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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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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8]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보나 마나 낙방거사 삼수 사수 몇 번짼가 추풍령 추풍낙엽 낙화암 지는 꽃잎 가을이 오기도 전에 우수수 낙엽진다 이놈아, 재수 없다 낙장에 낙마라니 과장(科場)에 들기도 전에 떨어질 낙(落) 자 웬 말이냐? 공부 못해 그리됐나 운이 없어 그리됐지. 낙방거사 자초지종을 어디 한번 말해볼까? 처음엔 뒤에 놈이 제발 제발 애원하여 보여주다 쫓겨났고, 두 번째는 큰 대(大)자에 떨어진 먹물, 개 견(犬) 자로 탈락했고, 세 번째는 분하고 억울하다 답안은 백 점인데 이름자 빠뜨려 낙방이라, 마지막 사연은 천기누설, 밝힐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내 사주 대기만성이라 이번엔 문제없다 <해설> 우리 가여운 양반님 이번에도 낙방일까? 한양으로 모시고 갈 하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 결과야 뻔한 것 아닌가. 기방동기들과 허구헌날 기생집이며 천렵이며 다니고 놀았는데, 과거는 무슨 놈의 과거인가. 어디 진사 생원은 양반님 찜 쪄 먹는 것이란 말인가. 올해가 몇 번째인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올해도 보나 마나 낙방인데 어쩔 것인가? 하지만 이 양반님 결코 과거의 낙방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 변명이 가관이다. 평시조

20. 양반 근본 자랑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7]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쭈구리, 되잖은 소리 지밀나인 족보더냐 이 양반 근본 볼라치면 배다른 에미 여섯이요, 처첩 합이 열둘에다 낳은 자식은 잘 모르것고, 뱃일꾼이 스물에다 말 일꾼이 서른이니, 어떠냐? 근본타령 제쳐두고 과거행장 차리어라 <해설> 하긴, 말뚝이 근본, 양반 근본, 알고 보면 큰 차이도 없느니라. 특별한 근본이 어디 있던가? “지밀나인 족보”라니. 지밀(至密)나인이란 예전 궁중에서 임금과 왕비를 모시던 나인을 일컫는 말인데, 저잣거리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 지체 높은 양반은 또 아니기에 근본 말하기엔 무척이나 어정쩡하다. 하지만 지밀은 경우에 따라서는 갑자기 천당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지밀은 임금과 왕비의 신변보호와 잠자리, 음식, 의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시중과 내전의 물품 관리를 담당하기에 궁녀 가운데 으뜸 자리에 있다. 임금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만약, 아주 만약에 임금과 하룻밤을 잘 기회가 생기면, 그날로 바로 후궁이 되니 이건 사다리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말뚝이 니놈 근본이 어려우면 나 역시 어렵지 않겠느냐. 그러니 내 가진 것 보고 판단하되

19. 말뚝이 근본 자랑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6]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장구경 온 사람들아 소인 근본 들어보소 나의 칠팔구대조께옵서는 남병사를 지내옵고, 사오륙대조께옵서는 평양감사 마다하고 알성급제 도장원에 승지참판 지냈다오. 아서라, 구라치기 지겨우니 뚝 잘라 말하리다. 고향은 경상도라 무뚝뚝한 말뽄새에 알고도 짐짓 몰라 ‘시침 뚝!’이 자랑이라, 갓끈 긴 사장님아 가방끈 긴 시장님아, 다리 밑이 고향이긴 매양 일반 아니던가. 항렬자는 뚝자 돌림, 일가친척 일러볼까. 새부대에 새로 담는 새뚝이는 어떠하며 쓰러지면 일어나는 오뚝이는 어떠한가. 섬섬옥수 담근 간장, 장맛보다 뚝배기라 박경리 태어난 곳 이름하여 ‘뚝지먼당’ 어떻소, 말뚝이 근본 이만하면 쓸만하요? <해설> 지금은 이런 어른들 잘 안 계시지만 10년 전만 해도 어디 가면 “자네 고향이 어딘가? 성은 무엇이며 본은 어딘가?”, 좀 더 점잖은 어른들은 “춘부장 연세는 얼마이고, 안항은 몇인고?”하고 묻기도 했다. 이런 물음에 잘 대답하지 못하면 가정 교육을 잘 못 받은 것으로 인정되고 만다. 성씨나 본 정도는 대부분 알 것이고, 춘부장도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임을 모르지 않는데, 안항(雁行)이란 말에선 말문이 막힐 수도 있다

18. 말뚝이 타령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5]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말뚝이 타령 이놈도 이리오라 저놈도 저리가라 통시 앉아 개 부리 듯 좌라좌라 우로우로 서러운 바사기 신세 어디 가서 한탄할꼬 말뚝이는 가벼운 놈, 남의 말 수이 마소 춤판 탈판 심심할까 재담하고 놀았는데, 반지빨라 못 쓸래라, 킥킥큭큭 이러쿵저러쿵 주둥이들 놀리지만, 쌀을 줬나 술을 줬나 눈대중으로 가늠마소. 버드남ㄱ에 쇠불알 추, 바람도 천근만근, 보풀인들 가벼우랴. 한치 앞 뵈지 않으니 제 앞가림 단디하소 연당못에 줄남생이 청석 틈에 송사리떼 말뚝인지 개뚝인지 맨맨한기 홍어좆이라 더럽고 아니꼬와서 유언장이나 쓰야것다 <해설> 어쭈구리! 양반님네들 춤을 보니 참 잘 나기도 하셨소 그려. “통시 앉아 개 부리 듯 / 좌라좌라 우로우로 / 서러운 바사기 신세 / 어디 가서 한탄할꼬” 첫수 중장과 종장에서도 요즘 사라져 가는 시어 둘을 차용했다. 사실 예전에는 ‘통시’란 말은 대체로 통용되었는데, 지금 젊은 세대에겐 쓸모없는 말이 되었다. 같은 곳을 의미하지만, 통시, 뒷간, 변소, 화장실 등으로 변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쩌면 화장실이란 말이 가장 잘 못 된 말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좋은 우리 말이 있는데, 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