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02) 매화나무 드문드문 꽃 적게 붙어 있고 그 성기고 마름과 비스듬히 기운 것 사랑하네 다시 삼성이니 저녁이니 새벽이니 변별할 필요 없으리니 향기로운 가지 끝에 달이 떴나 바라보게나 지폐 속에는 우리 역사가 가득하다. 천 원, 오천 원, 만 원, 오만 원권은 이제 카드에 밀려 점점 꺼낼 일이 없어졌지만, 언제든 꺼내 들면 역사 속 인물과 그에 걸맞은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하나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폐는, 가장 손쉽게 지니고 누릴 수 있는 우리 역사다. 박강리가 쓴 이 책, 《지갑 속의 한국사》는 그런 지폐의 친근한 매력으로 우리 역사에 한 발짝 다가가는 책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모르는 것들, 아마 지폐 속 인물과 배경도 그러한 것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눈에 익어서 오히려 무심히 지나치게 되지만, 한 번쯤 알아두면 두고두고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 책은 만 원, 천 원, 오만 원, 오천 원에 각각 실린 세종대왕, 퇴계 이황, 신사임당, 율곡 이이를 차례대로 다룬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지폐에 담긴 그림과 문물은 이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친절히 일러준다. 그 가운데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공자는 말합니다. "들은 것은 잊고, 본 것은 기억하고,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 이 간결한 문장 속에는 학습과 숙달,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이해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정보에 노출됩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듣지요. 이러한 간접적인 경험은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되지만, 쉽게 잊히기 마련입니다.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금방 희석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과 같지요. 그처럼 듣는 정보는 우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금세 희미해집니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는 시각적인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통해 세상을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지요. 마치 사진을 보듯이, 우리의 머릿속에는 그 경험이 비교적 오래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직접 해보는 것이지요. 직접 행동하고,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앎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배웁니다. 자전거 경주를 아무리 많이 본들, 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아무리 오래 들은들 자전거를 탈 수는 없습니다. 직접 페달을 밟고 여러 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억새풀 가을바람에 흰머리 날리며 (달) 우는 소린가 너털웃음인가 (심) 으악새는 새인가 갈대인가 (돌) 잎새 슬피울어 하얘진 넋들 (초) ... 25.9.19. 불한시사 합작시 1970년 이전에 태어난 세대들은 가을이면 문득 떠오르는 노래 가사가 있다. 박영효 작사, 손목인이 작곡하고 고복수가 부른 <짝사랑>이다. 바로 이 노래에는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사람들 대부분은 으악새가 쓸쓸한 가을숲에서 저 혼자 울고 있는 '새(鳥)'를 연상한다. 어른들이 부르는 대로 따라 흥얼거렸을 뿐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왜 가을이 되면 슬피 우는지 젊을 땐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으니까. 80년대 부산에 살 때였다. 예총부산지부 부회장을 지내던 천봉이라는 연예분과 원로에게 "으악새는 어떤 새인가?" 물었다. 그는 <앵두나무 우물가에>, <엽전열단냥> 등 히트곡을 수없이 작사한 분이었다. 그로부터 돌아온 답은 실망스럽게도 새가 아닌 갈대과의 '억새'풀의 사투리였다. 마른 억새잎들끼리 바람에 서걱이며 부딪치는 소리를 소쩍새 슬피 울듯 '슬피 운다'라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1886년 초 일본이다. 지운영이 고종의 위임장과 단도를 소지하고 일본에 와 있다. 김옥균을 암살하려 함이다. 김옥균의 심복 유혁로 등 세 사람은 지운영에 접근하여 위임장과 단도를 손에 넣는다. 그런 다음 경시청으로 가서 위임장과 단도를 증거로 제시하며 지운영을 고발한다. 경시청은 아연 긴장한다. 우선 김옥균에게 동경을 떠나도록 조치한다. 김옥균은 요코하마의 영국 조계지에 있는 그랜드호텔로 거처를 옮긴다. 그는 유혁로 등에게 지운영을 사로잡을 방안을 알려준다. 유혁로 등은 지운영을 찾아간다. 지운영에게 김옥균이 동경 체류를 금지당하여 요코하마로 이동했다는 것, 요코하마에는 치외법권이 있어 일본의 경찰권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 그러므로 김옥균을 암살하기 편리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꼬임에 빠진 지운영은 요코하마로 들어간다. 그의 동정을 유혁로가 일본 경시청에 밀고한다. 거리를 두리번거리는 자운영을 일본 경찰이 체포한다. 구속된 지운영은 암살 밀명을 받고 도일한 사실을 자백하고 만다. 1886년 4월 29일 김옥균이 일본 외무대신 이노우에에게 보낸 편지가 전해온다. 편지에서 김옥균은 지운영의 거동을 알리고 자신의 신변보호를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새벽 세 시, 부탄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다. 피곤에 지쳐 단잠에 빠져 있어야 할 몸은 오히려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여니, 싸늘하면서도 맑은 공기가 온몸을 감싸왔다. 순간, 몇 시간 전까지 쌓였던 피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이 낯선 나라가 지닌 청정한 공기의 힘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부탄에는 굴뚝이 없다. 공장을 세워 산업을 키우는 대신, 오염원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 담배마저도 공기를 더럽힐 수 있다는 까닭으로 금지해 버린 나라. 청정 자연은 이 나라가 지켜온 ‘삶의 조건’이자 ‘국가의 철학’이다. 그러나 부탄에서 느낀 신선한 숨결을 떠올릴수록, 역설적으로 병들어가는 지구의 현실이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북극의 빙하는 녹고, 바다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기온은 산업화 이후 1.2도나 올랐고, 2도 선을 넘는 순간 식량 위기와 생태계 붕괴가 된다고 환경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폭염ㆍ산불ㆍ홍수ㆍ가뭄이 전 세계를 덮치고, 해마다 수많은 목숨이 자연재해라는 이름 아래 스러져 간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니다. 결국 인간이 스스로 불러온 ‘자업자득’의 결과다. 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매창.