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7월의 청포도 육사의 고향 생각나는 칠월 (돌) 청포 입고 온다던 님 그리워 (빛) 알알이 주저리 아리 쓰리랑 (심) 맑고 푸른 세월 그 언제인가 (달) ... 25.7.3. 불한시사 합작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에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와 함께 그의 고향이 생각난다. 그곳은 도산서원과 그리 멀지 않은 안동 예안이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나의 아버지 고향이기도 한 예안을 여러 번 찾았다. 마을 가운데에 시인의 생가인 오래된 기와집이 있었다. 그는 퇴계의 13대 후손이고 그의 집은 '참판댁'이라 불렸다. "청포도"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다시 찾았을 때는 동네 어디에도 푸른 빛의 청포도는 없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머루색 검은 포도밖에 없어 아쉬웠었다. 그러나 청포도의 싱그러움을 연상시키는 '청포(靑袍)'와 '은쟁반' 그리고 '하얀 모시 수건' 등 우리 고유의 토속적인 정감을 북돋우는 맑은 시어들을 잊을 수 없다. 세월이 흘러 글쓴이는 한중수교 이전에 북경으로 유학하러 갔다. 거기서도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이육사가 북경대학의 사회학과를 다닌 적이 있어, 나에게는 공교롭게도 아득한 선배이자 동문이다. 당시 문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느티나무 그늘 할매할배 그늘 아래서 쉬네 (달) 꼬부랑 꼬불 꼬부랑 말투로 (돌) 인생의 길은 만만치 않았지 (빛) 어디 큰 인물의 그늘은 없나 (심) ... 25.6.24. 불한시사 합작시 주변에서 오래된 느티나무 고목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든 오래된 느티나무를 만나면 왠지 반갑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나무를 어루만져 보기도 하고 한참 동안 그 밑을 서성이는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야 전설처럼 들리겠지만 옛날의 우리 또래들에게는 마을의 큰 느티나무가 푸근한 놀이터였고 학교가 되기도 했다. 또 그 아래에서 햇볕이나 비를 피하고 의지하는 그런 큰 품속 같은 곳. 곁에서 묵묵히 우리를 지켜주던 또 다른 세상의 아늑한 품 안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 무심코 거리를 걷다가 마을 느티나무 아래 흰옷 입은 두 노인이 열차를 기다리며 햇살을 피해서 무연히 앉아 쉬는 걸 보게 되었다. 아련한 풍경 참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저분들도 나와 비슷한 추억을 갖고,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한숨을 돌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미 어떤 느티나무 그늘도 위안이 되지 못하는 시대를 한탄하는 것일까. 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맛비 장대비에 짓무른 사방 천지 (돌) 천둥과 벼락에 기겁한 땅낯 (심) 올 비는 와도 짓물지나 말지 (빛) 썩고 병든 것들 쓸어버리게 (달) ... 25.6.21. 불한시사 합작시 장마는 6월 말에서 7월 초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름철이 되면 대륙이 해양보다 빨리 뜨거워진다. 온도의 차이로 북쪽의 대륙은 저기압이 되고 남서쪽 해양은 고기압이 된다. 이렇게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남서풍이 많은 물기를 품고 불어오면 오랫동안 장마가 지곤 한다. 장마는 ‘오래도록 내리는 비’란 뜻인데, ‘장’은 한자의 長에서 왔고 ‘마’는 우리말의 ‘비’를 뜻하는 ‘마ㅎ’에서 왔다고 한다. “마ㅎ‘의 용례를 찾기 어렵다. 다만 ‘마시다’란 동사에 주목해 보면 대강을 유추할 수 있다. 신발을 뜻하는 ‘신’에 ‘다’를 붙여 ‘신다’라는 동사가 만들어졌듯, 물을 뜻하는 ‘마ㅎ’에 ‘다’를 붙여 '물을 먹다’는 뜻의 ‘마히다>마시다’란 동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시어에서 ‘짓무른’과 ‘짓말지’에 얽힌 얘기도 재미있다. 여기서 1행에 나오는 ‘짓무른’의 원형은 ‘짓무르다’인데 우리말이고, 3행에 나오는 ‘짓물지’의 원형은 ‘짓물다’인데 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칼 같기도 하고 활 같기도 한 (돌) 동이 민족의 푸르른 담수호 (심) 밝디밝은 광야 저 물빛 신전 (달) 칼 차고 활 메고 누비던 추억 (빛) ... 