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의 열한째로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든 ‘소서(小暑)’입니다. 하지 무렵까지 모내기를 끝낸 벼는 소서 때쯤이면 김매기가 한창이지요. 요즈음은 농약을 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예전처럼 논의 피를 뽑는 일인 피사리나 김매기 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여전히 예전 방식대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허리가 휘고 땀범벅으로 온몸이 파김치가 되는 때입니다. 이때 솔개그늘은 농부들에게 참 고마운 존재이지요. ‘솔개그늘’이란 날아가는 솔개가 드리운 그늘만큼 작은 그늘을 말합니다. 뙤약볕에서 논바닥을 헤매며 김을 매는 농부들에겐 비록 작은 솔개그늘이지만 여간 고마운 게 아닙니다. 거기에 실바람 한 오라기만 지나가도 볼에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지요.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서 날 남을 위한 솔개그늘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때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집니다. 특히 시절 음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때 가장 맛나서 열무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 먹습니다. 채소류로는 호박이며,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인데 민어포는 좋은 반찬이 됩니다. 또 민어는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매운탕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벼, 밀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철입니다. 그런데 보리 베기 전에는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6월 7일 치 동아일보에도 ”300여 호 화전민 보리고개를 못 넘어 죽을지경"이라는 기사가 있었던 것이지요. 또 ‘보릿고개’를 한자로 쓴 ‘맥령(麥嶺)’과 더불어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春飢)’, ‘춘기근(春飢饉)’, ‘춘궁(春窮)’, ‘궁절(窮節)’ 같은 여러 가지 말들이 《조선왕조실록》에 자주 나옵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망종 무렵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많았습니다. 보리는 소화가 잘 안돼 ‘보리방귀’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보리방귀를 연신 뀔 정도로 보리를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상이 하교하기를, ‘막 병란(兵亂)을 겪었는데 또 전에 없는 가뭄과 우박의 재해를 만났다. 며칠 내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겨우 살아남은 백성들이 모두 죽고 말 것이다. 백성들의 일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침식조차 잊고 만다. 지금, 이 재변은 실로 내가 우매한 탓에 일어난 것으로 사직단(社稷壇)에서 친히 비를 빌고자 한다. 해당 조에 말하라.’ 하였다. 예조가 날을 가리지 말고 기우제를 행하기를 청하니, 상이 따랐다.” 이는 《인조실록》 인조 6년(1628년) 5월 17일 기록입니다.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었던 조선시대엔 모내기 전인 망종과 하지 때 비가 오지 않으면 임금까지 나서서 기우제를 지냈고, 나라를 잘못 다스려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이라 하여 임금 스스로 몸을 정결히 하고 음식을 끊기까지 했으며, 궁궐에서 초가로 옮겨 거처하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3년(1394년) 5월 6일 “가뭄으로 종묘와 사직에 기우제를 지내다.”라는 기록을 시작으로 ‘기우제’라는 말이 무려 3,122건이나 나옵니다. 특히 《태종실록》 태종 13년(1413년) 7월 2일에는 ”사내아이 수십 명을 모아 상림원에서 도마뱀으로 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일곱째 입하(立夏)입니다. 입하는 '여름(夏)에 든다(入)'라는 뜻으로 푸르름이 온통 뫼(산)와 가람(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절기지요. 입하는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릅니다. 이맘때는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 더 바빠지며, 세시풍습의 하나로 쑥버무리를 시절음식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입하에 산과 들에 가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를 봅니다. 요즘은 도심의 가로수로도 인기를 끕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또 이밥은 하얀 쌀밥을 뜻하는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정전제(井田制)'를 시행하여 일반 백성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하지요. 실제 흐드러진 이팝나무꽃을 보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갓 올린 잎새를 달고 별 바라보던 가지 끝에 곡우(穀雨) 나리시면..... 겨우내 할퀴던 바람이 첫사랑의 숨결처럼 달콤하고 별빛 부서지던 잎새, 촉촉한 입술을 반긴다. 곡우 발길 아래서 부정한 사람은 악귀를 몰아내고 볍씨를 담그는 농부의 손은 조심스럽다.” 홍순천 시인의 시 ‘곡우(穀雨)’ 일부입니다. 내일은 24절기의 여섯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지요 “곡우(穀雨)는 봄비(春雨)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라고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농사철로 접어듭니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와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합니다. 시골에서는 못자리할 볍씨 담그기 따위로 바쁠 때인데 볍씨 담그기 전날은 부정 탈까 봐 부부가 잠자리도 하지 않습니다. 또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때인데 이때 사람들은 곡우물을 마십니다. 곡우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따위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인데 몸에 곡우물이 좋다고 해서 예전부터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다섯째 ‘청명(淸明)입니다. 