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몇 안 되는 조선의 기생 가운데 한 명이다. 부안에 살았고, 허균의 막역한 지기이기도 했다. 황진이만큼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진 않았지만, 시인 유희경과의 사랑과 허균과의 우정, 그리고 《매창집》을 남길 만큼 출중한 문학적 재능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인생길을 차분하게, 또 서정적으로 담아낸 최옥정의 장편소설,《매창,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는 매창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단순히 부안의 이름난 기생으로 알았던 그녀가 유희경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환란을 온몸으로 겪어냈고, 허균과도 시를 주고받는 벗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창은 부안현 아전의 서녀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게 글을 익히며 자라났다. 불과 서른여덟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부안현 아전들이 그녀의 시들을 모아 《매창집》을 펴냈다. ‘매화꽃 보이는 창’이라는 뜻을 담은 그녀의 호는 계랑이라 불리던 그녀가 자신을 향해 붙인 호였다고 한다. 매창은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지만, 거문고를 잘 타기로도 유명했다. 고을 기생이던 매창은 현감의 소개로 유희경을 만났다. 둘은 곧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후, K 교수는 연구 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쓰느라고 밤 11시까지 연구실을 지켰다. 퇴근하기 위해 연구실을 나서기 직전 갑자기 미스 K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어보았다. 미스 K는 혼자서 음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K교 수가 “잠간 들를까요?”라고 물었다. 미스 K는 “네. 기다릴게요~ 오세요~~”라고 길게 말꼬리를 늘이며 남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감미로운 응답이었다. 손님은 아무도 없다니 방해받지 않고 모처럼 둘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떠 있다. S대가 있는 봉담면은 아직 시골이라서 별을 쉽게 볼 수 있다. 밤에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확행(小確幸)’이라던가? 차를 운전하면 연구실에서 미녀식당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린다. K 교수는 미스 K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K 교수는 지난번 축제 때에 별난 선물을 하나 사 두었다. 학생들은 축제 때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장사를 한다. 어떤 학과에서는 롤러스케이트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어떤 학과에서는 연못에서 탈 수 있는 보트를 빌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과 물의 풍경 산수의 풍경이 좋다고 한들 (돌) 심사가 틀리면 말짱 도루묵 (빛) 자연은 호불호, 선악이 없네 (심) 마음 맑아야 풍경이 비치고 (달) ... 25.9.13. 불한시사 합작시 셋째 구의 "자연은 호불호(好不好), 선악이 없네"에서 왕양명의 사구교(四句敎) 가운데 첫번째 구가 생각난다. "무선무악성지체(無善無惡性之體)," 곧 착함도 악함도 없는 것이 본성의 본체(本體)라는 뜻으로 인간 자체도 자연체(自然體)이니, 자연성 역시 호불호가 없는 무선무악이라 할 것이다. 양명의 이 구절은 혜능(惠能)의 게송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결구의 마음이 맑아야 풍경이 비친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거울이 밝으면 풍경뿐만 아니라 삼라만상이 그대로 조응(照應)한다는 뜻이리라. 필자의 발구(發句)는 "산수풍경운호운, 수심선행불여야(山水風景云好云 修心善行不如也)"의 첫 구절에서 옮겨 왔다.(라석)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경제학 용어 가운데 매몰비용(sunken cost)이라는 말이 있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매몰비용은 지나간 것으로 취급하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결정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매몰비용이 아깝다는 까닭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투자하여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행동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말한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개발 사업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1969년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파리-뉴욕 간 비행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주는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개발비(1976년 기준 20억 파운드. 현재 값어치로 150억 파운드, 한화로는 약 25조 원)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경제적 타당성에 문제가 있었다. 콩코드는 1976년 상업 운항을 시작하였으나 높은 연료 소모, 극심한 소음 공해 등으로 대서양 횡단 노선만 허가되었다. 음속 2배 속도의 콩코드는 런던-뉴욕 비행시간을 7시간에서 3시간 반 곧 1/2로 줄였지만, 항공권 가격이 일반 여객기보다 15배나 비쌌다고 한다. 당연히 승객이 적어서 콩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고교동기 단톡방에 김창현이 동기 친구가 최근 쓴 책을 소개한다며 이철우 박사가 쓴 책 《수치심 잃은 사회》 보도자료를 올렸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하면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이철우 박사는 동경대에서 인간의 가치관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병치레 속에서도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을 놓지 않았던 이 박사는 최근 갈등의 심리 구조와 감정의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철우? 철우라면 고3 때 같은 반 친구였던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단톡방에 올리니까,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채백이 맞다며, 이철우가 10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하는군요. 거동이 불편한 이철우는 슬기말틀(스마트폰)에 음성 녹음하면 이를 글로 바꿔주는 앱을 사용하여 이 책을 냈다고 합니다. 철우는 이미 그동안 《행복을 훈련하라》, 《나를 위한 심리학》, 《세상을 움직이는 착각의 법칙》,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 《관계의 심리학》 등 이미 많은 책을 냈더군요. 저는 같은 반 친구였던 철우에 대해 너무 무심하였음을 반성하면서 즉시 책을 주문하였습니다. 도착한 책을 펼칩니다. 거동이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