25. 6. 10. 불한시사 합작시 바이칼은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다. 길이가 무려 636km나 되며 폭 25~79km에 깊이가 최대 1,642m나 된다. 약 2천5백만 년 전 형성돼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고 깨끗한 담수호 가운데 하나다. 시베리아 상공에서 비행기로 내려다보면 긴 활이나 칼날처럼 대륙 위에 펼쳐져 있다. 볼수록 신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호수 가운데 있는 알혼섬은 고대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 몽골 샤머니즘과 깊은 연관을 두고, 우리나라 샤머니즘과도 연결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부랴트족은 우리와 너무 닮아서 이웃사촌 같았다. 저 바다 같은 호숫가에서 샤먼들의 춤과 북소리는 우리의 혼령에 스며들어 마치 구석기나 신석기시대로 되돌아가는 그런 감동이 우러난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목련(山木蓮) 어디 갔다 이제 왔는가 묻네 (돌) 희디흰 마음 늘 그대로인데 (달) 긴긴 밤 외롭게 기다렸으니 (빛) 그리움에 지쳤나 해쓱하네 (심) ... 25.6.2.불한시사 합작시 중국 대륙에서 돌아오자마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머나먼 라틴아메리카 남미의 다섯 개 나라를 다녀 왔다. 오랫만에 찾은 산방이 낯선 느낌이었다. 그래도 반겨주는 가족 뿐만 아니라 불한티기슭 산방의 산목련이었다. 새벽 찬공기와 물소리 속에 고개숙인 흰 꽃망울들이 기다렸다는듯 내게 말을 걸어와 묻는 것 같았다. "어디 갔다 이제 왔는가?"하고. 그 속삭임 그대로 합작시를 발구(發句)했다. 이곳 불한계곡에 친숙한 시벗들이 우리의 대화를 꿰뚫어 보듯 화답하여 한 편의 맑고 멋진 4행시가 완성되었다. 산목련(山木蓮)은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산에 피는 목련'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지방에 따라서 함박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화처럼 꽃이 먼저 피는 목련과는 달리 잎이 먼저 우거지고 나서 하얀 꽃이 탐스럽게 핀다. 꽃받침잎은 3장의 난꽃 형태이다. 목련꽃은 3-4월 이른 봄 북해의 신을 연모해 북쪽을 향해 피지만, 산목련은 6-7월 초여름에 뿌리쪽을 향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탱고(TANGO) 흑인과 인디오의 혼을 담고 (심) 북미엔 재즈, 남미에는 탱고 (돌) 춤과 가락에 서린 웃픈 역사 (빛) 뜨거운 노래를 몸에 담노라 (달) ... 25.5.4. 불한시사 합작시 생애 처음으로 남아메리카 5개 나라를 다녀왔다. 브라질과 파라과이에 걸친 이따푸댐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쪽 이구아수 폭포도 보고 잉카의 수도 쿠스코와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도 가보고 4,000m 환상의 볼리비아 소금사막도 가봤다. 100년 전 세계 경제 6위였던 아르헨티나의 수도, 화려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 발상지 라보카지구도 가봤다. 항구가 있는 곳으로 세계 이민자와 선원들이 도착한 곳이다.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의 허름한 집들이 있는 거리였다. 기념품 가게 외벽에는 메시와 에바페론, 그리고 탱고의 아버지 카를로스 가르델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외로운 이민자들의 열정적인 춤과 음악이 탱고의 시작이었다. (라석)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곡우절(穀雨節) 메마른 땅이 봄비를 기다려 (달) 무논에 물 들어오면 어영차 (돌) 곡식을 꿈꾸며 희망에 젖네 (심) 곡우에는 꿈자리에 모내네 (빛) ... 25.4.20. 불한시사합작시 설명 / 겨우내 메말라 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린다. 농민들은 촉촉한 땅에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고 못자리를 마련하거나 밭갈이를 시작한다. 봄비가 내리면 만물이 갈증을 면하고 곡식들이 잘 자라게 되기에 곡우라고 하였다. 농경민족에게는 이 곡우 절기처럼 중요한 때도 없을 것이다. 