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날이나 요즘이나 오란비철에 여러 날 비가 오면 겪게 되는 어려움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빨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날 비가 오락가락 하니까 비를 맞아서 옷이 젖기도 하고 또 더워서 땀에 젖기도 하는 옷을 빨아야 되는데 비가 오면 빨래가 잘 마르지 않지요.
그처럼 ‘오란비철 빨래를 말릴 만큼 잠깐 해가 드는 겨를’을 ‘빨래말미’라고 했습니다. 올해는 아직 그런 날이 없어서 아쉬움을 못 느낄 겁니다. 하지만 빨래말미도 없이 비가 쉼 없이 올 때도 있습니다. 또 때로는 여러 날 비가 오다가 해가 나면 빨래말미를 얻어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을 때도 있고요.
‘빨래말미’라는 말은 요즘도 손수 빨래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말인 만큼 쓸 일이 많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 말도 알고 있으면 쓸 일이 많은 말인데 우리 말집(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는 말이라는 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저 나름대로 이곳저곳에서 알리고 있지만 부려 쓰시는 분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란비철을 맞아 이렇게 다시 알려드려서 많은 분들이 알고 쓰게 되기를 바라고 또 말집(사전)에도 얼른 오르기를 바라 봅니다.
이 말과 비슷한 말로 ‘나무말미’라는 말은 말집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나무말미’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장마 기간 중에 날이 잠깐 개어 풋나무를 말릴 만한 겨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땔감이 나무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밥을 해 먹을 때도 나무가 있어야 했는데 오란비철에 마른 나무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나무를 말릴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요즘은 땔감으로 나무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럴 일이 적기는 하지만 ‘나무말미’라는 말은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니까 많이들 써 주시기 바랍니다.
덤으로 빨래말미, 나무말미에 들어 있는 '말미'라는 말도 쓸 일이 많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미'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일정한 직업이나 일 따위에 매인 사람이 다른 일로 말미암아 얻는 겨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방가', '휴가'와 비슷한 말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휴가'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들 '여름 휴가'라는 말을 쓰는데 '여름 말미'라고 할 수 있으니 앞으로 쓰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