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화엄사 홍매화 봄을 화엄세계로 꾸민 홍매 (돌) 꽃으로 피는 불은 아름답네 (심) 다름이 어울린 꽃 언제피나 (초) 다름을 삼키고 낯붉힌 홍매 (빛) ... 25.3.31.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1 / 봄 삼월이 돌아오면 남녘바다 물빛은 그 시린 바람을 업고 파랗게 여울지고, 멀리 지리산 연봉들은 연둣빛을 띠며 이른 봄소식을 전할 때, 그때! 지리산 아래 천년 고찰 화엄사의 각황전이 왼손에 활짝 핀 홍매화 꽃을 들어 올려 봄날을 축복하는 빛나는 광경을 만난다. 끊임없이 봄소식을 전해 주고 있다. "봄이 오고 꽃이 피는 세상" 알려주고 있다. 고맙구나! 붉디붉은 저 화엄매여, 화엄매여. (옥광) 설명 2 / 나 밖의 다름을 이해하고 어울리려면 늘 나와 다른 내 속의 다름으로 나 밖의 다름을 유추해 보고 감싸보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나 밖의 다름이 내 안의 다름과 본질적으로 같거나 비슷하지 않으면, 그리고 내가 내 안의 다름과 먼저 화해하지 않으면 절대로 나 밖의 다름과 화해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붉은 홍매는 내가 내 안의 다름과 화해하는 모습, 내 안의 다름을 껴안는 모습, 내 안의 다름을 소화해 내는 모습, 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는 등운산(騰雲山)이 있다. 구름으로 오른다는 뜻인데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허리에 늘 구름을 이고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등운산에는 고운사(孤雲寺)라는 절이 있다. 절 주변은 일품으로 평가받는 멋진 송림이 있고 거기서는 송이버섯 또한 많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고운사는 넘북국시대(통일신라) 신문왕 때인 681년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원래 이름은 고운사(高雲寺)였는데 나중에 신라말 고운 최치원(857~ 미상)이 스님들과 함께 가운루(駕雲樓)와 우화루(羽化樓)란 두 건물을 지은 후 절 이름도 최치원의 호인 고운(孤雲)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절을 대표하는 건물인 가운루는 절 입구 계곡의 양쪽 기슭을 가로질러 세운 누각이다. 계곡 가장 낮은 곳 암반에 돌기둥을 새우고 그 위에 다시 나무기둥을 올린 다음에 마루를 놓아 하층을 이루고 상층은 공포를 두른 팔작지붕을 올렸다. 이 누각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큰 규모임에도 계곡과 조화를 이루어 앞뒤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도 결구가 지극히 아름다워 멋진 운치를 자랑하였다. 우리나라 절에는 계곡을 가로질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죄와 벌. 하늘이 열리고 인간이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한 이래 ‘죄와 벌’은 늘 있었다. 오랜 옛날부터 형벌은 죄를 짓는 자를 벌주거나 권력자가 약자를 탄압하는 수단이었다. 형벌을 잘 들여다보면 당시 사회가 어떤 것을 금기시했는지, 어느 정도로 성숙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우리 역사 속 형벌을 알기 쉽게 풀어낸 이 책, 장경원의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우리 역사 속 죄와 벌’이라는 부제처럼, 우리 역사 속에 나타난 형벌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그 잔혹함에 놀라고, 때로는 먼 옛날인데도 죄인의 인권을 배려하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처음에 신라의 형벌 제도를 이어받은 고려는 중국 당나라 형벌 제도를 받아들여 보완했고, 11세기 문종 때는 우리 형편에 맞게 크게 손질했다. 형벌에 관련된 일은 ‘형부’라는 관청에서 다루었고, 감옥을 관리하는 일은 ‘전옥서’에서, 죄지은 벼슬아치들은 따로 ‘어사대’라는 기구에서 맡았다. 고려의 다섯 가지 형벌 제도는 태형, 장형, 도형, 유형, 사형이었다. 태형과 장형은 매를 치는 것이고, 도형은 매질에 힘든 일까지 더한 것, 유형은 유배를 보내는 것, 사형은 죽이는 것이었다. 이 기본적인 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황순윈님의 <소나기>만 한 작품도 없습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발견하지요. 징검다리를 차지하고 물장난하는 소녀를 소년은 먼발치에서 지켜봅니다. 그때 소녀는 소년에게 "바보"라고 하며 조약돌을 던지고 갈대밭 사이로 사라집니다. 이 조약돌은 소년의 주머니에서 소녀를 그리는 정표가 됩니다. 2010년엔 드라마 <추노>가 방영되었지요. 노비 신분이었던 언년이(이다해)는 양반가 도련님 이대길(장혁)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추운 겨울날 고생하는 언년이를 위해 대길이는 불에 달궈진 따뜻한 조약돌을 건넵니다. 언년이는 그 조약돌을 신줏단지처럼 지니고 다닙니다. 신분을 넘어선 사랑은 조약돌처럼 단단했지만, 운명은 그 둘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저는 8년 연애 뒤에 결혼하였습니다. 연애 3년 차 생일 때 아내는 목각으로 된 목이 긴 신발 한쪽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뭐 크게 소용되는 물건도 아니어서 책꽂이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5년을 보냈습니다. 결혼하고 살림을 합치던 날, 아내의 짐 속에서 나머지 한 쪽 신발을 발견하고는 그제야 그 선물의 의미를 알았습니다. 뒤에 목각 신발 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ㅁ 교수도 원주 출신이라고 한다. ㅁ 교수는 K 교수도 아는 여교수인데, 작년에 베스트셀러를 써서 인세를 받아 아파트를 한 채 샀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K 교수는 ㅁ 교수의 책을 책방에서 사서 읽어 보았는데,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교훈이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매우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40대 후반인 K 교수는 사실 요즘 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 책은 30대인 ㅁ 교수가 20대인 신세대 대학생들의 속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는데, K 교수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이 있을 때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며 신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변화된 사회 환경과 가정 환경 그리고 변화된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쉬운 예로서 “신세대는 자기 중심적이다”라는 비판에 대해서 ㅁ 교수는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자기중심적으로 길렀다”라고 주장한다. 곧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가족계획운동의 결과로 각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만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아마 오늘도 대한민국의 거리는 함성으로 뒤덮일 것 같다. 