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오대산 숲속에 자리한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외래종을 배제하고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로만 구성한 식물원이다. 1999년 김창열 원장이 사립 식물원으로 조성해 가꾸다가 2021년 최소 100년간 이곳을 식물원으로 운영할 것을 조건으로 산림청에 기부하였고 2024년 7월 지금의 모습을 갖춰 문을 열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며 산림청에서 지정한 국가희귀·특산물 보전 기관이라는 것이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 지닌 가치를 바로 말해준다. 이곳은 희귀식물원, 특산식물원, 모둠정원 등 다채로운 7개의 야외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을에는 단양쑥부쟁이와 벌개미취 같은 야생화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겨울에는 설경과 함께하는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방문자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자기 공예를 체험하거나 숲속 책장에 소장된 2만여 권의 책을 읽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폐목재로 꾸민 로비와 아늑한 카페 공간은 겨울철에만 무료로 제공하는 따뜻한 음료와 함께 방문객에게 평온한 시간을 선사한다. 식물원 주변에는 다양한 관광지도 자리하고 있다. 월정사성보박물관은 국보인 석조보살좌상과 목조문수동자좌상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오는 4월 9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서는 소장품 기획전 <메카닉한 물방울>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 제작 기법과 그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김창열이 1970년대 초부터 사용한 스프레이와 스텐실 기법을 중심으로, 작가가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는지 탐구한다. 김창열은 뉴욕 시기(1965-1969)에 접한 팝아트의 영향과 넥타이 공장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새로운 에어브러시를 활용한 스프레이 기법을 익히고, 뉴욕의 <구상> 시리즈, 파리의 <현상> 시리즈 그리고, 초기 물방울 작품까지 일관되게 이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 같은 스프레이 방식과 스텐실 기법을 작가의 붓질을 최소화하고 기계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데 쓰였으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1970년대 인터뷰와 대담 자료를 통해 김창열의 제작기법과 창작 의도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가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과 군인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오는 5월 2일까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기획전시 <손으로 빚어낸 팔레트>를 열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형형색색의 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각자의 쓰임에 맞게 형태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 색깔 역시 우연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작품이 품고 있는 색(色)에는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작가는 가장 나다운 색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원하는 색을 오롯이 작품에 입혀내기 위한 실험을 반복한다. 그 어떤 색도 단순하지 않으며 결코 손쉽게 발현될 수 없다. 이번 전시는 공예가들이 자신만의 색을 빚어낸 과정의 기록이자, 그 시간과 집념에 관한 이야기다. 색에 관한 연구 노트와 시편, 재료와 도구에 이르는 아카이브 자료는 마치 작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고유한 색들을 채워놓은 팔레트를 보는 것만 같다. 도자공예 노경조, 염색공예 이병찬, 유리공예 김헌철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세 공예가는 모두 자연으로부터 색을 얻어 빚어낸다. 흙으로부터 색을 구워내고, 식물로부터 색을 물들이며, 유리에 투과된 빛으로 색을 더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고립 청년, 특히 여성 청년의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 여성 청년의 자살 시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립 청년을 위한 정책의 나침반은 남성만을 가리키고 있고, 여성은 안개 속에 가려진 채 잊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을 포함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4세 여성 청년 10명의 고립 경험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다. 여성 청년이 고립되는 주요 원인에는 일자리 문제와 불안정한 가정 등 여러 사회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나, 여성 청년들은 어려움을 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고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숨어 있는 여성 고립 청년을 발굴하고, 사회적·구조적 관점에서 지원해야 하며, 무엇보다 여성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여성 고립 청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들이 고립의 아픔을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보는 게 어떨까?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문화의 역사를 통하여 가장 빛났던 분야 가운데 하나는 청자그릇이다. 청자는 푸른빛이 나는 도자기를 뜻하는 말인데, 한국인은 푸른빛 청자에 상감기법을 추가하여 세상에 선 보였다. 그리하여 당시 청자문화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송나라 청자를 뛰어 넘었으며, 그 신비한 푸른빛에 독특한 기법의 상감법과 정교한 형태의 다양한 그릇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한국인의 조형감각이 남다르게 뛰어남을 세계에 공인 시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 고귀한 상감청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형상의 작품들을 모아서 <고려 상형청자 특별전>을 오는 3월 3일까지 열고 있다. 자연속에서 늘 보는 꽃, 열매, 동식물의 모양을 생활속에서 귀한 용품의 그릇들을 만들어 귀하게 썼던 청자그릇들이다. 다시 보기 어려운 고려 상형상감청자 특별전, 놓칠 수 없는 귀한 청자전을 꼭 찾아보길 권하며 아름다운 상형청자 전시작을 올려본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시골집에 살면서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것은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텃밭이란 “집의 울타리 안에 있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나는 40대 후반 4년 동안 (1997~2000) 경기도 화성군 봉담읍 수기리에 있는 시골집에서 4년 동안 살아본 경험이 있다. 