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로키산맥 정상 부근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자작나무는 무릎을 꿇은 상태로 엎드려 산다고 한다. 가까스로 싹이 트고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지악스러운 찬서리와 거친 비바람을 맞받으며 이겨내려면, 무릎 꿇고 엎드린 모습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자작나무를 베어내 바이올린을 제작한다. 세상의 어떤 나무보다 공명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김주영의 <아라리 난장>에서) 싹이 트고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찬 서리와 거친 비바람을 맞받으며 꿋꿋이 살았던 한 소년공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기적이 어제 새벽에 일어났다. 나는 그날만큼은 해돋이를 보아야겠다고 며칠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그날 서울의 해는 5시 12분에 뜬다고 했다. 자칫 놓칠세라 새벽 2시 무렵부터 침대에서 뒤척인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퍼뜩 깨어나 시간을 보는 일을 반복한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미 황홀한 해가 솟았다 사라졌다 한다. 몰록 시상(?)이 떠오른다. 해가 뜬다. 날마다 뜨는 해가 일천 년 만에 뜬다. 새해 봄에는 야산에서 따온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 늦게 발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 1년(서기 2025년)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가 헌재에서 파면되는 순간, 기쁨의 환호성이 천지를 뒤엎는 듯하였다. 산천초목도 춤을 추고 귀신도 눈물 흘렸다. 하늘을 떠돌고 있을 박규수(1807-1877)와 그 문하생들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법하다. 살아생전에 그들은 현재의 헌재 뜰에 자리한 박규수의 사랑방에 모여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고 갈망하지 않았던가. 박규수를 만나보자. 대동강에 양각도라는 섬이 있었고 그 섬의 서쪽 맞은편 강가에 돌로 쌓은 성이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방수성(防水城). 그 성 앞으로 제너럴셔먼호라는 무장한 상선이 이동하여 정박한 것은 1866년 7월 20일이었다. 그들은 마구 총을 쏘아대고 지나가는 상선을 약탈한다. 단아한 평안 감사 박규수의 수염이 바르르 떨린다. 소매를 떨치고 대동강 변으로 나가 작전을 지휘한다. 셔먼호는 주둥이가 큰 대완구 대포와 조총을 쏘아댄다. 조선측에서는 재래식 화승총과 활로 응사한다. 가망 없는 싸움이다. 그러나 박규수는 적을 섬멸한다. 밤늦게 조정에 보낸 승전보다. “상대의 배는 우뚝하기가 견고한 성과 같은 강적인데, 우리 진영은 군비와 방위 태세가 실로 한심한 지경이었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어둠을 불평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자루의 촛불을 켜라 -펄 벅(Pearl S. Buck, 1892∼ 1973)- 지금은 자신의 조국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지만, 언젠가 민족정기가 어둠에서 깨어나면 잠은 비록 죽음의 가상(假像)이기는 하나 죽음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게 될 한국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1863~1949), 《PASSING OF KOREA(대한제국멸망사)》- 포식자의 느닷없는 기습공격을 찌르레기떼가 현란하고 아름다운 군무(群舞)로 물리치는 모습은 경이롭다. 우리는 그 숨 막히는 광경을 하늘이 아닌 지상에서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의 거리와 광장에서 펼쳐지는 빛의 무혈 혁명이다. 73살을 넘긴 나도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광장에 나가곤 한다. 이 순간도 포식자들은 발톱을 숨긴 채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조류학자들은 찌르레기떼가 포식자의 공격을 받으면 절묘한 공중 곡예(aerial acrobatics)를 연출함으로써 적을 혼란에 빠뜨려 안전을 도모한다고 한다. 흉맹한 포식자가 쪼그마한 찌르레기를 표적 삼아 거듭 기습공격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