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이윤옥 기자] 사카고우라이자에몽(坂高麗左衛門) 집안 최초로 여성 세습자가 나왔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13대 째를 이은 사카고우라이자에몽(坂高麗左衛門) 선생의 세습기념전(襲名記念展)입니다. 차도일여(茶陶一如)로 세상에 알려진 하기야키(萩, 하기도자기)는 이조도기(李朝陶技)를 계승하는 종가로써 4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유서 깊은 명문도예 집안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작년에 13대 세습을 받아 처음 발표하는 다완(茶碗)을 중심으로 품격 높은 작품 50점을 선보입니다.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위는 일본의 고급 백화점인 다카시마야(高島屋)에서 소개한 도자기전시회 안내문이다. 도쿄니혼바시 다카시마야(日本橋高島屋)점에서 작년 6월 열린 습명기념 13세 사카고우라이자에몬덴(襲名記念 十三世 坂 高麗左衛門展 전시회 주인공인 사카고우라이자에몽(坂高麗左衛門)은 임진왜란 때 도공으로 일본에 건너간 조선인 이경(李敬)의 13대 손이다. 이경(李敬)보다 먼저 형 이작광(李勺光)이 일본에 건너갔는데 이작광은 당시 진주 근처의 관요(官窯)에서 일하다가 임진왜란 때 동료 도공과 함께 포로로 끌려갔다고 전한다. 훗날 가업을 잇게 된 동생 이경 (李敬,1568~1643)은 당
[그린경제=이윤옥 기자] 얼굴 생김새로 보면 일본인과 한국인 그리고 중국인은 그 차이를 알 수 없다는 서양인들이 있습니다. 한국인인 저 역시 이 세 나라 사람들의 얼굴 구분이 안 되는 때가 있는데 서양인들이 이 세 나라 사람을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이 두 나라 사람을 얼굴만으로 국적을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 할 것입니다. 외모에서 오는 친근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본인 가운데는 유달리 형제자매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에노미야코(上野都) 시인도 그 가운데 한분입니다. 요즈음 저는 그분을 미야코 언니라고 부릅니다. 친언니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인 저보다 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피붙이처럼 느끼게 된 것은 미야코 언니가 쓴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를 읽고 부터입니다. 미야코 언니는 2002년에 나온 《바다를 잇는 소금물, 海をつなぐ潮》이라는 시집에서 황애시덕, 황신덕, 김마리아, 유관순 등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시를 써서 일본 언론에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 미야코 시인의 새 시집 《땅을 도는 것、地を巡るもの》표지, 미야코 씨 모습 한국일보 2013년 3월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여기가 교토를 수도로 정한 환무왕(桓武天皇)의 어머니 무덤이런가? 그다지 넓지 않는 돌계단이 쭉 위쪽으로 나 있다. 거의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듯 무덤의 참배길을 오르려는 나를 근처 주택가를 거닐던 사람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다보고 있다. 수필가 오카베 이츠코(岡部伊都子) 씨는 말을 이어간다. 환무왕의 어머니 고야신립(高野新笠)은 백제 왕족으로 광인왕(光仁天皇)의 부인이 되었다. 틀림없이 희고 고운 조선의 피부를 가진 꽤 아름다운 미녀였을 것이다. 일본의 50대 왕인 환무왕의 어머니인 백제여인 고야신립의 무덤을 찾은 오카베 이츠코 씨는 대나무 숲이 우거진 돌계단을 오르며 고야신립이 분명 아름다운 모습의 여인이었을 것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그녀가 일본 역사 속에 크게 부각 되었던 여성들의 삶을 추적하면 쓴 것이 《여인의 경, 女人の京》이다. ▲ 《여인의 경, 女人の京》 책 표지(왼쪽), 일본 황후가 된 백제여인 고야신립 무덤(교토) 이 책에서 지은이는 고야신립이 백제왕족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혼자서 교토 오오에(大枝町)에 있는 고야신립의 무덤까지 다녀 온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멸망한 백제의 후손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한 여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말임. 가야마스에코(香山末子, 1926-1996)라는 일본이름으로 《행주치마 노래》등 3권의 시집을 남기고 74살의 나이로 일본의 한센병요양소에서 1996년 숨을 거두었다. 김말임의 고향은 경상남도 진양군 진성면 온수리이다. 