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발정(施仁發政)’ : 세종의 첫 말씀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어짊을 베풀어 정치를 행하여야 바야흐로 땀 흘려 이루어 주신 은택을 밀어 나아가게 되리라. 施仁發政, 方推渙汗之恩。”(《세종실록》 즉위년 8/11, 1418) 한문의 시대에서 국한문 혼용으로 세종은 한 나라의 임금이다. 임금은 정치적으로 백성을 다스린다. 중세시대 백성들이 뽑는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정치를 통해 백성들의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에 정치는 백성을 다스리며 희망을 주어야 한다. 세종은 백성을 잘살게 하려고 여러 가지 제도의 개선, 기존 사물의 개선, 새로운 제도, 나아가 창제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힘쓰셨다. 이런 세종의 발자취와 그 의미를 하나씩 알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왜? 하필 한자(漢字)로 이루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통해서일까. 세종이 정치를 하는 동안이나 이후 몇백 년은 한자가 우리의 주 의사교환 수단이고 공식 언어였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것은 조선조 4대 임금 세종 때의 일이었지만 이후로도 오랫동안 주된 글로 사용된 것은 한글이 아닌 한문이었다. 당시 조선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사대주의적 관점에서는 한문이 진정한 글이었고, 한글은 단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한 천한 글에
-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 2023-10-26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