한 해 농사가 제대로 시작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대를 사는 우리도 왠지 곡우라는 이 말은 정겹기도 하고 설렘을 갖게도 한다. 그것은 봄비가 주는 느낌이 겹쳐 있기 때문은 아닐까? 불난리, 사람 난리 가득한 이 땅에, 곡우에 비 내리면 곡식도 희망도 꿈도 다시 심어야 하지 않겠나. (옥광)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누운 소나무 대문 앞길 가로누운 소나무 (돌) 누운 김에 쿨쿨 잠들었는지 (빛) 길을 막고 뭘 묻고싶은 건지 (초) 누구나 누우면 평등해지네 (심) ... 25.3.12.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유행가 ‘검은 장갑’의 노래 가사는 손석우(아버님과 동항열) 아저씨의 작품인데, 어느 날 마산의 한 다방에서 그의 친구 작곡가가 부러운 표정으로 말하길 "그대는 어찌 그리도 가사를 척척 잘 짓느냐? 이 장갑을 두고도 가사를 쓸 수 있겠는가?"라며 탁자 위에 가죽장갑을 내려 놓았다. 그때 즉석에서 지은 노랫말이라고 하는 말을 어릴 때 집안 어른에게서 들었다. <넘어진 나무>를 발구하면서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것도 시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불한티 길 지난여름 태풍에 쓰러진 아름드리 소나무에 이어 이번 겨울엔 산방 대문 앞 왼쪽 산비탈 소나무가 눈의 무게에 못 이겨 넘어져 길을 막았다. 이렇게 의미 있는 합작시가 되어 발구자로서 기쁘다. (라석)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광화문(光化門) 빛됨의 소리로 가득찬 광장 (돌) 시공이 없는 크나큰 울림아 (심) 빛의 문 활짝 열어라 열어라 (달) 덕치의 볕이 누리를 덮도록 (빛) ... 25.3.7.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광화문은 1395년에 경복궁과 함께 처음 지어졌다가 임진왜란 때 불탔다. 1865년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세웠다가, 일본제국시기에 조선총독부를 지으면서 헐렸다. 1968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시멘트건물로 다시 지었고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써붙였다. 그 뒤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경복궁을 모델로 하여 2006년에 목조로 다시 세우고, 문 앞에 당시의 모습대로 월대도 설치했으며, 현판도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사진에 근거하여 검정 바탕에 금빛 한문 글씨체로 복원하였다. 최근에 현판을 훈민정음체의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이 크게 대두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썼던 한글체 현판을 찾아 다시 걸지 않을 거라면, 굳이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때의 현판 글씨로 복원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문화재를 복원할 때 옛 사진에 근거하여 현판을 만들어 붙인 예가 없다. 전통적으로 복원할 당시의 명필이 새로 쓴 글씨로 현판을 붙였던 것이다. 그렇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불한시사 합작시 1돌 합심해야 합작시 가능하네(석) 합심 합작 어느덧 한해라니(빛) 삐친 가지도 하나 된 어울림(초) 시공 넘어 만나고 헤어지네(심) ... 25.3.6.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시짓기’의 한 가지, 합작시 제안을 할까하오. (1년전 글) 한ㆍ중ㆍ일 시문학 역사에서 공통으로 운자(韻字)에 맞춰 한 자리에서 화답시를 짓거나 한 행씩 주고받는 방식으로 댓구나 합작시를 짓기도 했다. 조선시대 우리의 시조도 서로 화답하며 지었으며, 일본 역시 에도(江戶)시대에 두 사람이 번갈아 한 행씩 읊는 시놀이 곧 ‘연가(連歌)’를 지었다고 한다. 하이쿠(俳句)도 연가의 첫 구(發句 : 5자, 7자, 5자 모두 17자로 구성)만을 독립시켜 ‘바쇼(芭蕉)’가 발전시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한티산방 시벗님 가운데 누군가 먼저 10(~11)자로 된 첫 시구(詩句)를 발구 하면 다른 벗님이 두 번째 구절을 읊고 네 사람이 한 구절씩 읊어 마치면 한 수(首)의 시가 되고, 그리고 시제(詩題)에 따라 공통관심의 연작(連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정형시로 하지 않으면 완성도가 떨어지기에 손말틀(휴대폰)에