그 시절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연행길에 올라 큐슈 탄광지대의 중노동으로 시달렸거나 또는 조선총독부의 토지수탈로 논과 밭을 잃고 정처없이 떠나야 했던 것처럼 그는 먼저 건너간 남편 뒤를 따라 19살 꿈 많은 새댁으로 일본땅을 밟았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은 지독한 가난과 생활고에 이은 한센병 신세로 일본땅에 도착한지 3년 만에 어린 자식들과 헤어져 한센병요양소에서 지체장해와 실명이라는 불운으로 긴 투병생활에 들어간다. 썩어가는 몸과 눈까지 멀어버린 김말임의 수용소 생활은 필설로 구태여 옮기지 않아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23살의 나이에 한센병요양소에서 그가 그리던 경상도 온수리 고향 하늘은 언제나 구세주였고 어머니 품이었으리라! 그 한의 세월을 줄줄이 노래로 엮어 49살 되던 해에 《쿠사츠아리랑》1권을 시작으로 74살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도라지 시(노래)》,《푸른 안경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저는 퇴근길에 가볍게 따끈한 오뎅국물에 정종 중탕 한 잔 해서 먹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제가 일본 술을 좋아 하는 까닭은 추울 땐 따뜻하게 데워 먹고 더울 땐 시원하게 해서 마실 수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추운겨울에 복어 지느러미를 살짝 태워 넣은 히레정종도 약간 비리면서 고소한 맛이 나는데 향이 좋습니다. -다음- 오뎅과 정종 문화는 어느새 깊숙이 우리 사회 속에 뿌리내려 퇴근길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친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듯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종(正宗)을 정의하기를 일본식으로 빚어 만든 맑은술. 일본 상품명이다. ≒청주(淸酒)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일본 상품명은 맞지만 일본식으로 빚은 술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 국정종(기쿠마사무네) 누리집 한국어판 차라리 한국의 맑은 술 청주와 같다.라고 하는 게 알기 쉽다. 그럼 청주(淸酒)란 무슨 술인가? 말 그대로 맑은 술이란 뜻으로 탁주를 빚어 농익은 술독에서 떠낸 맑은 술을 말한다. 일본술의 과정을 보면 삼국시대에 우리의 기술을 전수받아 우리와 같이 청주를 만들다가, 근래에 청주의 제조법에 근대과학을 접목시켜 일본 고유의 술로 발전시킨 것이 일본 술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아지사이(수국의 일종)꽃이 만개하여 일본 최고의 꽃동산 절로 알려진 천년고도 교토 이웃도시 우지시(宇治市)의 삼실호사(三室寺, 미무로토지)는 지금 아지사이꽃이 아름답게 꽃동산을 수놓고 있을 것이다. 전국 최고의 꽃절로 유명한 만큼 절 입구에서 비탈진 본당 앞으로 이어진 꽃동산은 이름처럼 전국의 신도와 관광객들로 꽃반 사람반의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삼실호사는 본존인 천수관음상의 효험이 크다고 알려져 있으며 서국33개순례사찰(西三十三箇所) 가운데 10번째 도량으로 많은 일본인이 순례하고 있는 절이다. 삼실호사는 백제계 스님 행표와 관계가 깊다. 행표스님의 아버지 히노구마(檜前, 檜熊)씨는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 815년에 만든 고대씨족 족보)》에 따르면 그 출신이 백제계라고 명백히 나와 있는데 “히노구마 스구리(檜前村主)는 백제계 고조(高祖)”라고 표기된 것이 그것이다. 삼실호사는 사전(寺傳)에 따르면 “교토부 우지시 토도 시가다니(京都府 宇治市 道 滋賀谷)에 있는 본산수험(本山修險)의 본사. 산호(山號)는 명성산(明星山), 본존은 천수관음보살로 서기 770년 무렵 우소변견양(右少弁犬養)이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일본인들이 앓고 있는 병중에는 기미가요신경증(君が代神經症)이란 것이 있다. 정말 희한한 병이다. 우리말로 하면 애국가부르기 공포증 쯤이라고 번역 할 수 있다. 애국가부르기 공포증이라니? 쉽게 말해 입학식과 졸업식 같은 때에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를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로 고민하는 선생들이 겪고 있는 병이 이른바 기미가요신경증이다. 어느 쪽이냐 하면 부르고 싶지 않다는 쪽이라 할 수 있다. ▲ 기미가요 거부자의 추이(왼쪽) 일장기(히노마루) 게양을 하고 입학식을 하는 모습 일본의 선생들이 겪고 있는 기미가요신경증은 동경도교육위원회(東京都敎育委員會)가 2003년 10월 23일 이른바 10.23 通達을 발표한 이후에 생긴 병으로 올해는 그 10년째 되는 해이다. 츠타츠(通達, circular notice)란 국가기관의 행정지침을 말한다. 행정지침 가운데는 입학식, 졸업식에서 국기게양 및 기미가요 제창을 실행 할 것 이란 조항이 있다. 