청명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그런데 하루 차이인 내일은 명절의 하나로 지냈던 ’한식(寒食)‘입니다. 이 ’청명‘과 ’한식‘은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이어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에 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하며, 임금은 이 불을 문무백관과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줍니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하지요. 청명 무렵에는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논농사의 준비 작업으로 봄밭갈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가래질 말고도 논밭둑 다지기, 보리밭 매기, 푸성귀 씨앗 뿌리기 같은 일들을 하느라 일손 구하기가 힘들지요. 이날 제주도에서는 청명이나 한식은 땅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어서 특별히 택일(擇日)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이장(移葬)을 해도 좋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태산이 가로막힌 것은 천지간 조작이요 님의 소식 가로막힌 것은 인간 조작이로구나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 차마 진정 님의 생각이 그리워 못살겠구나“ 서북지방에 전해지는 민요입니다. 오늘은 저 민요 속 가사처럼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24절기 가운데 둘째 우수(雨水)지요. 우수란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 무렵에는 농사일 한발 앞서 장을 담가야 합니다. 장 담그는 일은 시골 살림에서 매우 종요로운 일인데 이웃과 장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야기하며 '쌀 있고, 장 있으면, 들에서 푸성귀 뜯어 먹고도 살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하지요. 장은 음력 정월 장을 최고로 칩니다. 이때 장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한해 가운데 보름달이 가장 크고 밝다는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은 예부터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비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운수가 좋다."고 하여 이날은 남녀노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습니다. 대보름날은 다채로운 세시풍속이 전합니다. 특히 정월대보름에는 “복토 훔치기”란 재미난 풍속이 있는데 부잣집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 부뚜막에 발라 복을 비손하는 것입니다. 또 “용알뜨기” 풍습이 있는데 이는 대보름날 새벽에 가장 먼저 우물물을 길어오면 그해 운이 좋다고 믿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곡식 안내기”가 있는데 경남지방의 풍속으로 농가에서는 새해에 자기 집 곡식을 팔거나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날 곡식을 내게 되면 자기 재산이 남에게 가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그밖에 대보름 세시풍속은 더위팔기, 쥐불놀이, 다리밟기, 달집태우기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먹거리로는 오곡밥과 나물을 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를 시작하는 날로, 봄이 온다는 입춘(立春)입니다. 입춘 무렵의 세시풍속으로는 봄이 온 것을 기리어 축원하는 입춘축(立春祝)을 집 대문이나 대들보ㆍ천장 따위에 붙이지요. 입춘축을 다른 말로는 춘축(春祝),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련(春聯), 문대(門對), 춘첩자(春帖子), 춘방(春榜), 대련(對聯), 춘첩(春帖)이라고도 합니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며, 전라도에서는 입춘축을 붙이면 “봉사들이 독경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여 입춘에는 꼭 하는 세시풍속이었습니다. 입춘축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입춘이 되니 크게 길 할 것이요, 만 가지 일들이 형통하라”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그밖에 쓰는 말로는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로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부자가 되어라“,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곧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라는 것도 있는데 온갖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여놓습니다. 전남 구례에서는 입춘축을 "잡귀야 달아나라."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으로 한겨울 추위 가운데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입니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라는 말처럼 소한 추위는 예부터 대단했습니다. 예전 사람들은 매서운 추위가 오면 땔감이나 겨울옷이 변변치 않았기에 견디기 참 어려웠지요. 그래서 동사(凍死) 곧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춥고 눈이 많이 와야만 그해 풍년이 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소한 추위라는 것은 꼭 있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또 추위를 겪어야만 따뜻한 봄날의 고마움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라고 추사는 자신의 그림 세한도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다행히 이번 소한은 추위가 누그러졌습니다. 겨울철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우리는 따뜻한 차와 신맛이 나는 과일을 권합니다. 한방에서는 ‘총백’이라고 부르는 ‘파뿌리’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땀을 내주고 기침, 가래를 삭여주며, 항균 작용도 있어 감기 예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