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고구려 고분군(古墓群)
성 앞 무수한 피라밋 무덤들 (달)
삼십 년 전 헝클어져 있던 곳 (돌)
돌결에 스며든 고구려 숨결 (빛)
언젠가 우리 품에 안길 테지 (심)
... 2024.11.15. 불한시사 합작시
오래도록 꿈꾸어 오던 고구려 답사여행을 다녀왔다. 옛 도읍지인 집안(輯安) 일대를 중심으로, 광활한 만주벌의 바람 속에서 다시금 고구려인의 숨결을 호흡해 보고자 한 여정이었다. 그곳은 시간을 넘어선 한 민족의 혼(魂)이 대지의 융기와 더불어 피어난 성역(聖域)이었다. 우리는 공간적ㆍ시간적 제약을 훌훌 벗어던지고, 역사의 숨결과 현재의 호흡을 한 호흡으로 잇고 싶었다. 그 속에서 민족적 자각의 무한한 확장을 감동적으로 체험하려 했다.
특히 환도성(丸都城)과 국내성 사이, 압록강을 굽어보는 능선 아래 펼쳐진 수많은 피라밋형 고분군을 마주한 순간은 잊을 수 없다. 거기에는 장수왕릉(長壽王陵)을 닮은 귀족과 장군들의 장대한 무덤들이 하늘과 맞닿은 각도로 솟아 있었다. 그 기단은 석축으로 단단히 다져져 피라밋처럼 계단을 이루고, 석재의 결마다 하늘을 향한 의지와 불멸의 신념이 서려 있었다.
그 앞에 서면, 멀게만 느껴졌던 고대사의 실체가 갑자기 내 가슴을 울리며 되살아난다. 지금도 돌 틈을 스미는 바람은 그들의 숨결이고, 언덕에 내리쬐는 햇살은 그들의 영혼인 듯하다. 누구라도 그 앞에 서보라.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과 불멸의 정신이 절절히 몸을 휘감을 것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풀숲에 묻혀 잊혀 있던 이 무덤들이, 이제는 중국이 등재를 신청한 것이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새롭게 정비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단지 돌무덤의 복원이 아니라, 우리 역사 정신의 부활이자 민족 정체성의 회복이다. 언젠가 더 많은 젊은 세대들이 이 유적을 찾아, 고구려인의 하늘을 향한 꿈과 생명의 열정을 가슴 깊이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날의 햇빛과 바람이 다시 우리의 혼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옥광)
|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