이는 1898년 3월께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 해 3월 10일 서울 종로에는 약 1만 명의 남녀노소들이 모였다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그 당시 1만 명은 오늘날의 몇 명에 해당할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인파였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외침의 뜻이 같다는 점이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다.” 그 함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아직 주인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누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가? 판사ㆍ검사라는 이름의 법비(法匪)들인 것 같다. 그들은 죄 없는 생사람에게 올가미를 씌우기도 하고 내란 수괴를 탈옥시키기도 하고 수염에 난 불을 끄듯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을 깔아뭉개기도 한다. 이 자들의 폐악이 극에 달해도 그들을 징치할 방도가 없으니 과연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국민이 주인일 뻔한 일들이 일어나긴 한다. 그 원초적 체험을 우리는 언제 했을까? 1896년 2월 11일 국왕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하였다. 아관파천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봄강물 얼음 녹고 봄기운 돌아오네 (달) 움트는 소리에 놀란 봄가슴 (빛) 물오른 버들가지 기웃기웃 (초) 뱃사공 어디 가고 낡은 주막 (돌) ... 25.3.12.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근래에는 기후 변화가 심해서 계절 감각도 흐려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수ㆍ경칩이 지나고 나면 얼어붙었던 저 강물이 풀리고 봄기운이 온누리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듯함을 느낄 수 있다. 강물 따라 청둥오리 물오리들이 날렵하게 자맥질을 하고 강가의 갯버들 가지들이 연둣빛으로 점점 바뀌어 간다. 이런 자연의 변화에 민감했던 농경민들의 후예인 노년기의 우리들이 아직도 이런 봄기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고맙고도 애처롭다. 옛 뱃사공과 주막집을 떠올리고 그려보는 마지막 세대의 향수가 봄강물 위에 반짝이는 저 햇살처럼 오래 빛나기를...(옥광)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3월이 봄의 수줍은 미소라면 4월은 봄이 얼굴을 펴고 웃는 계절이라고 하겠는데 올해는 날씨건 세상이건 봄이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안 왔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다음 주는 4월이지요. 4월 초, 정확하게는 4월 2일이 되면 제가 속한 모임에서는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의 한 묘소에 오릅니다. 제가 속한 모임은 ‘아사카와 노리타카 다쿠미 현창회’입니다. 이름에서 보듯 아사카와라는 성을 가진 일본인 형제를 기리는 모임입니다. 망우리에는 아사카와 형제 가운데 동생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 巧)의 무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름을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1891년에 태어나 23살 때인 1914년에 우리나라로 와서 산림과 수목 관련 일을 하다가 1931년에 세상을 떠난 분인데 돌아가시고도 이 땅에 묻혀있습니다. 돌아가신 지 올해로써 94돌이 되는군요. 우리들 현창회 회원들은 해마다 4월 2일에 이분의 묘소에 간단한 술과 안주와 함께 그의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무덤 앞쪽에는 작은 비석에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걸견폐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선악을 가리지 않고 자기 주인에게 충성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걸왕은 대표적인 폭군이고 요임금은 대표적인 성군입니다. 그런데 폭군인 걸왕이 기르는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 자지러지게 짖어댑니다. 그것은 개의 머리에 선악의 판단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자기 편이냐 아니냐를 근거로 단순하게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세태에 참 맞는 성어인 것 같아서요. 자기 편이 아니면, 곧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옳고 그름을 떠나 막무가내로 물어뜯습니다. 우리 겨레가 쓰는 말은 자신의 의견을 고급스럽고 품격있게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훌륭한데도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물론 총과 칼로 하는 정치보다 말로 하는 정치가 그래도 온건하다는 것을 압니다. 우린 특정 나라의 언어를 저급영어라고 폄훼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층이 말하는 언어를 보면 그런 비판을 해 온 것이 부끄러워집니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함몰되어 있으면서도 말은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차라리 "우리 당과 나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아서요."라는 솔직함이 더 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바로 코앞에 와있습니다. 생각보다 선고가 늦어지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 가지 부수적 쟁점에서 재판관들은 생각이 다른 점에 대해 협의하고 있고, 또 역사에 길이 남을 결정이라 한창 마무리 조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률가인 제 관점에서는 절차적 문제점이 있는지는 논외로 하고 윤 대통령이 저지른 행위를 놓고 봐서는, 이 사건은 도저히 탄핵소추를 기각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아무리 보수적인 재판관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은 평생 법관으로서 소양을 쌓아온 사람들이라 기본적인 헌법 틀을 벗어난 결정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지요. 저는 윤 대통령이 헌법 요건에도 전혀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나라 경제도 엉망이 되고, 국가신인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것 못지않은, 아니 어떤 점에서는 그 이상의 잘못은 국민을 두 쪽으로 분열시킨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좌절된 뒤 처음에는 떳떳하게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하더니만, 곧바로 이를 번복하며 각종 법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