가장 가까운 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93 맞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맞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즉시 치르는 물건값'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정말 돈이 많은지 승용차도 맞돈으로 구입했다. 상인은 맞돈으로 살 생각이 없으면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직접 치르는 돈'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맞돈이 아니면 거래하려 하지도 마세요. 이 물건은 외상이 아니라 맞돈을 주고 산 거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맞돈: 몬(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치르는 돈 이 말과 비슷한 말이 우리가 자주 쓰는 '현찰', '현금'이라는 것을 두 곳에서 다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모두 이것을 좋아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마 더 좋아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이걸 많이 들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위에 있는 보기월을 보더라도 '맞돈'을 알고 있으면 쓸 일이 참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알고 쓰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둘레 살갗 엉기다 대롱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75쪽부터 7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75쪽 첫째 줄에 ‘그 둘레에서 열을 빼앗아 간다.’가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둘레’는 다른 책이나 요즘 배움책에서 ‘주변’으로 쓰는 것입니다. 앞으로 ‘주변’을 써야 할 때 ‘둘레’를 떠올려 쓰면 될 것입니다. 그 뒤에 있는 ‘빼앗아 간다’에서 ‘빼앗다’는 말도 다른 책에서나 글에서 ‘수탈하다’, ‘탈취하다’는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하는데 ‘빼앗다’는 말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줄에 있는 ‘살갗’은 앞서 나온 적이 있지만 오래 되어서 못 본 분들도 계시지 싶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피부(皮膚)’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이처럼 옛날 배움책에서 ‘피부’가 아닌 ‘살갗’을 썼었기 때문에 다시 ‘살갗’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살갗’부터 배우고 난 뒤 ‘피부(皮膚)’도 알고 ‘스킨(skin)’도 알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줄부터 일곱째 줄에 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찾기 놀이]1-18 여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누리집을 다녀 가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솜씨 뽐내기에 지음몬(작품)을 낸 배움이가 세 즈믄 사람(3000명)에서 몇 사람 빠질 만큼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박이말 겨루기, 다녀갑니다에 글을 남겨 주신 분들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있고 제 때 챙기지 못한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더욱 마음을 쓰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지난 엿날에는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세 이레 만에 간 시골은 참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붉은 빛깔로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은 말할 것도 없고 잎도 하나 남김 없이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싸늘한 바닥은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발이 시렵도록 차가웠죠. 건건이를 챙겨 넣고 이른 저녁을 먹은 뒤 설거지를 하다가 손이 시려움을 느끼고 아직 물을 데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끼시는 게 몸에 배서 그러지 마시라 말씀을 드려도 그러시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바쁘게 보낸 한 이레를 마무리하며 토박이말 찾기 놀이를 만들고 있습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1-92 맞갖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맞갖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에 맞갖지 않은 일자리라서 거절하였다. 입에 맞갖지 않은 음식이겠지만 많이 들게. 한시라도 공주의 손길이 닿지 아니하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마음에 맞갖지 않은 때문이다.(박종화, 다정불심)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무엇이 마음이나 입맛에) 딱 알맞다.'로 풀이를 하고 "나는 음식이든 무엇이든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마음에 맞갖지 않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맞갖다: 무엇이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알맞다). 낱말 풀이에도 나오지만 우리가 살면서 '꼭 맞다', '알맞다', '딱 맞다'는 말을 쓸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맞갖다'는 말을 떠올려 써 보면 좋을 것입니다. , "많이 남기신 걸 보니 오늘 밥은 맞갖지 않은가 봅니다?", "그 사람 말하는 게 맞갖았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함께 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네 마음에 맞갖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온겨울달(섣달, 12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지난달은 겨울로 들어서는 달이라고 ‘들겨울달’이라고 했었는데 이달은 온이 겨울로 가득찬 달이니 ‘온겨울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온겨울’이라고 하는데 ‘온겨울’, ‘동지’가 든 달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온겨울달, 섣달, 12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알려드립니다. 달이 바뀌고 이레 만에 드는 철마디(절기)는 눈이 엄청 크게 많이 내린다는 ‘한눈’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지리산에 올해 들어 첫눈이 내렸다는 기별을 들은 지가 거의 보름이 되어 갑니다. 길눈이 내리기도 하는 곳에서는 지겨울 만큼 자주 오지만 우리 고장에서 잣눈은커녕 자국눈 구경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앞에 밤새 도둑눈이 내려 아침에 일터로 가는 사람들을 엄청 어렵게 만들었던 일도 이제는 가물가물 합니다. 다른 곳에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숫눈 위에 발자국을 찍기도 하고 쌓여 있는 눈을 뭉쳐 던져 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는 눈을 크게 뭉쳐 눈사람도 만들고 동무들과 눈싸움도 했는데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