그때 텃밭을 가꾸어본 경험은 15년 뒤인 2015년에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에 귀촌한 뒤에 텃밭을 가꾸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텃밭을 가꾸려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텃밭은 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텃밭에 채소를 길러 본 사람은 작물의 생산성에 놀랄 것이다. 고추 한 그루에서 고추가 계속해서 얼마나 열리는지는 고추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한 가족 부부가 먹을 목적이라면 고추는 다섯 그루만 심어도 충분하다. 가지 역시 다섯 그루만 심어도 충분하다. 가장 많이 심는 채소인 상추는 10포기만 심어도 충분하다. 이 세 가지만 심는다면 땅은 3평이면 충분할 것이다. 김치 재료로서 배추는 필요하기는 한데, 벌레가 잘 생겨서 농약을 치지 않으면 제대로 수확하기가 어렵다. 텃밭 농사에서 배추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대한민국에서 그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어떤 ‘구라’ 고수가 말하길, 황석영 앞에서는 자기도 한풀 꺾인다고 한다. 나는 20대 젊은 시절에 황석영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70대가 되어 그의 민담 시리즈를 네 살배기 손주에게 사준 것이 엊그제다. 손주에게 읽어 주었더니, 손주가 듣고 나서 “이것보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더 재밌어요” 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죽으면 못 보니까 둘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 아이가 찍은, 죽으면 다시 못 볼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개화기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황석영의 소설 《여울물 소리》에서 판소리 명인이 제자에게 이렇게 썰한다. “평조(平調)가 소리의 기본이니라. 한밤중에 달이 중천 하늘에 높이 떠 있는 것처럼, 또는 한들 바람이 잔잔한 수면을 스쳐 가듯이 맑고도 시원한 소리다. 우조(羽調)는 맑고 격하고 장하고 거세며 엄한 가락이니라. 사납게 들어올리기 때문에 맑고 장하고 격동하여 한 말이나 되는 옥이 부딪혀서 깨어질 때 옥 부스러기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것과 같도다. 계면조(界面調)는 처절하고 슬픈 소리니 아득하게 멀고 숙연한 가락이다. (…) 그리고 여음이 있으니 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을사년 뱀띠해 설날 아침, 부모님의 위패를 모신 절에서 합동차례를 지낸지 올해로 여섯해째다. "위패(位牌)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의 혼을 대신한다는 상징성을 갖는 나무로 만든 조각이다. 종이로 만든 신주(위패)를 지방이라 하고, 나무로 만든 신주를 위패라고 한다. 주로 밤나무로 만들며 주신과 받침대로 되어 있다." -위키사전- 위패가 모셔진 포천에 있는 절을 찾아 가는 길은 간밤의 눈으로 차들이 설설 긴다. 바람도 차고 미끄러운 눈길이지만 살아생전 부모님 모습을 떠올리며 고즈넉한 산사를 찾는 마음은 온통 흰눈처럼 백지다. 모든 사심을 내려놓고 지장전에 모셔진 위패 앞에서 합장하고 서 있는 시간만큼은 정지된 스톱워치처럼 고요하다. 혼자서가 아닌, 그곳에 위패를 모신 많은 가족들과 함께 돌아가신 이들의 명복을 빌고 술잔을 올린다. 그리고 공양간에서 한그릇의 떡국을 맛나게 먹고 절을 나서면서 수정 고드름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는 전각들을 바라다 본다. 꽤 오래간만에 만난 고드름, 한겨울 추위를 고스란히 머금은 고드름이 녹아 내릴 봄은 먼듯하다. 하지만 처마밑 고드름도 머지 않아 찾아올 봄바람에 스르르 녹아내리지 않을까? 그 봄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금부터 약 3년 전, 한 일간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올라왔다. 2022년 3월 5일에 강원 강릉시 옥계면과 동해시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산불은 한 남성이 “이웃들이 무시한다”며 저지른 방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오전 1시 7분쯤 토치 등으로 강릉 옥계면 남양리 자택과 농막에 불을 질러 산불을 초래한 혐의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수사에서 "주민들이 수년 동안 나를 무시해서 화가 났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A씨는 5년 전 서울에서 강릉으로 내려왔고 주민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귀농이나 귀촌을 실행한 사람들이 겪는 첫 번째 난관은 원주민들의 텃세다. 사전에서는 텃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통상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특권 의식이나 뒷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을 두고 텃세를 부린다고 한다. 생태계에서도 기 영역을 지키기 위한 텃세 행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까치, 잔가시고기, 얼룩말 등 많은 동물이 텃세 행동을 한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텃세가 있다. 숲은 나무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쟁터와 마찬가지다. 한번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해 9월 14일부터 3월 30일까지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남로 96 복합문화공간 ‘다이브 M’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독일의 현대미술 작가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Christoph Ruckhaberle, b.1972)의 재미있고 독특한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화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약 200평의 전시 공간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순수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가 작업 과정에서 행해온 예술적 실행, 그리고 그의 끊임없는 탐구를 보여주는 작품 약 120점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신(新)라이프치히 화파의 라이징 스타로 일찍이 뉴욕의 MOMA에도 작품이 소장된 작가 크리스토프는 회화 속 다양한 요소들의 실험적 배치와 병치, 중첩과 반복을 통해 차원과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모더니즘 회화, 조각, 전통 목판 인쇄, 실크 스크린 등 광범위한 예술 형식과 작업 방식에 영향을 받은 그는 캔버스를 넘어선 공간으로 확장하여 기존의 형식적인 미술 표현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본인의 시각언어를 확고히 한다. 작품 속 직선적인 추상은 캔버스 밖 조형물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