더 나아가 국기는 식장의 무대 중앙정면에 게양한다. 식장에서 교직원은 지정된 좌석에서 국기를 향해 기립하고 국가를 제창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는 그 책임을 묻는다.와 같은 내용으로 규정하고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5월 12일은 일본의 어머니날(母の日)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일요일로 올해는 6월 16일이다. 먼저 어머니날에 일본인들은 무엇을 선물했는지 살짝 엿보자. 아래 내용은 어머니날을 맞아 일본 포털 사이트(www.social-hahanohi.com/share/)에 올라온 일본인들의 희망사항 가운데 몇 개를 소개 한 것이다. 천천히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호텔을 예약해드리겠다. 어머니를 위해 딸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릴 예정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하므로 가족 모두가 모이도록 할 것이다.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고 화초를 잘 가꾸시므로 어머니날에는 식물원으로 모시고 싶다. 화분에 물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위해 조화를 사갈 계획이다. 다만 어머니와 늘 곁에 있는 고양이를 위해 예쁜 고양이 옷을 선물하고 싶다. 그러면 어머니도 기뻐 할 것이다. 올해 시어머니는 70살로 고희를 맞이하신다. 가족모두가 모여 가족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기모노를 입을 기회가 적었는데 모처럼 기모노를 입고 사진관으로 모시면 즐거워하실 것이다. ▲ 긴테츠나라역 앞의 꽃집(외쪽), 5월 12일 어머니날 광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일본어를 전공하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일본은 언제 가는 게 좋은지 둘째 어딜 가야 하는지 셋째 꼭 추천할 만한 곳은 어디냐? 같은 질문이다. 사람마다 좋아 하는 것이 달라 딱 부러지게 대답해줄 수는 없지만 이 세 가지를 그런대로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교토에서 해마다 5월 15일 하는 아오이마츠리 구경 겸 관광을 권하고 싶다. 마츠리는 말 그대로 전통축제이므로 반드시 정해진 날에 가야 볼 수 있다. 유명한 명승지나 유적지는 아무 때나 사시사철 편한 시간에 가면 되지만 마츠리와 같은 무형문화를 보려면 꼭 그날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렵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천년고도라 유적지도 많은데다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오이마츠리도 볼 수 있기에 말이다. ▲ 아오이마츠리는 1000여년전 귀족들의 화려한 의상을 볼 수 있어 인기다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 기온마츠리, 10월 22일 지다이마츠리를 꼽는다. 일본열도가 마츠리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교토는 특히 유명한 3대마츠리와 더불어 청수사, 금각사 등 이름난 절과 유적지가 많고 인근 도시인 오사카와 나라지방까지 아우르면 사시사철 볼거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5월이 되면 슬슬 일본의 하늘을 장식할 잉어들이 선보이고, 5월 5일은 그 고이노보리(こいのぼり,잉어날리기) 절정의 날이다. 이때쯤 일본을 찾는 사람들은 시골집 마당이나 유치원 마당 또는 아파트 베란다에 세워둔 커다란 모형 잉어를 보게 될 것이다.그런데 왜 하필이면 하고많은 물고기 가운데 잉어모양일까? 이는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그 답이 있다. 중국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하지만 그 가운데서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은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 일본에는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 때무사집안에서 시작된 단오풍습으로 음력 5월 5일 무렵 사내아이의 출세를 기원하여 집 마당에 높은 막대기를 세우고 거기에 길게 늘어뜨린 모형잉어 장식을 달아 둔 것이 그 유래이다. 한국의 단오풍습은 아낙들이 창포물에 머리감는 따위의 의식이 남아 있지만 같은 창포(菖蒲)라도 일본에서는 나쁜 악귀의 액땜용으로 쓰이는데 그것은 일본말 쇼우부(尙武, しょうぶ)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창포(菖蒲)는 곧 상무(尙武)라는 말과 같아 창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